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편의 한국영화를 진출시킨 CJ ENM은 영화제가 열리는 메인 거리 크루아제트에 대형 광고판을 걸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는 축제 현장을 찾은 영화인들과 전세계 프레스, 영화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아시아 회사가 경쟁부문에 두편의 작품을 올린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며,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총 5편의 한국영화를 만날 수 있다. 경쟁부문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5월23일과 26일(현지 시각)에 각각 최초로 공개된다.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고 <아가씨>로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컨상(본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기술 스탭에게 주어지는 번외 특별상)을 받는 등 칸영화제와 인연이 깊었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은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의 1, 2일차 표지를 장식하는 등 영화제 초반부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아트하우스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무비(MUBI)는 지난달 <헤어질 결심>의 북미·영국·아일랜드·터키·인도 지역 판권을 일찌감치 계약했다. 4년 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CJ ENM이 올해 투자배급하는 한국영화 연출자로서 칸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경쟁부문 심사를 맡은 송강호는 올해 <브로커> 주연배우로서 2년 연속 영화제를 방문한다.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이 칸영화제 초청작 배우로서 레드 카펫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LA에서 영화 <리벨 문>을 촬영 중인 배두나는 스케줄 문제로 칸을 찾지 못한다. 일찌감치 마켓에서 치열한 배급권 경쟁이 점쳐졌던 <브로커>는 <기생충>의 해외 배급을 맡았던 네온이 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북미 지역 권리를 미리 확보했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돼 20일 자정 최초 공개된다. 이정재는 프랑스 현지 매체 <TV5몽드>에서 꼽은 ‘올해 칸에서 주목해야 할 5명의 실력파’에 오스틴 버틀러, 로라 퀴보론, 사이드 루스타이, 제시 아이젠버그와 함께 감독으로서 이름을 올리는 등 이미 페스티벌이 주목하는 핵심 스타 중 하나다. <도희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정주리 감독의 신작 <다음 소희>는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겪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도 있다. 문수진 감독의 <각질>이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선정된 9편에 이름을 올려 이목을 끈다. 이전에는 정유미 감독의 <먼지 아이>,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정다희 감독의 <움직임의 사전>이 감독주간에 초청받으며 칸과 인연을 맺은 적 있다. <각질>은 오는 6월 개최되는 애니마페스트 자그레브와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서도 상영된다.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연기하는 프랑스영화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공개된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이 연출한 <내가 결코 될 수 없는 모든 사람들>(All the People I’ ll Never Be)은 어릴 때 프랑스로 입양됐던 20대 여성이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프레디는 실제 프랑스 이민 생활을 한 비전문 배우 박지민이 맡았고, 김선영, 오광록, 허진 등이 출연한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올해 칸영화제의 숨겨진 보석으로 이 작품을 언급하며 “국제적인 입양 경험의 깊은 문화적 차이와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면서 다른 시간을 오간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