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전 감독의 <푸른 호수>는 선명한 메시지를 아가미 삼아 인물이 처한 혼란으로 깊이 잠수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산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이 영화가 들여다보는 웅덩이는 3살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시민권 없이 살아온 남자 안토니오(저스틴 전)의 방황.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강제 추방 조치를 당한 그는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와 영영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아동시민권법에 의해 2000년 이후 입양된 사람들의 시민권은 인정되지만, 그 이전에 입양된 사람들에 게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안토니오를 뒤로한 스크린은 줄곧 물의 이미지로 일렁인다. 그는 강가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에게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폭우가 쏟아진다. 제목 속 호수는 그의 아지트면서 오래된 기억 속 장소와 닮은 공간이기도 하다.
부산영화제 기간에 서면으로 인터뷰에 응한 저스틴 전 감독은 호수는 구원을, 비는 어머니의 눈물을 상징한다고 답했다. “안토 니오가 호수에 뛰어드는 신은 가장 공포스러운 것에 맞서고 빠져나올 때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는 비를 맞을 때마다 자장가를 불러줬던 엄마의 진심이 무엇인지 느끼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을 겪은 후에야 무엇이 그들 맘속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진정한 가능성과 사랑은 역경을 통해 서만 발견될 수 있다.”
저스틴 전 감독의 메타포는 타투 아티스트라는 주인공의 직업에서도 드러난다. “타투를 몸에 새기는 일은 누군가의 인생을 영영 바꾸는 것이다. 그 작업은 매우 본능적이고 내밀하게 이뤄진다. 예술적이면서 촉각적이고, 미국 노동자계급의 문화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이 안토니오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이때 타투숍은 소수자들이 연대하는 장소이자 흑인, 백인, 아시아계, 라틴계 등 여러 인종이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로 자리한다. 그 안에서 안토니오는 “널리 선망받아온, 전통적으로 미군들이 해온 타투”를 한 채 미국인 으로서 살아왔다. 피부에 그린 터전이, 법과 제도를 들어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입양인 친구들을 통해 미국 내 입양인 추방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4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계속해서 고쳐나갔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안토니오의 삶이 2016년 강제 추방당한 뒤 6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한 입양인의 삶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로부터 직접적인 이의 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전 감독은 “초안을 다듬을 때마다 입양인 5명과 상의했고, 추방이 됐거나 추방이 될 위험을 가진 이들도 9명이나 만났다. 그들에게 들은 다양한 이야기가 스토리에 녹아들었고 대본에 섞였다. 추방당한 입양인들이 지적한 현실을 반영해 엔딩이 바뀌기도 했다”라며 “이 영화가 힘이 되어 아동시민권법이 결국 통과되기를 기대한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의 다음 작품은 애플TV +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와 인도네시아인 래퍼와 그의 아버지를 다룬 영화 <자모자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에 참여해 영화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래퍼 리치 브라 이언이 캐스팅되었다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내 피에 흐르고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로 한과 정을 묘사하려고 언제나 노력한다. 내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안 커뮤니티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에게 이해와 연민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