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BEST OF 2021: 올해의 해외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 영화들
2021-12-25
글 : 송경원
새로운 작가들의 부상과 거장의 귀환

극장가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올해 해외영화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불러모았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좀더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이 넓어진 부분도 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퍼스트 카우>는 북미보다 상당히 뒤늦게 개봉되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극장이란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슬로 시네마적인 특성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2위 <스파이의 아내>도 유사한 맥락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특유의 서스펜스 위에 한계까지 높인 화면의 밀도가 우아하게 관객을 잠식했다는 평이다. 3위의 <그린 나이트>는 스크린의 자리가 점차 희미해져가는 시대에 시네마의 지표와 같은 장면들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극장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4위 <피닉스> 역시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데, 작품이 좋다면 제작 시기와 무관하게 극장에 걸린다는 점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제공했다. 5위 <바쿠라우>는 낯설고 거칠지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2021년을 대표할 만하다.

6위 <아네트>와 7위 <운디네>는 근소한 차이로 5위권 바깥에 머물렀다. <홀리 모터스>(2012)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에너지는 여전하다. “뮤지컬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뮤지컬을 보여주는, 폭력적이고 음울하고도 수상해서 눈을 뗄 수 없는”(이보라) 이 작품은 “영화 매체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보여준다”(홍은애).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7위 <운디네>로 베스트10에 두편의 영화를 올린 감독이 되었다. 운디네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세련된 형태의 로맨스영화이자 사랑의 알레고리를 독일 통일의 과정으로 확장시킨”(오진우) 영화다. “탁월한 유려함과 환상성 안에서 도시에 새겨진 파괴와 폐허의 역사 위로 끝내 회복의 가능성을 가져다놓는다”(김소미).

<노매드랜드>

8위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돌아갔다. 서부극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길 위에 자발적으로 머무는 노매드들의 삶을 통해 서부극의 이미지가 지워냈던 진짜 얼굴들을 복원시킨다.

<쁘띠 마망>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자마>, 셀린 시아마 감독의 <쁘띠 마망>, 기욤 브락 감독의 <다함께 여름!>은 나란히 9위에 안착했다. 세편의 동률이 나왔다는 건 다양한 영화들이 거론되었다는 방증이다. <다함께 여름!>은 여름 휴가지에서 일어난 작은 해프닝 사이 웃음과 위안을 안긴다. “등장인물간 관계를 가장 맑게 표현하는”(김성찬) 기욤 브락 감독의 카메라는 생기 넘치는 초상을 선사한다. <쁘띠 마망>은 단출하지만 정교한 마술적 리얼리즘을 통해 “셀린 시아마의 시선과 영화적 형식이 조응한 최상의 경지”(김소미)를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감각적인 최면과 체험으로 가득한, 매우 기이한 시간성을 지닌”(이지현) <자마>는 늦은 개봉에도 불구하고 2018년 영화잡지 <필름 코멘트>가 ‘올해의 영화 1위’로 꼽은 작품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관된 호평을 이끌어냈다.

과대평가 영화로는 <듄> <프렌치 디스패치> <노매드랜드> 등이 거론되었고, 과소평가로는 <강호아녀> <레 미제라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뉴 오더> 등 많은 작품이 언급되어 올해 해외영화의 풍성함을 증명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는 과대, 과소에 동시에 언급되며 팽팽히 맞섰던 평가를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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