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민수 PD,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연출
드라마 <풀하우스>로 만났을 때 놀랐다. 그렇게 연기를 잘할 줄 몰랐다. 원로 배우들과 연기 이야기를 하면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정극 같은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면 눈물이 나는 게 당연하지만, 사람마다 취향도 웃는 포인트도 다르다 보니 코미디 연기는 대중을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감정을 강요하더라도 어느 정도 너그럽게 이해하는 정극보다 시청자의 태도도 더욱 단호하다. 더군다나 미술이나 촬영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무조건 배우 본인이 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 <풀하우스> 초반부터 송혜교씨는 전반적인 코미디 수위를 맞추는 역할을 해줬다. 자칫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극을 이끌었다.
덕분에 초반부터 이 드라마가 어떤 질감과 호흡을 갖고 있는지 정리가 됐고, 2~3회 이후 상대 남자배우도 코미디 연기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자신이 다른 배우를 리드하다가도 선배 배우와 호흡할 땐 베이스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정말 섬세했다. 촬영장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있을 만큼 성실했고, 신 연결을 위한 헤어와 메이크업 수정을 스스로도 할 수 있을 만큼 프로페셔널한 면모도 보여줬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배우를 그때 처음 봤다.
그러다 송혜교씨와 정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한 작품이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내 기억에 <그들이 사는 세상>은 노희경 작가 드라마 중 30대가 아닌 20대가 주인공인 첫 작품이었고, 이른바 핫한 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대사의 뉘앙스나 0.1초의 호흡 차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송혜교씨는 디테일하게 잘 소화해줬다. 뿐만 아니라 노 작가의 대본은 화면의 디테일을 잘 채우는 것도 중요한데 이 역시 송혜교씨가 잘해냈다.
<더 글로리>를 보고 송혜교 배우의 ‘재발견’이라고들 하는데, 그는 원래부터 뛰어난 배우였다. 연출 디렉션의 아주 자그마한 부분까지 포착해서 자신이 어떻게 감정을 계산하고 운반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현장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까지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옆에서 지켜봤던 송혜교씨를 떠올려보면 <더 글로리>처럼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유철용 PD, <올인> 연출
<올인> 이전에 <납량특선 8부작: 공포의 눈동자>라는 작품도 함께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정말 성실하고 감정적인 매력이 겸비된 배우였다. <올인>의 수연처럼 드라마틱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배우로 그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드라마 현장이 힘들었기 때문에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촬영했는데 단 한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의연하게 연기했다. 워낙 대인 관계가 좋은 배우라 주변 스탭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언제든 어디서든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다.
배우 최희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출연
<가을동화>부터 (송)혜교 언니의 드라마를 꾸준히 봐온 ‘찐팬’이었다. 처음 작가님 작업실에서 언니를 만났다. ‘송혜교다!’ 나는 얼어 있었다. 그런데 언니가 다가와서 “희서씨, 저 팬이에요~!”라고 하는 거다. 그때 손가락, 발가락에서부터 소름이 쫙 돋았다. 처음 보는 동생 배우에게 훨씬 선배인 배우가 선뜻 그런 말을 해준다는 게 너무 감사했고, 그날 두번 세번 반했다. 드라마의 공식적인 시작은 전체 대본 리딩이다. 나는 신인으로서 일찍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20분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대회의실 안에 혼자 덩그러니 혜교 언니가 앉아 있는 거다. “선배님들 오시기 전에 내가 먼저 와 있으려고~.”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그 정도 급이 되는 배우가 리딩 시간에 이렇게 일찍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감동받았다. 작품을 향한 태도와 스탭을 존중하는 마음이 6개월 동안 변함없었다. 언니와 함께하면서 진정한 리더십이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현장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후배에게 직접 조언을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먼저 현장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스탭과 배우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진짜 작품의 주인 같았다. 그렇게 고요하면서 우아한 리더십은 처음 봤다. 사람과 작품을 대하는 기품 있는 태도가 연기와 평소 생활에도 묻어난다. <더 글로리>를 보면 그동안 보여줬던 리더십과 기품, 겸손한 태도가 심지 곧은 문동은 캐릭터에도 묻어난다.
