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임상심리사, 법조인, TV칼럼니스트가 말하는 우영우 신드롬
2022-08-25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우영우가 맞닥뜨린 차별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말 그대로 신드롬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날이면 방송 이후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날의 에피소드로 뜨겁게 끓어오른다. 온라인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위원이 조사를 착수했고, 해양수산부는 모든 수족관을 디지털 수족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라마 한편에서 시작된 다양한 사회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신지수 임상심리사, 정지우 변호사, 유선주 TV칼럼니스트를 만났다.

유선주, 신지수, 정지우(왼쪽부터).

유선주 드라마 비평지 <드라마틱>에서 기자로 일했다. <씨네21>을 비롯한 다수의 지면에 TV드라마에 관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다.

신지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심리실 슈퍼바이저. 정신장애와 심리학의 젠더 편향을 다룬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썼다.

정지우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등을 쓴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는 역삼역 인근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등을 운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으로 온오프라인이 뜨겁다.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7주 연속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8월 2주차)를 차지하고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대본집은 하루 만에 예약 판매 5천부를 달성했다. 드라마의 어떤 요소가 대중을 관통했다고 보나.

신지수 대학병원 소아심리실엔 자폐 아동이 매주 10명 정도 오는데 연령이 높아질수록 점차 병원을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치료를 받거나 증상 변화를 점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치료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더이상 치료를 받아도 큰 변화가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고립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자폐 아동이 커서 무슨 일을 하며 지낼지, 자라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걱정될 때가 많다. 우영우는 판타지적인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병원에서조차 보기 힘든 성인 자폐인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처음 나온다고 했을 때 한편으론 편향된 시각을 보여줄까 걱정했다. 그런데 온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자폐에 관해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 자폐가 특정 집단만의 대화 소재였다면 이제는 대중이 자폐를 이해하려 하고 잘못된 지식을 서로 수정해주면서 논쟁이 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유선주 그동안 장애인 주인공은 두 가지 측면으로 그려졌다. 자신의 결핍을 열심히 극복하거나 누군가에게 짐이 되거나. 그 사이에 시청자는 콘텐츠를 통해 장애인을 부러워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 점에서 시청자들이 우영우와 친구를 맺고 싶어 하고 그의 특출난 장점을 감탄하는 것은 이전에 볼 수 없던 특별한 변화다. 또 우영우의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고민하게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를테면 또 다른 자폐인 정훈(문상훈)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 3화에서는 정훈의 아버지가 우영우에게 “그래봤자 너도 자폐잖아!”라고 쏘아붙인다. 반면 장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논한 10화에서는 장애인 보호자가 “우리 애 장애랑 당신 장애랑 같아요?”라며 우영우를 경계한다. 누군가는 우영우를 다 같은 장애인으로 뭉뚱그리고, 또 누군가는 장애를 대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영우의 위상이 변할 때마다 시청자 또한 자연스레 시선을 옮겨가게 된다. 자폐인의 입장에서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생각을 뒤집고 골몰하게 만드는 부분이 드라마의 몰입력을 높였다.

정지우 사회 전반으로 약자 혐오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가 직면한 다양한 차별을 잘 보여줬다. 현실에서 공공 공간을 노키즈존으로 만들어 아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지적장애인과 치매 노인을 배제하는 것과 같다. 결국 우영우가 맞닥뜨리는 차별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시대를 관통한 사회비평집을 읽는 느낌도 든다. 게다가 이웃과 공동체, 생태주의적 문제까지 다루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돌아보도록 부각했다. 각 입장을 면밀하게 서술한다는 점에서 로스쿨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실에서 ‘봄날의 햇살’이 되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에 대한 평가다. 권민우는 우영우를 당연하게 강자로 인식하는, 편견 없는 인물로 급부상했다가 “우영우가 강자다”라는 말과 함께 대중으로부터 싸늘한 평가를 받았다.

