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소설가의 영화' 홍상수 감독 기자회견 "나는 우연의 요소를 빼놓지 않는다"
2022-03-03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Alexander Janetzko/Berlinale2022

- 영화 제작 과정은 어땠나.

= 김민희 배우와 이혜영 배우가 출연하기로 한 게 영화의 시작이었다. 준비 기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영화 속 인물이 만들 영화는 단편영화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1, 2년 전 직접 만들었던 단편영화가 생각났다. 소형 카메라로 어떤 장면을 즉흥적으로 찍고 그날 편집할 때가 있다. 그런 소품들이 꽤 있다. 그중 (이번 영화 속에 나오는) 단편영화는 시나리오도 없고 주제도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만들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와 스토리와 주제가 담긴 영화를 나란히 비교해 보았다. 배우들한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행동해 달라고 주문했다. 나는 여러분이 (영화에 나오는) 단편영화와 스토리가 있는 전체 영화 사이의 어떤 차이를 느꼈는지 궁금하다. 이 차이를 보여주는 게 이번 프로젝트 준비에서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 배우들의 연기와 분위기가 무척 자연스럽다.

=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방에 혼자 있더라도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생각으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통제한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의식하고 있고 기억하고 어떤 특정한 존재이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건 상대적이다. 나는 완전히 자연스러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촬영할 때 작고 세밀한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작고 세밀한 것은 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다. 그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러운 배경이 필요하다.

- 주인공이 장갑을 끼고 있다가 어느 한순간에 장갑을 벗고 있다. 의식적인 장치인가.

= 나는 통제라는 장치를 사용하지만 우연의 요소도 빼놓지 않는다. 통제와 우연은 내 영화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에게 캐스팅은 무척 중요하다. 어떤 배우가 나와 자주 작업했더라도 새 프로젝트의 첫 대면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면, 내 안에서 작용이 생긴다. 보통 주인공 배우와 만남 첫날에 바로 주된 아이디어가 떠올라 작업이 진행된다. 영화 속 소설가의 영화 프로젝트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배우가 장갑을 끼고 연기해도 되냐고 묻기에 ‘그러자’고 했다.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배우가 장갑을 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벗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