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 <정직한 후보2> <올빼미>로 메인 투자작 4편, 배급 대행 12편, 웹드라마 <강계장> 시즌1, 2와 <블루밍>까지 NEW가 올해 공개한 신작은 총 19편으로 편수만 놓고 보면 팬데믹 이전보다도 많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는 “크고 작은 작품들로 꽉 채워 바쁘게 보낸 한해”였다고 위기 속에서 촘촘하게 틈새를 찾아나선 올해의 성과를 자평했다. 영화는 물론 웹드라마까지 공격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는 투자팀과 콘텐츠기획팀, 꾸준한 애니메이션 배급 대행 이력 속에서 수입사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유통전략팀이 제각기 활약한 덕분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마녀2>(6월15일 개봉)와 곧 3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올빼미>(11월23일 개봉)가 훈풍을 불어넣었고,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6월1일 개봉)는 역대 <극장판 포켓몬스터> 시리즈 중 가장 흥행했다.
- <올빼미>의 흥행 요인을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박스오피스와 입소문, 평단, 업계 반응 두루 좋았던 작품이다. 이런 영화를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다. 밤에만 조금 볼 수 있는 주맹증 침술사가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다는 참신한 컨셉이 확실히 통했다. 유해진 배우가 데뷔 후 처음으로 왕 역할을, 류준열 배우가 탄탄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캐스팅도 제대로 힘을 발휘했고 온라인의 관객 입소문이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로 포지셔닝된 부분도 주효했다.
- NEW는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작품 수익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작품과 특별히 아쉬운 작품을 꼽는다면.
=2021년 말부터 얼어붙었던 미국 극장가가 조금씩 열리는 수치를 보면서, 우리 또한 상황이 호전되길 기대하며 <특송>을 공개했는데 전문가 평, 골든에그지수 등이 모두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성적이 저조했다. 엔딩부가 다소 긴 감은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캐릭터의 참신함 등 여러 면에서 좋아했던 작품인데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특송>은 부가시장 반응이 좋았다. 부가시장은 기본적으로 액션, 스릴러, 코미디가 강세이기 때문에 <마녀2> 역시 극장에 이어 부가까지 잘 나오면서 준수한 성과를 냈다.
- 공동제작한 시즌 오리지널 <강계장>, BL 드라마 <블루밍>을 올해 선보였다. 최근 웹드라마 명가로 불리는 와이낫미디어와 콘텐츠 기획·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는데,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뉴미디어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인가.
= 지난해 BL 드라마를 기획할 때 작은 작품 하나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다섯 작품으로 시작했고 올해 처음 <블루밍>을 공개한 것이다. 기획부터 공개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는 영화·레거시 드라마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도록 재빠르게 판권을 수급해 공동 투자사를 구하고 해외에 선판매해 제작비를 회수한 상태에서 제작 및 국내 서비스하는 순서다. 상업영화가 벌어들이는 수익 규모와 비교할 순 없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 꾸준히 이런 시도를 축적해나갈 계획이다. 와이낫미디어와의 협업은 뉴미디어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라고 해서 10대, 20대만 타기팅이 될 거라고 말하긴 힘들다. 로맨틱 멜로드라마를 중장년 여성들이 더 좋아하기도 하고, BL도 20대부터 40대까지 소비층의 폭이 넓다.
- 2023년 NEW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류승완 감독의 여성 버디액션물 <밀수>, 강형철 감독의 초능력물 <하이파이브>를 비롯해 김다미, 전소니 주연의 청춘 로맨스 <소울메이트>, 추창민 감독의 정치극 <행복의 나라>, 강동원 주연의 범죄 스릴러 <엑시던트> 등 기대작이 포진해 있다.
= <밀수>는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김혜수, 염정아 배우의 만남 등으로 워낙 기대가 커서 제작사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웃음) 후반을 아주 꼼꼼히 만지고 있다. 2023년 대형 영화들이 각각 개성이 강하고 장르도 제각각이라 내년 계획을 신중하게 정리 중이다. 우선은 모두 5월 이후로 좋은 배급 타이밍을 살피려 한다. 과거처럼 큰 영화라고 해서 명절 연휴에 다같이 격돌하는 식의 그림은 앞으로 점점 보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소울메이트>는 이미 후반까지 완성한 상황이고, 적절한 날짜를 계속 보고 있다.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 초반 마케팅 컨셉 등은 미리 준비해뒀다.
- 2023년 드라마 제작 상황은 어떤가. 스튜디오앤뉴와 별개로 계속해서 제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인가.
= 드라마쪽은 아직 공동 제작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인하우스 개념이나 자체 제작으로도 확장할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계열사간 시너지를 추구해 영화사업부의 기획을 스튜디오앤뉴가 제작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기존 라이브러리를 확장하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탄생한 프로젝트가 한재림 감독이 직접 각본을 다듬고 있는 <더 킹> 시리즈이고, 또 다른 작품으로는 허영만 작가의 <식객> 시리즈도 있다. 기획 단계이긴 한데 최초로 예능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같은 BL 장르라고 해도 장르에 편승해 작품성이 낮은 작품들도 많은데, NEW의 역량이 더해지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낼 수 있다. 명필름과 공동제작한 BL물 <따라바람>도 그런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산뜻한 컨셉으로 승부하는 중급 규모 라인업이 NEW의 한축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중소 규모의 허리급 영화 투자에 더욱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은데.
= 아무래도 가짓수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단순히 투자 상황의 문제만은 아니고 우리로서도 적절한 중소 규모의 영화들을 아직 잘 못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느낀다. 지난 2년간 투자 심사 진행이 어려우니 제작사 분위기 자체가 맹렬하게 준비하던 시나리오를 보류시키고 웹드라마나 시리즈 등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올빼미> 제작비가 약 90억원으로 중급 영화라기엔 규모가 큰 편인데, 기본적으로 사극에 밤 신이 많아 제작비가 상승한 경우지 <안시성> 같은 화려한 사극 액션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먼 작품 아닌가. 즉 컨셉이 확실히 엣지 있다면 작품 규모는 그다음 문제가 된다.
- 영화·콘텐츠의 유통 방식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고 제작비 상승 부담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앞으로 신작 투자에 있어 기준점이 달라질까.
= 코로나 이전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문화 소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어 해외 극장업자에게 파는 게 아니라 해외 OTT를 찾는 식으로 변화한 유통 방식이 자리잡고 있으니까. 그 속에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기본 기조는 결국 시나리오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변함없는 명제다. 물론 옛날에는 좀더 과감해질 수도 있었던 순간에 지금은 두번 고민하는 게 사실이고 2023년에도 업계의 위기는 지속될 테지만, 콘텐츠를 소구하려는 관객의 니즈 역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살펴야 한다. 위기를 기회 삼아 시장 전반에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결국은 작품 수와 규모보다는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