신지수 먼저 권민우가 우영우의 결핍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폐 증상 중 하나가 사회적 기능 손상이다. 사회적 기능 손상이란 사회적 맥락이나 미묘한 뉘앙스, 분위기 등을 읽어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권민우도 사회성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주변인이 모두 영우를 따뜻하고 관용적인 태도로 대하는 동안, 그 안에서 자기만 영우를 다르게 바라보고 있단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혹여 인지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더 세련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남들이 다 자기인 줄 알 만한 폭로 글을 쓰거나 다짜고짜 상사에게 페널티를 주라고 항의하는 게 전부다. 애초에 별명이 권모술수인 것부터가 그동안 자신의 숨은 의도와 목표를 남들에게 다 들켰다는 의미잖나. 권민우가 타당한지 아닌지보다 그가 과연 영우의 결핍을 비난할 수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정지우 공감한다. 법조계는 사회적 평판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대형 로펌의 경우, 입사 전 당사자의 평판을 확인하기 위해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 진짜 권모술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철저하게 진행하고, 외부 평판까지도 아울러 관리했을 것이다. 권민우는 그런 면이 부족하다. 하지만 권민우를 보며 특정 계층이나 집단만 떠올리는 건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이익이라는 그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서로에게 다정하고 배려하는 세계관에서 권민우가 악마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권민우를 오로지 비난의 대상으로만 소비한다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유선주 13화에서는 권민우가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자 많은 시청자가 왜 권민우에게 서사를 부여하냐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반 회차를 보면 이 드라마가 권민우를 완전한 악역으로 분리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흘러내린 웨딩드레스> 편에서 성 소수자 커플이 커밍아웃하고 법정을 빠져나갈 때 그 모습을 본 권민우와 우영우는 “와우…”, “와우…”, “대단했어”, “대단했지” 하면서 서로의 말을 반복해 따라 한다. 사실 이 대화 내용은 우영우의 자폐적 특성인 반향어에 가깝다. 타인의 감탄을 따라 하는 건 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고 교류하는 일의 시작이자 기초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과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던 우영우의 반향어가 최초로 수용된 순간이다. 다만 사람들이 권민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이유를 보면 그가 팀 체제를 간과하고 잘잘못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명석 변호사(강기영)는 자신의 팀원 우영우를 재판에 세우지 못하게 하는 한선영 대표(백지원)에게 차별을 지적하지만, 권민우는 팀이 아닌 개인 우영우가 잘못을 책임지도록 몰아붙인다. 이해와 배려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페널티를 요구하는 근시안적 태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신지수 사람들에게 타인을 돕고 공감할 때 돌아오는 게 있다는 경험적 지식이 쌓여야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실천할 수 있다. 권민우가 권모술수를 부리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반복해 보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구나, 이 행동에는 이러한 보상이 따르는구나’ 하고 사람들이 학습하게 될 것 같다. 권민우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다.

시청자 사이에서 자신이 최수연(하윤경)에 가까운지 권민우에 가까운지 측정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하는지 자가점검하는 풍경이 흥미롭다.

유선주 사람들이 봄날의 햇살이 되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현상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봄날의 햇살은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너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대신 판단해준 거다. 다시 말해 우리가 현실 속 봄날의 햇살이 되려면 주변에 우영우 같은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극중에서 우영우가 동그라미(주현영)에게 “너랑 있으면 내가 안전해”라고 말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건네는 평가를 보면서 나는 오히려 ‘우영우 같은 사람이 정말 나를 친구로 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장애인에게 나를 증명한 적이 없다.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준 적도, 큰 도움을 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애인 입장에서 나는 불편한 비장애인일 수도 있다. 최수연과 동그라미가 되고 싶다면 이제는 그 질문의 방향을 바꿔봐야 한다.

신지수 한편으론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을 자신의 현재 이미지로 여기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우영우는 귀엽고 민폐를 끼치지 않고 두렵지도 않은 인물이니 최수연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장담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지우 공감한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죄책감을 최수연이라는 인물로 승화시키는 것 같다. 죄책감은 불편하고 아프고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특정 인물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국내 최초로 성인 자폐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특히 장애인의 주체적 사랑과 성적 자기 결정권에 관한 <손잡기는 다음에> 에피소드 방영 이후 다양한 담론이 폭발적으로 생성되었다. 장애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한 남자가 기소되었는데, 그가 정말 ‘사랑’을 한 것인지 성폭력을 한 것인지 판단하는 내용이었다.

신지수 극중에서 영우가 이런 말을 한다. “장애인에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 장면에 지적장애인 신혜영(오혜수)의 정신연령이 13살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현실에서도 13살짜리 아이에게 나쁜 남자를 만나도록 허용하는 게 통상적이지 않은데 왜 선택의 폭을 갑자기 열어버리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또 그 뒤에 최수연이 “그냥 좀 괜찮은 남자랑 연애 한번 해보겠다는데 그게 이렇게 어렵나?”라고 말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나쁜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여성은 드물고, 또 똑똑하고 현실 감각 높은 최수연마저 제비 같은 남자에게 당하고 만다. 이러한 현실과 달리 최소한계선을 거둬버리는 느낌이라 당혹스러웠다. 실제로 여성 자폐인의 절반 이상이 성적 학대를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선택의 자유보다 자신이 존중받는 게 무엇인지 먼저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기점으로 시청자가 드라마 밖에서 더 많은 논의를 나누고 그래서 현실에 적합한 새로운 결론을 맺어보려 시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유선주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랑인지 성폭행인지의 판단을 신혜영의 몫으로 두었다는 점이다. 그때 정신과 의사가 나와 신혜영의 경우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증언을 5분간 한다. 이 5분이 이 에피소드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다. 이게 찐 사랑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기보다 신혜영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작용했느냐 아니냐를 봐야 했다. 그런데 재판 막바지에 양형의 근거를 읊어주는데 갑자기 판사의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신혜영의 울음소리가 모든 소리를 뒤덮었다. 사실 시청자는 이렇게나마 재판부의 판단을 알아야 법리적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현실 속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종합적 판단을 다 알려주지 않은 건 그게 우영우가 이 재판을 보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전개상 우영우의 감정이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의 판결문은 명확하게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로맨스를 검증하는 방식

우영우를 오로지 귀여운 대상으로만 소비하는 반응을 짚어보자.

