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20세기 소녀’③ 변우석, “진심이 닿다”
2022-10-27
글 : 김수영
사진 : 최성열

공중전화. 교환 일기. 단짝 친구. <20세기 소녀>에 나온 추억의 장면 일부는 이미 변우석의 기억 속에 있던 것들이다. 어릴 때 집 근처 공중전화를 이용했고 초등학생 때 교환 일기를 쓴 기억도 있다. “반 친구 7~8명이 함께 다이어리를 썼다. 그냥 아무 글이나 적자, 하고 노트를 돌렸는데 그때 좋아하는 반 친구가 있어서 거기에 슬쩍 마음을 적었다. 그러고는 괜히 창피해서 그 친구를 피해 다녔다. (웃음) 현진이 같은 단짝 친구도 있었다. 중3 때 전학 와서 만났고 그때부터 지금껏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 학교 갈 때마다 시간 맞춰서 같이 버스를 탔다. 차 안에서 MP3 이어폰을 한쪽씩 끼고 플라워의 노래를 듣던 기억이 난다.” 극중에서도 내내 붙어 다니는 현진과 운호의 모습이 떠오르는 말이다. 변우석은 이렇게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담아둔 감정을 꺼내 운호를 연기했다.

1999년을 배경으로 한 <20세기 소녀>에서 열일곱 풍운호는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감정을 겪는다.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변우석은 언젠가 “완전히 진실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길 꿈꿔왔다. “대본을 여러 번 읽으며 운호가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떠올려보니 <20세기 소녀>는 내가 늘 해보고 싶었던 장르의 영화였다. 한 사람을 위해 진심을 표현하는 캐릭터, 풋풋하지만 아련한 영화 속 정서가 내가 좋아하는 멜로영화들과 닮아 있었다.”

우정도 사랑도 가까이 있지만 20세기는 풍운호에게 마냥 달콤한 시절이 아니다. 운호의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는 자주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빈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나에게 운호는 외로운 소년으로 다가왔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운호는 버려지는 것에 대한 아픔과 슬픔이 있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표현했지만 거절당했을 때 아마 운호는 또 한번 버려졌다고 느꼈을 거다.” 그래서 변우석은 겉으로 표현하기보다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연기를 했다. 그는 벌써 <20세기 소녀>를 여러 번 다시 봤다. “내 연기밖에 보이지 않아 한숨을 쉬며 두번을 봤다. (웃음) 세 번째 봤을 때 영화가 그저 좋다고 느꼈고 네 번째 볼 때는 엄청 슬펐다. 내 감정선만 따라 영화를 보다가 내가 없는 공간에서 보라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주목해보니 운호도 사랑받았다는 걸 알게 됐고 이전과 다른 감정이 크게 밀려왔다.”

변우석은 스무살에 모델로 데뷔해 스물여섯살 때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2016)에서 충남(윤여정)의 외조카 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해나가면서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보다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나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드라마 <청춘기록> <꽃 피면 달 생각하고>를 거치며 이제는 연기 본연의 즐거움도 알아가고 있다. “운호의 마음이 진짜 내 것처럼 느껴지는 희열의 순간이 있었다. 선배나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럴 때가 있다, 즐겨라. 곧 또 힘들어질 거니까’라고 하더라. (웃음) 그래도 지금은 캐릭터의 진심이 느껴질 때 행복하다. 연기를 통해 이런 행복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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