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그 인물 그 대사 이렇게 완성됐다’, 배우들이 돌아보는 <무빙>의 캐릭터, 명장면
2023-10-12
글 : 씨네21 취재팀

고윤정

“17:1 싸움 장면에서 가장 고민한 건 희수에게 재생 능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픔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느 정도로 아픔을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강풀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지난해 10월 말에 찍은 거라 날씨도 춥고 바람이 계속 불었다. 몸 곳곳에 묻힌 진흙이 자꾸 굳어버려서 계속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촬영했다. 함께한 배우 분들, 액션팀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류승룡

“조직폭력배 시절의 주원은 의도적으로 사고를 내서 합의 비용을 받는 등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만 이를 사용했다. 자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던 조직폭력배 시절의 그는 몸보다 오히려 마음에 상처가 더 많은 인물이었다. 주원을 연기하는 동안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속은 여리고 흉터 많은 인물이라는 괴리에 대해 늘 고민했다.”

한효주

“나의 엄마를 자주 떠올렸다. 엄마가 보여준 헌신을 이미현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내고 싶었다. 아들인 (이)정하 배우가 맑고 예뻐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했다. 서로 엄마, 아들 호칭으로 부르며 많이 가까워졌고 지금도 서로를 그렇게 부른다.”

이정하

“봉석이 희수를 만나기 전후로 달라지는 것을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삼았다. 초반에는 무거운 가방을 늘 메고 있는 것처럼 감정을 억누른 채 단지 희수를 걱정할 뿐이지만 이후에는 자신을 숨기지 않고 희수에 대한 감정도 걱정하는 마음에서 더 나아가 지켜주고 싶다는 적극적인 형태로 변한다.”

차태현

“내러티브 전개상 전계도의 등장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범하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소심함, 아버지와의 소원한 관계 등 인물이 가진 타고난 지점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초능력자가 아닌 직업인 번개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번개맨을 공연하는 실제 배우 분들께 노래와 안무를 열심히 배웠다.”

김도훈

“기수가 주는 스트레스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초능력을 발현할 때 혹시 강훈이 악인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도훈은 아버지로부터 초능력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었고 요원으로 선발되기 위한 책임감도 갖고 있다. 폭력성보다는 순간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고등학생다운 미성숙함이 드러나는 장면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김성균

“물대포 장면은 지난해 11월에 찍었다. 추운 밤에 비를 맞고 있자니 어느 순간부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윤영을 연기한 박보경 배우가 감정을 올려주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강훈이를 생각해요, 라는 한마디. 윤영의 그 대사가 재만과 나를 움직였다.”

문성근

“좋은 편에 인물 수도 많고 배우들도 짱짱하니(웃음) 대립축인 나쁜 편으로 기능하려면 확실히 강렬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을 시대의 잔재가 아니라 다수파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인물 스스로 확신을 갖고 살았으리라 본다.”

무빙의 멜로적 순간들

한효주

“20대 요원으로서의 이미현, 엄마인 이미현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목소리, 말투, 비주얼을 많이 고민했다. 서로 다른 목소리와 말투를 연습했는데 그 차이가 잘 묻어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두식과의 로맨스는 전적으로 나보다 조인성 배우의 몫이다. 나는 인성 오빠를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웃음)”

류승룡

“다양한 의미에서 길치였던 주원에게 지희는 빛이자 이정표, 새로운 길이 되어준 사람이다. 목적 없이 방황하던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준 지희를 위해 주원은 자신의 목숨도 아깝지 않은 듯이 사랑했다. 그래서 지희를 잃게 되었을 때는 인생과 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사람처럼 연기해나갔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사랑이다.”

곽선영

“주원과 지희의 사랑이 올드하거나 진부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순수한 그 시절 어른들의 사랑이 너무 좋기만 했다. 그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인물의 모든 말과 행동에 진심을 담으려 했다.”

그들 각자의 정치

김신록

“나는 여운규에게 ‘지방 출신 여성’이라는, 어지간해서는 그 시절 살아남기 어려운 장애요인을 설정했다. 여운규는 자신의 여성성과 지역색을 거세하기 위해 20부 내내 바지만 입고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용준의 죽음과 함께 20부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여운규는 처음으로 치마를 입고 등장한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터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여운규도 비로소 새로운 시대로의 ‘무빙'을 택했다.”

김종수

“안기부에서 근무했으나 지금은 학교 수위로 위장한 황지성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지점을 찾아야 했다. 타인의 시선 속에 있는 황지성과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의 황지성 정도로 표현하면서 과하지 않게 드러내려 했다.”

김국희

“나주는 프랭크가 자신을 투시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첫 등장부터 미용사답지 않은 기운을 드러낸다. 다만 그 밖엔 평범한 미용실 원장처럼 보이길 바랐고, 미용사였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나주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었다.”

김희원

“학교 담임이자 국정원 요원인 그는 처음에 학생들을 그저 요원 지망생 정도로 여기다가 나중엔 그들을 진정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서도 숙고한다. 의심스러워 보였다가 아이들을 아끼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신경 썼다.”

유승목

“조래혁은 수탐이 아주 뛰어난 캐릭터다. 느낌과 촉이 뛰어난 냉혹한 캐릭터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모든 감각이 예민한데, 하필 비염이 있다는 설정을 덧붙여 자연스레 킁킁거리는 습관을 가진 인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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