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했고, 이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단계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영화의 역사, 거대한 분기점 위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가운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는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단순히 위기라는 말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차라리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변화의 파도가 거셀수록 근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의 영화를 정리해보는 건 그런 의미에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것은 순위를 정하는 게임이 아니다. 미처 다루지 못한 영화를 발굴하는 만남의 장이자 영화를 향한 애정 고백이며, 앞으로 나아갈 바를 미리 짐작해보는 점검의 시간이다. 2021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는 31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었다. 설문에 응해준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변화의 흐름에 부응하고자 <씨네21> 베스트 설문에도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극장 개봉작에 한정했던 리스트의 범주를 지난해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까지 확장했는데, 올해는 국내 최초 개봉이라면 제작 시기보다 다소 뒤늦게 개봉한 영화들도 범주에 넣었다. 극장 개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는 OTT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시리즈, 유튜브의 숏폼 콘텐츠 등 ‘올해의 영상 콘텐츠’에 관한 문항을 추가했는데, 점진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약속대로 올해부턴시리즈 부문에 대한 설문을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주에 오리지널 시리즈들에 관한 베스트 선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주연 남녀 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등 총 9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올 한해 위기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자리를 지켜낸 이 얼굴들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2021년은 전례 없는 황량함 속에서도 영화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들의 존재가 한층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해였다.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스크린 앞에 서는 한, 세상은 바뀌어도 영화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