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는 형사와 팜므파탈의 블랙 위도우, <헤어질 결심>은 고전 서스펜스 혹은 누아르 장르에서 다양하게 변주됐던 구도의 박찬욱식 해석이다. 설정과 장르만 놓고 보면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비롯한 여러 클래식영화들이 떠오르지만, 막상 <헤어질 결심>을 만나고 나면 시네아스트 박찬욱의 새로운 미학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지연과 작은 오해, 애플의 전자기기가 만드는 미묘한 리듬과 정동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로맨스영화를 만든다. 그리고 탕웨이의 꼿꼿한 품위와 박해일의 이면은 <헤어질 결심>의 감정 화학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뼈대다. 박찬욱 감독의 탐미적인 취향과 그 자체로 영화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두 배우의 만남은 <헤어질 결심>을 올해 가장 아름다운 마스터피스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여독을 풀며 국내 개봉을 기다리던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을 만났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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