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지막 사랑은 이정재라며!” 17살 나보라(김유정)는 짝사랑의 대상이 자주 바뀌는 김연두(노윤서)를 타박하면서도 금세 눈을 반짝인다. 서로가 언제 누굴 좋아하며 속을 끓였는지 줄줄이 꿰는 단짝인 둘은, 연두가 심장 수술로 잠시 출국하면서 졸지에 짝사랑처럼 절절해진다. 때는 1999년, 둘은 교환 일기 대신 메일을 주고받으며 동급생 백현진(박정우)을 탐구하기 시작하고 나보라의 백현진 관찰기는 곧 방송부 에이스인 풍운호(변우석)와의 추억으로 이어진다. 그 시절, Y2K 열풍 속에서 덩달아 성행했던 ‘보라비디오’의 운명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러나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아직 서서히 부식 중인 그곳이 <20세기 소녀>에 담겨 있다.
데뷔작을 만든 방우리 감독은 고향 청주에서 보낸 자신의 학창 시절을 생생히 되살리고 한동안 대만영화의 전유물로 여겼던 청춘 로맨스 장르를 한국영화계에 복귀시켰다. 노스탤지어 가득한 세계라지만 그 안에서 뛰노는 청춘의 얼굴로는 이보다 더 ‘미래적’일 수 없는 배우들이 합심했다. 오랜 아역의 훈장을 떼고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축하고 있는 배우 김유정, 사이좋게 나란히 영화 데뷔작을 선보인 배우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를 만났다. 10월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의 20세기는 끝났지만, 이 배우들의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이어지는 기사에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 배우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