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20세기 소녀’⑥ 21세기 청춘 배우들의 교환 일기
2022-10-27
글 : 김소미
글 : 김수영

유정이가 윤서에게

본래의 나는 누군가와 아주 쉽게 가까워지기보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지키는 줄 알았는데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영화 한편을 같이 만드는 관계에서는 오히려 더 씩씩하게 기운을 내고 싶어진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어. <20세기 소녀>에서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 처음엔 혹시나 네가 나를 조금 어려워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가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어. 나, 갑자기 연두가 보고 싶어진다!! 우리 같이 교복 입고 촬영하다가 직접 운전해서 드라이브 스루 음식점에 갔던 일, 보라비디오가 있는 주택가 골목의 수제비 집에서 밥 먹은 것도 잊지 마~!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항상 네 편이야. ♡ » 0 « ♡

사진제공 넷플릭스

윤서가 유정이에게

골목길에서 말다툼하는 장면을 찍을 때 계속 눈물이 났던 일이 생각 나. 네가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너를 보고 있기만 해도 카메라 밖에 서 있는데 그냥 눈물이 나더라. 영화 속 보라와 연두가 서운한 마음에 괜히 서로를 더 쿡쿡 찌르는 말들을 쏟아내서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 왠지 ‘보라야’라고 부르고 싶은데, <20세기 소녀>를 촬영하는 동안 옆에서 보고 배운 게 참 많았어. 내게는 천생 연예인이자 대선배지만 작품을 하는 동안 친구로서 경계를 허물게 되어서 너무나 편안하게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달까?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마다 먼저 맛집 찾아서 같이 가자고 말해준 일도 고마워. 운호, 현진이까지 넷이서 인생 네컷 찍은 일은 특히 잊지 못할 거야. 나서서 연락하고사람을 먼저 챙기는 일에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나는 요즘 우정을 지키려면 자주 작은 관심을 주고받고 좋은 일과 슬픈 일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라야, 20세기 우리의 청춘이 너와 함께해서 더 빛나고 행복했어. 21세기에도 함께하자! 。"*♡.♡*"。

정우가 우석이에게

영화에서 현진이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 그런 현진이라면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할 순 있어도 자기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 같아. 현진이한테 운호는 그런 친구 같아. 연기하면서 운호가 현진이의 가족이자 형제라는 생각도 했어. 영화를 보고 나니까 형이랑 내가 단둘이 나온 신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 싶더라. 극중에서 현진이랑 운호가 돈독하기도 하지만 실제 우리도 “우리 이렇게 같이 연기하니까 진짜 난리 나게 한번 해보자”고 얘기도 많이 했잖아. <20세기 소녀>를 촬영하는 동안 형의 유쾌한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좋았어^-^

처음 대본 보고 농담처럼 운호랑 현진이가 서로 바뀐 게 아니냐고 웃었잖아. 운호랑 현진이의 성격이 실제 형이랑 내 성격이랑 반대라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현진이를 연기할 때 형이 말할 때의 호흡이나 빠르기, 형의 웃는 얼굴을 흉내낸 적이 있어. 나는 좀 참는 듯이 조용히 웃지만 형은 웃음이 빵 터져 나오잖아. 미소를 지으면 한순간에 얼굴이 화사해지기도 하고. 만약 내가 현진이였다면 운호에게 쓰는 이 교환 일기에 이런 말을 남겼을 것 같아. 운호야, 더 솔직해지고 용감해져라. 그게 사랑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럼 바이바이.

사진제공 넷플릭스

우석이가 정우에게

“나야~ 운호.” 영화에서처럼 이렇게 운을 떼야 될 것 같다. 운호는 왜 현진이와 친하게 지냈을까? 현진이가 부잣집 아들이고, 맛있는 거 많이 사줘서 그런 거 아닐까?^^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운호랑 현진이 편하게 속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찍은 날이 있잖아. “나 보라랑 뭐하고 놀았다” 그랬더니 “아, 그랬어” 하면서 가볍게 툭툭 말을 주고받는 장면. 촬영장에서 친구처럼 지내긴 했지만 그 장면을 촬영할 때 네가 정말로 내 친구 같다고 느꼈어. 네가 하는 리액션과 대사들이 진짜 나를 알아서 하는 말처럼 다가온 순간이 있었거든. 호소력이 강한 친구구나 하고 종종 생각했어.

네가 내 웃음을 흉내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적 있는 것 같아. 초반에 운호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 네 생각이 났어. 정우 너는 말을 할 때 조금 더 생각하고 하는 편이잖아. 내가 열번 생각하고 한마디 한다면 너는 서른번, 마흔번 생각하고 말하는 친구니까 나도 적어도 스물다섯번은 생각하고 말해보자고 말야. 나도 운호로서 현진이에게 한마디 남긴다. 현진아, 오토바이 그만 타!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