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사연 많은 고등학생 방영주로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한 노윤서는 아직도 미지의 배우다. 이번엔 <20세기 소녀>로 넷플릭스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이 배우는 공교롭게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배우 배현성과, <20세기 소녀>에서는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라는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맑고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서양화 전공의 미술학도인 그는 대학교 재학 중 화장품 브랜드 광고, 온라인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다가 매니지먼트 회사 MAA에 합류하게 됐다. “덜컥 연기를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났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배워보고 포기해도 늦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그렇게 조금씩 변화와 성장의 계단을 오르며 “생애 처음 미술보다 더 재미있고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느낄 때쯤 <우리들의 블루스> 오디션 통과 소식이 그를 반겼다. “‘내가 지금 어디서 누구와 일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에 얼떨떨했고, 작품이 공개된 후에도 실감이 안 나서 그저 멍할 뿐이었다.” <20세기 소녀>의 방우리 감독을 만난 뒤에도 매 순간이 새로운 것은 마찬가지. “주변에 폐를 끼칠까봐 현장에서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지만 동료들 덕분에 순조로웠다. 스스로 압박감을 가질수록 부자연스러워지니까, 방법은 결국 일단 ‘해내는 수’밖에 없더라. 계속, 계속.”
<20세기 소녀>의 김연두는 나보라의 하나뿐인 단짝이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불러오는 시련의 대상이다. 심장 이식 수술을 위해 보라 곁을 떠난 동안 둘의 PC통신 펜팔이 이뤄지기에 노윤서의 존재감은 프레임 바깥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짝사랑하던 풍운호를 찾아가 보라를 아껴주라고 담담히 고백하는 장면에선 내내 순진무구한 공주님 같던 얼굴 아래 묵혀둔 조숙하고 쓸쓸한 기운이 떠오른다. “연두와 운호, 둘 다 보라를 너무나 아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장면 아닐까. 비슷하게는 골목길 장면에서 연두가 보라에게 ‘나는 네 친구지 환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대사도 내 마음 깊이 꽂혔다. 연두의 진심이 담긴 한마디다. 나도 강한 사람이라고, 너처럼 나도 널 아끼고 지켜줄 수 있다고 친구로서 고백하는 순간 같았다.”
노윤서는 요즘 <20세기 소녀>를 마치고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남은 학기를 마치기 위해 대학 생활을 병행 중이다. “학교나 식당에서 조금씩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겼지만 워낙 편한 복장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닌 탓인지 아직 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 (웃음)” 졸업 전시를 준비 중인 요즘 노윤서는 더 치열하게 연기하는 법과 습관처럼 그림 그리는 일 사이에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다. “연기하는 일은 아주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고 또 컨트롤하는 작업이라 즐겁다. 내 의도가, 내 해석이 어떻게 담기는지 지켜보면서 배우는 과정에 있다. 이번에 <20세기 소녀>로 생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 무대를 경험해보고 영화 홍보 행사도 해보면서 더 큰 에너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