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외계+인' 배우 김우빈 "동료들과 든든하게"
2022-07-13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씨 때문에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김우빈은 미래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부담감이 있겠지만 일을 즐기자는 태도를 주변에도 전파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외계+인>보다 뒤에 촬영했다.-편집자)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우빈은 전보다 편한 분위기로, 내밀한 지점까지 건드리는 배우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개되는 <외계+인>에서 김우빈은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를 연기한다. 한국 전통 판타지와 SF의 과감한 장르 믹스로 화제가 되는 이 시리즈에서 김우빈만의 단단한 이미지는 영화의 장르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안정적인 무게감을 준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상은 어땠나. 제작발표회에서는 “응? 이게 여기서 이렇게 나온다고? 물음표를 던지며 읽었다”고 했는데.

=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감독님 머릿속엔 다 들어가 있는데 글은 친절하게 써주시지 않는 편이라 1~2부 시나리오를 다 읽는 데 8시간이 걸렸다. 그전까지 SF영화를 즐겨보지 않은 데다 아무래도 이미지를 상상하며 읽어야 하니까 어렵게 다가왔나 보다. 하지만 막상 그림으로 보면 굉장히 쉬운 이야기다. 이전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영화다.

-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과 실제 최동훈 감독이 구현한 세계는 어느 정도 비슷하고 달랐나.

= 미술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힘이 느껴져서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배우들은 의상을 입었을 때 마치 아이템을 장착하듯 배역 안으로 쑥 들어가는 힘을 받을 때가 있는데, 조상경 의상감독님의 옷을 입으면서 연기할 때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 주요 배역 중에서도 가드는 SF 장르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비주얼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분장을 할 수도 있는데 그냥 현대인으로 보이는 순간이 많다.

= 조상경 의상감독님과 최동훈 감독님이 얘기할 때 “눈에 띄지 않고 은은히 묻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디자인이 튀지는 않지만 에너지가 느껴지는 의상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조상경 의상감독님의 의상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신뢰가 두터웠는데, 내가 상상한 것보다도 더 가드 같은 옷을 주셔서 힘을 많이 받았다.

- 또래 배우들과 작업 경험이 없지는 않았지만 젊은 배우들이 이 정도 규모를 끌어가는 현장은 또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 규모에 따라 다른 건 없지만 또래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작업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다르긴 하다. 아무래도 선배님들과 할 때는 대기할 때부터 내가 뭐라도 챙겨드려야 할 것 같은 어려움이 있는데 또래와는 대화도 좀더 편하게 하고 연기 이야기도 솔직하게 하게 된다. 관객 입장에서 서로의 모습을 봐주기도 한다. 동료들이 현장에 있기 때문에 오늘도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현장에 나갔다.

- 오랜만에 촬영 현장에 복귀한 날은 어땠나. 그날 촬영장에 류준열과 김태리 배우가 방문했다고.

= 4~5년 만이었다. 감독님과 스탭들이 돌아와서 환영한다며 따뜻하게 맞아줬다. 첫 슬레이트를 치기 전 공기와 심장 박동 소리 같은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광고 촬영과 영화 현장은 또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촬영 끝나고 밥 먹을 시간에 딱 맞춰 준열이 형과 태리가 대전 세트장까지 차를 몰고 왔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 감동적이었나 보다. 몇달 전에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를 찍으면서 같은 세트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외계+인> 촬영할 때가 떠올랐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그때 와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문자를 보냈다.

- 최동훈 감독은 콘티대로 찍지 않는 스타일이다. 현장에서 대사도 자주 바꾼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오랜만의 현장 복귀에도 도움이 됐을 듯한데.

= 배우들마다 스타일이 좀 다른데, 나는 장비가 잘 준비되어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겁도 났다. 내가 준비할 게 많지 않은데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과 소통하다 보니 촬영 전 갖고 있던 걱정이 싹 사라지더라. 감독님은 머릿속에 있는 것만 고집하지 않고 현장 상황과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유연하게 연출하는 분이다. 영화는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는 것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낯도 가리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인데도 현장에 가는 날이 점점 더 즐거워졌다.

- 과거의 김우빈은 독특한 외모에 디테일한 표현을 더해 연기적 스펙트럼과 대중성을 만드는 배우로 느껴졌다. 야성적인 캐릭터들이 주로 떠오르고 연기도 좀더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니 전보다 편해 보였다. 연기도 더 원숙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외계+인> 현장의 영향도 있었나.

= 이전에는 화려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자주 맡았고, 장르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 그런 방식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리얼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큰일을 겪고 난 후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미래에서 살았던 것 같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은 다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운동도 내가 더 좋은 몸을 갖기 위해서 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일이 더 일처럼 느껴졌다. 쉬면서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참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가고 싶기보다는 지금 현재가 너무 좋아졌다. 대화할 때, 밥 먹을 때, 운동할 때 그 안에서 오롯이 즐거움을 찾게 됐다. 그런 영향이 연기할 때도 있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운이 좋아서 내가 가진 것 이상의 일을 내게 맡긴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부담과 책임감이 있었다. 그런데 <외계+인>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해주실 거야”, “준열이 형이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겠지” 하는 믿음이 생겼다.

- 향후 계획은.

=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촬영이 3~4주 전에 마무리됐다. 긴 시간 달려왔기 때문에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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