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더 글로리’ 김히어라, “사라의 배경엔 부모의 올바르지 않은 사랑이 내재했던 것 같다”
2023-03-23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 사라가 직접 드러내지 않는 전사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 사라가 외부적 의존도가 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 담배와 술을 항상 가까이 두고 마약에도 중독되고. 파트1엔 남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걸 암시하는 장면도 있고 어렸을 적 본드를 흡입했다는 대사도 있다. 삶의 의지가 크지 않은 이 친구가 왜 이런 것들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보면 그 바탕엔 부모의 올바르지 않은 사랑이 내재했던 것 같다. 링거 이모도 찾아주고 토마토 주스도 갈아주지만 어떤 부모가 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마약을 하도록 내버려둘까. 사라는 그런 점의 결핍을 지녔다. 하지만 안길호 감독님과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라의 행동에 대한 모든 이유를 찾아주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라의 선택과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궁극적인 목적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라는 가해자일 뿐이고 관객이 동은의 입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니까.

- 의외로 사라와 혜정의 우정 모먼트를 환호하는 사람도 많다. 단체 채팅방에서 혜정의 말에 유일하게 답장해주는 사라와 유치장 갇힌 사라를 유일하게 찾아온 혜정이 사이엔 나름의 감정선이 있던 걸까.

= 둘의 케미가 좋다고 많이들 해주시더라. 사실 연기할 때에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파트2에 사라가 연진이의 학창 시절을 폭로하기 위해 동영상을 올리던 중 혜정이가 와서 손명오 장례식 부조를 얼마 해야 하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때 사라가 “모욕도 욕”이라며 혜정이에게 말로 상처를 준다. 당시엔 각각의 장면만 모니터를 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보니 그제야 혜정이의 표정이 보이더라. 마음 상한 혜정이 “나 너한테 옷값 주려고 했는데…” 하는 순간 ‘힝… 사라야 좀 들어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그런 호흡과 관계성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 실제로 사라처럼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연기와 노래, 미술까지. 자신의 내적 감각을 밖으로 표현하는 활동들과 가깝다.

=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의견이 명확하고 감정 상태를 빨리 캐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기 때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진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겐 가까운 곳에 죽음이 많았다. 가족부터 학교 친구들까지. 그런 것으로부터 나도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아주 어렸을 적엔 길 가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며 걷기도 했다. “그럼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요?” 물으면서. 나중에 심리치료 시간을 가져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하더라. 이런 복잡한 감정 표현을 절제하면서 살다보니 마음 깊은 곳에 켜켜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고 노래를 부르고 미술을 하면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활로가 나의 일이 된 것에 너무 감사하다.

- 김히어라 배우를 두고 초반에 많이 나온 반응 중 하나는 “이 배우가 이 역할이었어?”였다. 2021년 매체 연기를 시작한 후로 <괴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배드 앤 크레이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다양한 역할을 그려왔다.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천의 얼굴’을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쓰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 대본 분석, 연출자와 대화, 개인 연습 등 많은 게 중요하지만 현장에서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분석하고 준비를 해도 촬영 당시 잘 표현하지 못하면 그건 분석가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한 인물을 연기할 때 나의 관점으로 캐릭터의 내외적 성향을 간파하고, 또 그를 둘러싼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이 사람을 생각해보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다른 배우들과의 상호 호흡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결국 작품은 협업의 결과이니까.

- 한창 <경이로운 소문2>를 촬영 중이라고.

= 맞다. 이번에도 악역이긴 하지만 어떤 죄를 저지르기보다 초능력과 판타지성으로 연기하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더 편한 부분이 있다. 애니메이션 악당 같달까. (웃음) 이번엔 액션 신도 많다. 이전부터 뮤지컬을 해와서 몸 쓰는 일에 익숙하지만 액션은 또 다른 장르더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 중인데 무척 재미있다. 덕분에 이렇게 멋진 쇼트커트도 해보고!

김히어라의 스타일리시한 순간

“사라의 스타일링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사라는 미술에 뛰어난 친구다보니 스타일리시할 테고 혜정이가 눈독 들이는 멋진 옷을 찾아내는 눈이 좋을 것 같았다. 다만 명품을 정석으로 각 잡히게 입는 연진이와 달리 조금 더 자유롭게 소화하는 게 어울려 보였다. 그래서 셔츠 하나를 입더라도 나른하게 풀어지듯 보였고 로브도 기장이 긴 것을 선택했다. 교회에 가거나 전시회를 열 때에만 엄마가 원하는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사라의 성향에 맞춰 옷 입는 게 매일매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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