이정향 감독, <오늘> 연출
그녀는 생색내지 않는다. 이 점은 기승전 잘난 척인 내가 꼭 배워야 할 성품이다. 2011년 초, 영화 <오늘> 때다. 약수동 옥탑방에서 촬영하던 날, 그 집의 갓난아기도 배우로 섭외했다. 극 중 엄마 배우가 안고만 있으면 됐다. 혜교가 그 엄마 배우를 인터뷰하는 장면이라서, 아기는 잠만 자면 되는데 배우가 안으면 잠에서 깨 울기 시작했다. 어르고 달래도 그치질 않았다. 일 보러 나간 진짜 엄마가 달려와 토닥이면 눈물을 달고 잠이 든다. 그러다가 엄마 배우가 안으면 또 깨어나 운다. 궁여지책으로 혜교한테 맡겼더니 아기가 조용해졌다. 엄마 배우 품에 가면 또 칭얼대고, 혜교 품에 오면 조용해지고, 또 저 품에 가면 울고…. 겨울 해가 짧아 시간에 쫓겼지만, 아기가 숙면에 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미션은 오직 우리의 송혜교만 수행할 수 있기에 그녀가 아기를 품에 안고 두 시간 가까이 토닥였다. 초상화 모델처럼 한 자세로 버텼다. 아기가 배우 품으로 옮겨져도 깨지 않을 때까지 그녀는 팔의 위치도 바꾸지 않았다. <오늘>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송혜교의 연기는 완벽했다. 사람의 능력은 계단식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내 눈엔 그녀가 <오늘>에서 수직 상승했다. 고마운 일이다. <더 글로리>에서 또 한번 수직 상승했다. 이번엔 더 높이 솟았다. 이제 그녀가 좀 쉬면 좋겠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많이 웃기를. 그러다 날개를 단 듯 또 높이 비상하겠지, 혜교라는 배우는. 우리의 송혜교는.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두근두근 내 인생> 제작
송혜교 배우는 성실하다. 20년 동안 그를 알아오면서 적어도 세번은 반한 것 같다. 처음에는 완벽한 미모에, 그러다 소탈한 성격에, 결국은 끝없는 노력에 반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 때 택시 안에서 아이가 죽는 장면을 찍을 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감정 연기를 할 때 테이크가 너무 많이 가면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혜교는 끝까지 연기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아역배우를 배려하고 주변을 챙기기까지 했다. 한번도 그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을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잡음 하나 없이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현장에 임하는데 그 모습이 한결같다.
<더 글로리>로 장르물에 도전하고, 복수 하나만 바라보는 처절한 인물을 메마르고 처연하게 표현해내는 그를 보며 참 반가웠다. 매 작품에 그러하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피폐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성실한 자세로 하나하나 고민했을까, 자연스레 그려졌다. 시선을 끄는 외모와 로맨스 장르물에 대한 각인, 그 선입견을 넘기 위해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더 성실하게 노력해온 배우가 아닐까.
불평하고 게을러지기보다, 도전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는 것을 선택한 그야말로 제대로 준비된 배우라 생각한다. 그에게 새로운 도전할 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제작자도 게을러지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만드는, 멋진 배우다.
배우 차주영, <더 글로리> 출연
<더 글로리>를 통해 가까이에서 본 혜교 언니의 연기는 멋있음, 그 자체였다. 특히 언니 특유의 담담한 톤, 원래도 좋아했는데 실제로 들으니 더 좋았다. 그 속에는 슬픔도 있고, 애교도 있다. 상당히 여성스러운 느낌도 있어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도 한다. 함께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동은이네, 그냥 동은 자체네”였다. 언니의 눈을 보고 있으면 너무 슬펐다. 혜정이었음에도 그랬다. 파트2에서는 언니가 동은의 아픔이 너무나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연기를 해냈다. 친한 사이에 느끼한 말을 전하기 뭣해서 “너무 잘 봤다, 멋있다” 정도의 담백한 감상평을 전했는데, 실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이렇게나 고생했네, 언니 정말 외로웠겠다. 힘들었겠다. 언니를 너무 응원해.”
배우 김히어라, <더 글로리> 출연
오래전부터 송혜교 배우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가 많은 얼굴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화보만 보아도 전과 다른 표정과 스타일링을 선보이면서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나를 포함한 많은 대중이 송혜교 배우와 긴 시간을 함께했지만 아직도 그에게서 보지 못한,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무궁무진함은 배우의 숭고한 자산이다. <더 글로리>를 함께하면서 송혜교 배우로부터 많이 배웠다. 민낯으로 동은을 묘사하고, 평소 쓰지 않는 호흡을 마지막까지 활용해내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넓혀가는 것이 곧 자신을 표현할 수단이 많아진다는 의미임을 그를 통해 깨달았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멈추지 않는 모습을 닮고 싶다
박신우 PD, <남자친구> 연출
내게 송혜교라는 배우는 두 가지 지점에서 경이로웠다. 하나, 그녀의 꾸준한 성실함. 단 한번도 늦는 일이 없고 현장의 변수나 상황과 무관하게 자신이 제일 먼저 준비를 한다. 경력이 찰수록 쉽지 않은 일이고 스타들에겐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미 스물도 되기 전부터 스타였고 대부분의 스탭들보다도 베테랑인 송혜교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했다. 그것은 내가 ‘경이롭다’는 표현을 쓸 만큼 이 업에서 드문 일인데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매번 성실했다. 둘, 미시적인 수준의 섬세함. 현미경으로 촬영하고 싶은 배우다. 카메라로는 담아내지 못하는 작고 섬세한 표현이 넘치는데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세세한 호흡들이 카메라를 통해서는 무심하게 뭉쳐지고 말아 안타까웠다. 뭉툭하게 전달하는 디렉션도 날카롭게 하나하나 정성어린 감정을 담아 표현해준다. 단언코 가장 진정성 있고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포착하고도 전달하지 못해 자책했던 기억이 함께했던 작품의 신과 컷마다 빼곡하다. 이 두 가지 경이로움이 내게는, 익히 알려진 송혜교의 미모보다 인상 깊었다.
물론 긴 시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바, 송혜교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배우다. 그러나 그보다 그녀가 일터의 동료로서 보여주는 태도와 작업이 인상 깊었고 내게 송혜교라는 사람을 보다 각별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