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3 시리즈⑦] 유종선 감독 ‘종이달’, “우리 안의 결핍과 기만을 파고든다”
2023-01-19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제작 KT스튜디오지니, 롯데컬처웍스, 슈퍼문픽쳐스 / 감독 유종선, 정원희 / 극본 노윤수 / 출연 김서형, 유선, 서영희, 이시우, 공정환, 이천희, 윤희석 / 채널 ENA, 지니TV / 공개 4월

가쿠다 미쓰요 소설의 판권을 구입해 신인 노윤수 작가가 각색한 10부작 드라마 <종이달>은 현재 채널 방송용과 OTT용을 구분해 편집까지 최종 완료하고 방영만 남겨둔 상태다. 일본에서 동명의 <NHK> 5부작 드라마와 영화가 나왔지만 한국 <종이달>은 원작을 영상화한 작품 중 분량이 가장 길어 어떤 디테일과 새로움을 가미했을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60일, 지정생존자> <어사와 조이>를 연출하고 <종이달>의 메가폰을 잡은 유종선 감독은 “약 2화 분량씩 각각 멜로, 범죄 스릴러, 심리극, 치정극, 로드무비적 성격을 부각해 매력을 변주해나갈 것”이라고 복합 장르적 매력을 예고했다. “원작이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하던 때를 배경으로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강조했다면, 2016년 한국으로 배경을 옮긴 이번 드라마는 동시대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한국 사회의 계급도를 부각한” 점도 돋보인다. <종이달>은 남편과의 불화를 견디던 가정주부 이화(김서형)가 저축은행에 취직한 뒤 연로한 부유층의 예금 심부름을 하면서 현금 횡령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신랄하고 영리한 면도, 순수하고 바보스러운 면도 있는 이화를 통해 배우 김서형의 적외선에서 자외선까지 모두 보여주겠다”는 것이 유종선 감독의 포부다.

<종이달>은 이화의 주변인들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특히 배우 유선, 서영희가 맡은 중학교 동창생들은 “누가 그나마 돈과 가장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혹은 누구는 이해할 수 있고 누구는 이해할 수 없는지 질문하게 하는 시청자의 리트머스지”로 활약한다. “돈을 써서 좋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듦으로써 해소하거나 돈을 극단적으로 아끼고 모음으로써 안심하는 양극의 군상 사이에 이화가 있다.” 이화가 사랑에 빠지는 연하의 영화감독으로는 신인배우 이시우를 발탁했다. 두 사람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기보다 그 뒤편의 각자가 이상화한 모습을 좇는 공허한 관계인 동시에, 장면에 긴장감을 감돌게 하는 케미스트리도 무시할 수 없는” 낯선 관계로 완성됐다.

사건과 대사만이 아닌 유려한 프로덕션을 통해 감흥을 전달하려 공들였다는 사실도 <종이달>을 기대하게 한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김서형 배우가 때로는 누벨바그영화 속 여자배우들처럼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출했다.”

유종선 감독이 꼽은 <종이달>의 관전 포인트

유종선 감독은 “격렬하게 응원하고 싶기도 격렬하게 비난하고 싶기도 한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캐릭터를 심도 있게 파고든 점”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의 첫 OTT 드라마이기도 한 <종이달>은 “플랫폼 드라마의 자유도에 힘입어 타인의 부정한 침실을 엿보는 영화의 관음적 욕망과 장르적 매력을 더욱 잘 살릴 수 있었던” 야심찬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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