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2015)를 각색하고, <더 킥>(2011), <협상>(2018) 등을 연출한 이종석 감독에게 단편 <방관자들>은 “새로운 도전이자 좋은 공부”였다. 100명이 훌쩍 넘는 스탭들을 이끌고 단 2회차 만에 찍어야 하는 현장 상황에서 이종석 감독은 노련하고 또 침착했다.
- 연출 제안을 어떻게 받았나.
= 펍지유니버스는 게임에서 출발한 세계관인데 단순히 게임 정보가 아닌 세계관을 하나둘씩 구축하는 발상이 흥미로웠다. 태이고시 호산 교도소 폭동 사건을 그렸던 유니버스의 전작 <그라운드 제로>도 재미있게 봤다. 제안을 받자마자 참여하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 <그라운드 제로>는 어떤 점에서 흥미로웠나.
= 단순히 게임 광고가 아닌 내러티브를 갖춘 세계관을 구축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시대인 것 같다. <그라운드 제로>는 펍지유니버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른 채 봤다. 보는 내내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이후 에피소드와 어떻게 연결되지?’ ‘전후로 어떤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지?’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흥미로웠다.
-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이야기를 펍지유니버스 세계관 안에서 구상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을 것 같다.
= 태이고라는 도시가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이 세계관 안에서 어떻게 결합되는지 등 펍지유니버스 세계관과 <방관자들>의 서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관건이었다. 그 점에서 영화의 각색 작업과 성격이 비슷하다고나 할까.
- 제작사인 크래프톤이 특별히 주문한 건 무엇인가.
= 각색 작업할 때처럼 굉장히 소통을 많이 했다. 고치고 또 고쳤다. 크래프톤과 동의했던 건 <방관자들>의 두 주인공인 김낙수(이희준)와 정익제(고수)가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태이고에서 함께 성장한 관계라는 사실을 잘 살려야 한다는 거였다.
- 이희준과 고수의 어떤 면모가 김낙수, 정익제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 김낙수는 자유롭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평소 이희준씨가 가진 면모 중에서 정의로운 역할을 맡았을 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톤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익제는 성실하고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태이고시가 이 지경이 된 데에 화가 나고,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엄격하게 구분할 줄 안다. 마음속에 순수한 면모가 있는 인물인데 그게 고수씨와 잘 어울렸다. 촬영 전 두 사람과 두세번 만나 시나리오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두 배우가 준비를 많이 하고 현장에 와서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 <방관자들>은 펍지유니버스 세계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 음모가 있을 거라는 의심 내지 의혹을 제기하는 것. “거대한 어둠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반드시 밝혀낼 것입니다”라는 김낙수의 마지막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게 <방관자들>의 목표다.
- 김낙수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 시리즈를 궁금하게 하는데.
= 떡밥만 투척하면 안되고 낚아올려야 하니 시리즈로 길게 얘기하면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 다음 시리즈도 당연히 도전하고 싶다. 최근 크래프톤의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다시 시작했다. (웃음) 이제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작업이 시대의 흐름이 된 것 같다. 게임이든 영화든 어떻게 대중과 소통할 것인가. 더군다나 영화든 시리즈든 부담 없는 콘텐츠를 즐겨보는 시대이지 않나. 앞으로 이런 시도가 점점 더 많아질 거고, 연출자도 배우도 이러한 흐름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 <방관자들>로 좋은 공부를 한 셈이다. (웃음)
= 정말 좋은 공부를 했다. 펍지유니버스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