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습지와 늪을 정밀하게 담아낸
2022-11-02
글 : 정재현

196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마을 늪지대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된다. 마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청년 체이스 앤드루스(해리스 디킨슨)가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마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습지 소녀라 불리며 야생에서 문명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여성 카야(데이지 에드거존스)를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다. 카야의 전사는 구구절절 슬프다. 카야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가정폭력범인 아버지를 두고 카야를 떠났다. 아버지마저 카야를 떠나 집에 돌아오지 않자 카야는 방치된 채 자연을 벗 삼아 자생한다. 그런 카야에게 두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카야에게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카야의 생물학자로서의 가능성을 일러준 테이트(테일러 존 스미스)와 대학 진학을 이유로 습지를 떠난 테이트 다음으로 카야의 곁에 다가온 체이스가 그들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밀리언셀러 기록을 달성한 바 있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영화화 방도 중 절반은 인상적이고 절반은 아쉽다. 영화는 변호사 톰 밀턴(데이비드 스트러세언)을 전면에 내세우며 두 타임라인을 교차하는 소설의 구성을 영화만의 방식으로 재편하며 두 시점의 이야기를 경제적으로 엮어간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습지와 늪을 정밀하게 담아낸 로케이션 촬영 역시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영화의 각색 방향은 더 크고 너른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꺾는다. 영화는 카야가 습지에 천착하며 인격을 형성하고 습지 속 생물로부터 삶의 원리와 스스로의 욕망을 깨달아가는 심리적 궤적을 서사에서 배제한다. 카야를 구성하는 복합적 요소를 단순화하고 나니 주체로서의 카야는 사라진 채 두 남자 사이의 카야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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