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에서 그레이스 박사를 맡았던 시고니 위버는 <아바타: 물의 길>에선 그의 딸 키리로 분했다. 목소리부터 제스처까지 10대 소녀를 연기하는 데 있어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조에 살다나는 가족의 감정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갈등과 전투에 머뭇거리지 않는 네이티리가 되어 영화를 빠르게 전개시킨다. 이젠 모녀 관계가 된 시고니 위버와 조에 살다나에게 판도라에 담긴 몇 가지 물음을 건넸다.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과 다른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시고니 위버는 1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10대 소녀 키리가 되었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시고니 위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점심을 먹을 때 키리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숲을 좋아하고 사람과 있을 때보다 동물과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소녀라고 했다. 친구 스파이더와 종일 밖에 있고 싶어 하는 키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나의 14살이 떠올랐다. 14살 때 나는 키가 큰 편이라 무리와 어울리기보다 눈에 띄지 않길 바랐다. 그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키리의 외로움과 연결되고 싶은 두 마음이 동시에 느껴져 꼭 하고 싶었다.
-조에 살다나는 네이티리를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시고니 위버는 자연을 사랑하며 치유의 힘을 가진 키리를 그려낸다. 각자 시나리오 속 인물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궁금하다.
시고니 위버60대에 14살 소녀를 연기할 수 있다니, 정말 신나는 일이다. (웃음) 가장 먼저 13~14살 정도의 아이들을 조용히 관찰했다. 14살 소녀의 신체로 경험하고 맞닥뜨리는 세상의 모습은 어떤지 배우려 했다. 집 근처 고등학교에 부탁해서 교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 아이들의 높고 낮은 목소리가 어느 정도 범위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서 키리의 목소리를 찾고 싶었다.
조에 살다나네이티리는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직접 사냥을 떠나고 나무를 탄다. 전투에 참여하는 데 망설이는 법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족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는 면도 강하다. 평소 화합과 평화를 사랑하지만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을 지켜낸다.
-수중촬영 비중이 컸다. 물속 장면을 위한 퍼포먼스 캡처, 다이빙, 잠영 등의 훈련 과정은 어땠나.
시고니 위버수중촬영은 <아바타: 물의 길>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전이었다. 훈련은 2017년에 처음 시작했다. 프리다이빙을 시작으로 숨 참는 방법, 물속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법 등을 연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물속에서 연기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대사까지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물과 친해져야 했다.
조에 살다나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나는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이어서 훈련받은 대로 잘하지 못하면 나를 향해 채찍질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스탭들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괜찮다며 다독여준 덕에 훈련과 수중촬영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다.
-영화에 굉장히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가족간의 사랑, 자연과의 조화, 종 다양성의 아름다움,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주의, 전쟁과 이민자, 디아스포라의 의미까지.
시고니 위버 <아바타: 물의 길>은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연결돼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제이크(샘 워딩턴)의 가족이 겪어야 하는 일을 통해 전쟁, 착취 등의 사회적 문제를 반영해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영화에 내재된 우리의 현실을 찾아내고 또 자기만의 생각을 완성하며 본다면 3시간여의 러닝타임이 한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조에 살다나작품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지점이 두 가지 있다. 먼저 인간이 일상에서 동물에게 주는 고통과 피해, 생태계 파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 네이티리의 가족이 실향민이 되었을 때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바타: 물의 길>은 SF지만 우리를 더 현실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배 위에서 이어진 마지막 전투 신에서 기술적인 액션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감정도 폭발시키는 네이티리의 모습이 독보적이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면.
조에 살다나 정말 많은 트레이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분노와 화를 증폭시켜야 했기에 내적인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너무 많이 화를 내서 나중엔 목소리가 완전 나가기도 했다. (웃음)
-<아바타>는 영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로 유명하다. 전편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기술적 변화를 체감했나.
시고니 위버 13년 전이었다면 이번과 같은 수중촬영은 할 수 없었을 거다. 그 정도로 영화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그전보다 더 정교해졌다. 장비를 입고 연기를 하는 과정이나 방식은 같지만, 그 결과물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아바타: 물의 길>을 통해 관객은 완전히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