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내고 싶었다”, “잘 만들고 싶었다”. 홍주희 미술감독이 <더 문>의 프로덕션 디자인 제작기를 설명하며 가장 많이 건넨 말이다. 그는 이미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본 적 없는 젤리와 악귀의 세계도 구현해봤고 영화 <형사 Duelist> <음란서생> 등을 통해 경험한 적 없는 조선시대를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누구도 가본 적 없고 답사조차 불가능한 달과 우주를 그리는 일은 다른 차원의 도전을 요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며 우주영화를 만들었다는 김용화 감독의 전언처럼 홍주희 미술감독 또한 무엇 하나 넘치지 않되 관객들이 진짜 같은 우주를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지구 밖 낯선 공간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더 문>의 주조 톤은 설정되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되는 컬러는 태양빛의 골드다. 한국항공우주국(KASC) 본부의 조명과 유니폼, 우리호의 태양 계기판 모두 금빛을 띤다. “태양 계기판은 고증에 의한 것이다. 실제 금박이 열차폐에 가장 용이한 색이다. KASC 본부는 나사 본부와 달리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 우드 패널이나 따뜻한 느낌의 조명을 인테리어에 자주 사용했다.”
나사 본부에는 차갑고 냉정한 느낌을 세트 디자인에 반영했다. 한색 계열의 나사 세트에서 문영(김희애)이 입는 버건디 컬러의 나사 유니폼이 유독 눈에 띈다. 이 유니폼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순간마다 의도적으로 붉은색을 활용했다. 이 장면의 문영도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재국(설경구)과 선우(도경수)가 슬픈 기억을 회상하는 플래시백에도 해질녘의 붉은색이 내리쬔다.”
달 전용 얼음 시추기와 월면차는 전문기관의 자문과 미술팀의 상상력이 결합해 탄생했다. “1969년 이후 어떤 유인 우주선도 달에 가지 않았고, 때문에 세계 각국이 달에 간 인간을 상상하며 그려둔 청사진이 전부 달라 애를 먹었다. 여러 자문기관이 ‘근거를 갖고 상상한 것은 전부 이루어진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건넸다. 시추기의 경우 남극의 얼음 시추기를 모티프로 새로 디자인했다. 월면차 또한 실제 달에 간 적 있는 월면차의 디자인을 참고했다. 처음에는 물리적 지식이 없어 괴로웠는데 모두가 우리의 상상력을 환대해주어 즐겁고 뭉클했다.”
선우가 달을 탐사하는 동안 재국은 우리호의 사령선을 정비하기 위해 애쓴다. 짧게 스치는 장면이지만 미술팀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재국이 화이트보드에 펼쳐둔 사령선의 배선도는 실제 우주국 직원들의 수리 방식을 본뜬 것이다. 재국 뒤의 사령선 모형 또한 3D 프린팅을 활용해 부품 하나하나를 전부 구현해냈다.”
재국과 한별의 근무지이자 재국의 칩거지인 소백산 천문대는 실재하는 공간이다. 홍주희 미술감독은 이곳이 곧 재국이라 생각하고 디자인에 임했다. “자발적으로 들어간 감옥에서도 재국은 우주를 꿈꾸었을 것이라 생각해 가장 마음이 쓰였다. 실제 소백산 천문대 외관의 자연 풍경을 영화에 반영하려 했다. 목가적이고 고풍스러운 천문대의 외관과 자연환경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의 의미를 재선사해줄 것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