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만화를 각색한 <간니발>은 일본 시골 마을에 부임한 순경 다이고(야기라 유야)가 마을 사람들이 숨긴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심리 스릴러다. 망자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시신을 먹는 식장(食葬)을 소재로 몰입감과 긴장감을 더한다. <마더>(2009)의 연출팀에 함께하고 <벼랑 끝의 남매>(2018)와 <실종>(2021)을 지휘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특유의 어둡고 초조한 분위기 속에서 진실을 탐닉하고 직면하는 과정을 숨김없이 담았다. 가타야마 신조가 만들고 야기라 유야가 채워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간니발>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작 만화 <간니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영상화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가타야마 신조 만화 <간니발>에는 굉장히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관계도 무척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지러운 이해관계 안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심오한 관념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재미있다, 무섭다 등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자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다이고는 문제를 외면하는 법이 없지만 융통성 없고 경직된 성향도 강하다. 야기라 유야 배우를 낙점한 이유는.
가타야마 신조 야기라만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좋다. 작품에서 무서운 진실에 직면해가는 인물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는데 그 점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경찰 제복이 잘 어울리지 않나. (웃음) 늠름하고 몸도 탄탄하다.
-다이고는 외지인으로서 마을의 실세인 고토 가문과 일대 다수로 갈등을 빚는다. 긴박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집단에 맞서 대적할 만한, 쉽게 지지 않는 기운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을 텐데 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쓴 게 있나.
야기라 유야 아무래도 일대일로 싸울 때보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도록 몸을 가꾸는 것도 중요했고. 다만 다이고는 경찰로서 고토 가문과 대적하는 것이라 자신이 권위적으로 우위하다는 사실이 큰 원동력이 됐을 거라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의 실상에 호기심을 갖고 면면을 들여다보는 성향이 나와 달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집단적 광기 속에서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는 심리적 변화를 드러내려고 애썼다.
-심리 스릴러 장르에 걸맞게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은데, 이 안에 어린이 마시로(시미주 고고네)가 등장한다. 아역배우와 촬영하는 과정에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도움을 주었나.
가타야마 신조 촬영 과정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연출과 대사에 신경 썼고, 촬영마다 우리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촬영 당시 시미주는 6살이었는데 또래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똘똘했다. 마시로 역에 대한 의욕이 대단해 어엿한 배우로서 그의 의견을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다른 성인 배우와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