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물과 불이 사랑에 빠진다면? 피터 손 감독이 이야기한 픽사 신작 <엘리멘탈>의 세계관
2022-12-15
글 : 이자연
픽사 쇼케이스에서 <엘리멘탈>을 소개하는 피터 손 감독.

2023년 기대작인 <엘리멘탈>을 소개하기에 앞서, 픽사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피트 닥터는 픽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픽사 내부에도 고민이 생겨났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지? 우리는 어떤 존재지?’라는 의문이 제기됐고 그렇게 <소울>의 ‘조’를 완성했다.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우리의 근간이고 뿌리이기 때문에 애니메이터 개인의 경험이 작품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애니메이션과 사람들의 삶은 상호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우리는 낯선 삶에 적응해나가는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피트 닥터가 이러한 연설로 <엘리멘탈>을 소개한 이유는 물, 불, 땅, 공기 등 각기 다른 원소가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가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으로 이민을 오게 된 피터 손 감독 가족의 자전적 경험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캐릭터 작화의 특징도 눈에 띈다. 물로 만들어진 웨이드(목소리 출연 마무두 아티)는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몸체가 흐느적거리는 반면, 엠버(목소리 출연 리아 루이스)는 기존 픽사가 캐릭터를 그려온 방식과 달리 뼈대가 없고 가스와 불로만 신체를 구성했다. 감정에 따라 불꽃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전한다. 무엇보다 요소들의 특징을 살려 엘리멘트 시티의 마을을 구성했다. 엠버 가족이 사는 불의 지역과 웨이드 가족이 사는 물의 지역은 질감, 온도, 색채 등 정반대의 속성을 부각했고 흙으로 이뤄진 가든 지역은 지구인들이 사는 곳으로 그려냈다. 현실 세계의 농구와 스카이다이빙을 합친 가상 스포츠 에어볼 경기는 공기 원소를 활용하여 기체의 특질을 나타냈다. 각 원소가 엘리멘트 시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방식으로 융합해나가는지 시각적 정보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엘리멘탈>

11월28일 공개된 예고편에서 사람들로 빽빽한 지하철에 불로 이뤄진 사람은 엠버뿐이었다. 불의 종족에게 엘리멘트 시티가 어떻게 비치는지 묻자 피터 손 감독이 답했다. “지하철 시퀀스는 낯선 세계를 바라보는 엠버의 시선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가 불이기 때문에 고독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드러내려 했다. 사회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당사자가 받을 수밖에 없는 이질감이 있지 않나. 아무도 불의 사람에게 특정한 차별을 가하진 않지만 엠버만이 느끼는 고립감이 담겨 있다. 특히 엠버는 사방이 물인 도시에서 불꽃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만큼 자기만의 어려움이 있다.” 지하철 속 다른 승객들이 거리낌 없이 공간을 활보하는 반면 엠버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 한구석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엘리멘탈>은 물과 불의 사랑과 융합에 대해 말한다. 반대의 속성을 견디고 인내하고 이해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왜 필요할까?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모두가 서로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엘리멘탈>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물과 불이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엠버와 웨이드는 상대방에게 끌리지만 서로를 만질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어려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