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철저한 고증의 VFX,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가 말하는 ‘더 문’ 제작기
2023-08-04
글 : 이우빈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미스터 고>부터 <신과 함께> 시리즈, <더 문>까지 김용화 감독의 VFX 세계를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그는 일전에도 <유랑지구><승리호> 등 우주 배경 영화의 VFX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더 문>의 우주와 달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과제였다. VFX의 상상력과 아날로그 촬영의 균형을 유지하며 극의 현실성을 해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의 영상 콘티를 사전 제작하는 프리 비주얼 단계부터 작품이 극장에 걸리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 지구에 당도한 <더 문>의 VFX 제작기를 들어봤다.

실제 우주를 재현하다

<더 문> VFX 작업 전후를 비교한 사진

<더 문>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우주의 모습을 택했다. SF 판타지가 아니다. “달 전체는 우리가 만든 이미지다. 다만 상상력에 기반하기보단 실제 우주의 모습을 최대한 상세히 재가공한 쪽에 가깝다.” 이에 미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하는 실제 별과 달 표면의 사진을 참고했다.

돌비 비전 포맷의 장점을 살려 우주의 칠흑 같은 어둠을 보여주는 것 역시 <더 문>의 목표였다. 4K 돌비 비전의 압도적 선예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른바 ‘리얼 블랙’의 구현은 이에 대조되는 태양의 쨍함까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낸다.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충돌과 폭발의 이미지도 현실의 범위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유성우는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지구와 달리 대기 중의 연소로 인해 꼬리가 형성되는 일도 없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유성우의 이동 궤적이 카메라에 담기면 안됐다.” 이에 <더 문>의 유성우 낙하는 모션 블러나 빛의 점멸 등 이전 우주영화들과는 색다른 표현법을 택하게 됐다. 불꽃이 이는 폭발 장면들도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대기가 없는 우주에선 우리가 흔히 아는 폭발 시의 먼지구름이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기체의 움직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했다.

우주의 현실성을 위해선 고도의 기술력도 필수다. “<더 문>의 VFX 기술력은 원론적으론 할리우드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다. 투입되는 비용과 인력에서 비롯하는 상세 묘사에서 차이가 있는 정도다.” 4K로 달의 질감을 하나하나 렌더링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미스터 고> 때부터 구축해온 빅데이터와 렌더 팜(3D 렌더링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구성한 컴퓨터 묶음) 설비를 발전시켜온 결과다.

모든 빛을 통제한 암실

<더 문> VFX 작업 전후를 비교한 사진

<더 문> 스튜디오는 사방이 검은 천으로 둘러싸였다. 흔히 SF영화의 VFX 작업을 위해 쓰이는 그린·블루 스크린과 달리 검은 천은 VFX 작업 시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기 무척 어렵다. 조명도 아주 강한 키 라이트(영화 조명에서 주가 되는 광원) 하나만 태양빛 대용으로 설치했다. 키 라이트와 더불어 필 라이트, 백라이트 등 다수의 조명기를 대동하는 보통의 영화 촬영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VFX 작업을 통해 우주, 달의 광원과 광질을 극한으로 재현하기 위해선 검은 천으로 조명 빛을 흡수하고 여타 간접광은 모두 제한해야 했다.” 이로써 <더 문>은 달 표면의 작은 그림자, 심지어 우주복 헬멧의 전면 유리에 반사되는 빛과 이미지까지 모조리 통제할 정도의 디테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리적 촬영, 조명, 미술 기법과 VFX 작업의 조율도 중요했다. 이를테면 달을 걷는 장면을 촬영할 땐 스튜디오에 월면토를 깔고 배우는 그 위에서 월면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덕분에 실제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월면토의 질감과 방향성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바닥에 크로마키가 깔려 있었다면 빛의 반사나 바닥 재질 탓에 현실감 있는 달 표면의 구현은 어려웠을 것이다.”

<더 문>의 우주는 적외선 흑백 카메라와 컬러필름 카메라를 동시 사용해 얻어낸 <애드 아스트라>의 맑은 질감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밤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서 밝은 조명을 사용한 <퍼스트맨>의 방법론에 가깝다. 전체적인 톤이 어둡고 빛의 대비가 강한 달의 대기를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엔 광활한 사막이 없다. “새만금 같은 활지에서도 촬영을 고려해봤는데 한국의 흐리고 습한 날씨 탓에 도저히 월면의 푸석한 질감이 구현되지 않았다. 검은 천으로 둘러싼 스튜디오가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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