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극 열풍
2023년은 다양한 채널에서 사극 시리즈 방영을 준비 중이다. 먼저 하반기 방영 예정인 KBS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거란이 고려를 침공한 1010년부터 귀주대첩으로 완승을 거둔 1019년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tvN에서 2월 초 방영 예정인 <청춘월담>은 박형식, 전소니, 표예진 주연으로 미스터리한 저주에 걸린 왕세자와 어쩌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천재 소녀의 로맨스를 그려낸다.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을 집필한 윤이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해시의 신루>는 집현전을 배경으로 천체를 좋아하는 왕세자와 미래를 보는 해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외에 이동욱, 김소연 주연의 tvN <구미호뎐1938>, 남궁민, 안은진 주연의 MBC <연인> 등 다양한 사극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풍경을 두고 김지하 MBC 드라마 프로듀서는 “정통 사극의 틀을 벗어난 퓨전 사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게 중요한데 MBC <옷소매 붉은 끝동>도 실존 인물을 두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강조했고 tvN <슈룹>에서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중전을 새롭게 보여줬다”며 추세에 관해 설명했다.
동시에 사극은 글로벌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지하 프로듀서는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를 넘어 사극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KBS <연모>도 제50회 국제 에미상 시상식에서 국내 최초로 텔레노벨라 부문을 수상했다. 전세계적 호응에 따라 사극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올해 한층 더 커진 사극 장르의 활기를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에 굴곡이 많아 극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고, 과거의 제한된 환경이 감정을 더 고조시킨다”며 인기 요인을 짚어냈다.
2. 시리즈물의 복귀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제작한 시리즈물이 돌아온다. 2021년 은밀한 사적 복수 대행 서비스를 다루었던 SBS <모범택시>가 이제훈, 김의성, 표예진, 장혁진, 배유람 등 주역 그대로 시즌2를 공개한다. 이어 시즌1, 2 모두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던 SBS <낭만닥터 김사부>도 시즌3로 돌아온다. 시즌2 종영 이후 2년 만에 한석규, 안효섭, 이성경이 전편의 재미와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예정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제작을 진행하는 홍성창 스튜디오S 제작국장은 “한국에서 시즌3까지 온 드라마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유일하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배우들이 드라마의 세계관을 진실되게 받아들이고 강은경 작가를 향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며 “시리즈는 이미 시청자의 공감과 이해를 얻은 상태에서 가치관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제작의 의의를 전했다. 이외에도 tvN <경이로운 소문> 시즌2와 넷플릭스 <D.P.> 시즌2도 2년 만에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3. 웹툰, 웹소설과 함께하는 IP 전성시대
지난해에 이어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양한 드라마·시리즈가 이어진다. 글 매미, 그림 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고현정, 염혜란, 나나의 출연 소식을 알리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김모미(고현정, 나나)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송 BJ로 활동하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웹소설의 영상화를 증폭시킨 <재벌집 막내아들>이 고공행진으로 막을 내린 후 2023년에도 그 열기를 이어간다. 먼저 웹소설 IP 기반의 사극 <꽃선비 열애사>는 하숙집 객주 이화원의 주인 윤단오(신예은)와 비밀스러운 하숙생 꽃선비 3인방의 예측 불가 로맨스를 선보인다. <꽃선비 열애사>를 제작하는 김희열 팬엔터 부사장은 “원천 IP 의존도가 높은 지금 웹툰보다 전개 속도가 빠른 웹소설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짧은 글을 통해 독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장르 성격상 서사 구조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다만 글로 모든 것을 묘사해야 해서 캐릭터 설명이 구체적이고 풍부하다”며 IP로서 웹소설이 가진 장점과 특징을 설명했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화도 여전히 뜨겁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된 <국민사형투표>는 1억3천만 조회수를 기록 중인 작품으로 박해진, 박성웅, 임지연의 출연을 확정하며 드라마화 소식을 알렸다. 김희열 부사장은 “웹툰 IP 선정에 있어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공감성과 전개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할지라도 시청자가 자신을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주요 핵심이고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여지가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라며 <국민사형투표>를 드라마로 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4. 편성 변화
드라마·시리즈 산업에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도 있다. 먼저 KBS는 올해 잠정적으로 수목극 편성에 휴지기를 갖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1월2일 공개한 정용화, 차태현 주연의 <두뇌공조>도 월화극으로 편성을 바꿨다. 수목극이 방송가의 황금시간대인 만큼 KBS의 파격적 결정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수목극 시간대에는 지난 2021년에 종영한 <연모>가 방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해 수목극 시청률 부진이 꼽힌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와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시청률 1~2% 사이를 전전했고, <징크스의 연인>은 3~4%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강규원 KBS 편성팀장은 “외부적으로 파격적인 결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KBS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내용이다. 외부 콘텐츠 제작사와 비교하면 투자 대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영방송사라는 정체성도 콘텐츠 확장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한 스토리 소재나 구성, 연출과 언어 표현 등을 OTT 시장만큼 자유롭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당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방송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MBC 드라마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편성 공백을 채우기 위해 새 시리즈를 급하게 방영하는 것보다 제작 중인 작품을 질적으로 보완하거나 더 나은 콘텐츠를 발굴해 방영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레거시 미디어에도 기존의 편성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의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