[스페셜2]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기자회견, 신성 모독이라고? 이건 실화다
2021-07-21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사진제공 SHUTTERSTOCK

<포스맨>(1983), <아그네스의 피>(1985), <원초적 본능>(1992), <쇼걸>(1995), <엘르>(2016) 등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섹스, 폭력, 종교 그리고 스캔들일 것이다. 82살에 선보이는 그의 17번째 장편 <베네데타>도 이 키워드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작품은 17세기에 실존했던 레즈비언 수녀 베네데타 카를리니의 삶을 기록한 역사학자 주디스 C. 브라운의 <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1987)이 원작이다.

9살 때 수녀원에 들어간 베네데타(비르지니 에피라)는 스스로 선택받은 자라 확신하며 예수를 향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중 바르톨로메아 수녀(다프네 파타키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두 사람은 교황 대사로부터 이 극악무도한(?)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영화를 본 관객은 ‘강렬하다’, ‘역겹다’,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언론의 평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는 ‘악마 같은’이었다. 폴 버호벤 감독과 배우, 공동 각본가와 프로듀서가 참석한 칸영화제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했다.

<베네데타>

-이 책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와 진행 과정을 말해달라.

폴 버호벤 한 네덜란드 시나리오작가가 나에게 이 책을 줬고, 17세기 이탈리아 페샤에서 일어난 사건을 접하고 너무 놀랐다. 당시 종교적 분위기는 두 수녀의 관계를 용납하지 않았을뿐더러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완전한 금기였다. 지금이라고 인식이 완전하게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 발전이 있었다고 본다. 오늘날 관객에게 당시의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보여주고 싶었다. 책은 학술적인 논문이라 (영화적) 서사 법칙을 따르고 있지 않다. 시나리오작가인 데이비드 버크와 작업하면서 실제 증언 모음에 내러티브를 더했지만 정말 많은 요소들이 책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배우로서 인물에 대해 자신만의 정확한 판단을 가지고 연기를 하나. 아니면 관객이 느끼게 될 미스터리를 그대로 안고 인물을 대하나.

비르지니 에피라 ‘나는 모호함을 연기할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하지는 않았다. 그저 감독이나 다른 스탭에 대한 완벽한 신뢰를 기반으로 연기했을 뿐이다. 내가 베네데타를 이해한 방식은, 만약 자신이 무언가를 혼신의 힘을 다해 믿는다면 그건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베네데타는 거짓으로 사람들을 조종하지만 그건 다른 이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지 자신의 신념을 전달하려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나.

다프네 파타키야 그렇다. 신마다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요소가 있어서 너무 강렬했다. 처음 감독과 만났을 때 베드신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찍어나갈지 명확히 전달받았다. 불안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

-여성들의 세계와 가까이 위치한 남자 역할이다.

올리비에 라보딘 나는 이 인물을 다분히 정치적 동물로 이해했다. 그는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사람들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연기해나간다. 상황에 따라 베네데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쇼를 진행해야 한다면 그 쇼의 진행자를 기꺼이 맡는 식이다.

다프네 파타키야, 폴 버호벤, 비르지니 에피라(왼쪽부터). 사진제공 SHUTTERSTOCK

-이 영화가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생각하나.

루이스 샤빌롯 영화는 전복적이고 섬세한 방법으로 각각의 여성 캐릭터가 느끼는 복합적인 내면을 체화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영화라 생각한다.

클로틸드 쿠로 루이스 샤빌롯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덧붙이자면 영화는 여성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요소로 다분히 동물적인 면을 보여주는데, 그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한다.

-프로듀서 사드 방 사드는 이 영화가 실험적인 블록버스터라고 했는데.

사드 방 사드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슈퍼 프로덕션이며 동시에 실험영화라고 했다. 이 작품은 폴 버호벤의 아이러니한 작품 세계에 자리 잡고 있고, 아이러니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 줄기다.

-공동 각본가인 다비드 버크는 폴 버호벤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나.

다비드 버크 지루함을 피하는 것이 나의 작업 미학이다. 어렸을 때 폴 버호벤 감독의 <아그네스의 피>를 봤는데, 의인처럼 보이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여성을 강간한다. 그래서 나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그때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면서 주인공을 일종의 친절한 강간범으로 보이게 만든다. 영화 내내 이런 비도덕적인 상황이 탁구 게임처럼 계속 이어진다. <베네데타>에서도 이런 설정을 참고하려 했다.

-신성 모독이라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폴 버호벤 실화를 다루는 영화에 신성 모독 얘기를 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세상은 점점 더 보수적으로 바뀌어간다. 당신 영화의 나체 신들이 배급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폴 버호벤 배급에 관한 건 제작자에게 물어봐라. 우리는 현실에서 섹스할 때 옷을 벗는다. 그런데 왜 현실을 외면하려는지 모르겠다.

사진 제공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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