신지수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특징만으로 만든 자폐인 캐릭터는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영우는 아무리 화를 내봤자 주먹을 불끈 쥐고 이야기하는, 주로 아동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나 독특한 억양 자체가 자폐적 특성이라 어쩔 수 없다고 반문할 수 있지만 <빅뱅 이론>의 셸던이나 <굿 닥터>의 박시온, <말아톤>의 초원이는 오직 아이처럼 묘사되진 않는다. 다만 성인 자폐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콘텐츠의 시작 단계인 만큼 많은 사람이 인물을 쉽게 사랑하고 수용하는 게 중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선주 사람들이 우영우의 귀여움을 쉽게 모사하고 따라 하려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의 가상인물을 패러디하고 가공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그렇게 접근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더 많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이제 어디까지 괜찮은지, 왜 동그라미와의 인사 방식은 따라 해도 되고 걸음걸이는 안되는지, 이런 토론이 계속 활발하게 쌓이는 중이다. 지금까지 이런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다.

정지우 귀여움은 보는 사람과의 거리를 좁힌다. 예를 들어 권력자나 정치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할 수록 귀여움을 부각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일종의 모에화다. 또 1년에 100억원씩 벌어들인다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보면 다르게 느껴지지만 귀엽고 인간적인 면이 강조되는 순간 멀지 않은 존재처럼 보인다. 시청자가 주인공을 쉽게 받아들이려면 귀여움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지수 우영우의 귀여운 특징을 이해하지만 우리 모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최근에는 실제 자폐인이나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뭐야, 우영우랑 다르네’라는 댓글이 종종 달린다고 한다. 우영우를 자폐인의 대표 이미지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실제 자폐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모습만 부각할 경우 누군가에겐 오히려 심리적 거리를 만든다. 우영우가 고기능 자폐인으로 강조된 사실만으로도 자폐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느낄 박탈감이 클 텐데, 장애를 귀엽게만 바라보며 환호한다면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드라마와 현실의 간극을 이해하고 실제를 볼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우영우의 세계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이 있다면.

정지우 이웃 동료가 있는 공동체라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이다. 자문이나 서면 작업을 주로 담당하는 신입 변호사를 ‘어소’(Associate)라고 부르는데 보통 한 사건을 한명의 어소에게 배당한다.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최수연, 권민우, 우영우 등 여러 어소가 함께 작업하는 게 같은 변호사로서 부럽기도 했다. 또 사건 케이스를 풀어가는 과정도 무척 참신하다. 예를 들어 1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편에는 노부부 폭행사건으로 죄를 뒤집어쓴 할머니가 등장한다. 이런 경우 집행유예만 받아도 대성공이라 유리한 방향으로 소송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한데 이때 우영우는 살인죄의 고의를 규정하기 위해 그 근거로 민법의 가족법을 꺼낸다. 이 말은 변호사가 의뢰인의 향후 생계까지 염려했다는 의미다. 사실 굉장히 낯선 풍경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인생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고, 사건의 승소와 패소, 유무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형법 사건에서 민법을 떠올리면서까지 의뢰인의 삶을 고민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영우가 공감이 뛰어나서라기보다 법 체계와 복잡한 연계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주변 변호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거기서 가족법이 등장할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신지수 우영우가 “불안해질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전문가의 조언이나 다른 자폐인의 경험을 들어보고 싶은 적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 우리나라의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특수학교가 몇개 없고 있더라도 대부분 중증 지적장애인이 모여 있다. 입학 자체가 어려워 중증 장애인에게 기회를 더 주는 편이다. 미국은 장애인을 위한 활동이나 교육 방식이 굉장히 세밀하게 구성돼 있다. 지역마다 자폐인 커뮤니티도 잘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개인이 고립된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학습이 어려워 시간 때우기에 가까운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표정이나 행동이 퇴행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국가적 지원도 매우 부족한 터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은 눈에 띄게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람을 얻기 힘들다. 영우가 고백한 어려움이나 미국 이민을 제안하는 태수미(진경)의 말이 이런 현실을 잘 담아내고 있다.

유선주 기존 드라마에서 다룬 로맨스보다 훨씬 더 업데이트되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사귀기로 하고도 이준호(강태오)는 우영우에게 변호사님이라는 존중 담긴 호칭을 잃지 않는다. 관계가 발전할 때 갑자기 반말을 하거나 애칭을 쓰며 여성에게 귀여움을 부여하는 상황을 굳이 만들지 않고, 존중을 유지하면서도 로맨스가 가능하단 걸 보여주었다. 제주도 에피소드 중 이준호가 우영우에게 소리지르는 장면에서는 그가 자폐인이 청각 자극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아는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보았다. 그런데 풀숏으로 바뀌고 보니 둘 사이엔 20m 정도의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바닷가라 파도 소리도 컸다.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세심한 이유를 보여주면서 이 드라마가 로맨스를 검증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기존 한국 로맨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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