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1호 [기획] 주목해야할 올해의 단편, 칸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부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터 신작까지
2023-10-20
글 : 조현나
27

올해 BIAF를 찾은 단편 애니메이션들 역시 예년만큼이나 빛나는 수작이 다수 포진돼있다. 그 중 눈에 띄는 10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먼저 플로러 언너 부더 감독의 <27>은 2023년 칸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을 동시 수상하면서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27살의 주인공 앨리스는 독립하지 못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데, 무료한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쾌락의 세계에 빠져든다. 나른하게 환각을 즐기는 그의 시선이 감각적으로 묘사돼있다.

플러터

디즈니와 픽사 출신 애니메이터들의 신작에선 공통적으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아담 레비 감독의 <플러터>에서 벌새 제리는 동료들보다 한참 큰 덩치 탓에 은연 중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나 끝내 자신의 힘으로 동료들을 위기에서 꺼내오는데 그 과정이 긴박감 넘치게 그려진다. 앤드류 체스워스 감독의 <씩씩폭폭>은 1940년대 서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신선함과 추억의 감상을 동시에 안긴다. 몸집이 작은 탓에 노선에서 밀려났던 기차가 <플러터>의 제리와 마찬가지로 결국 위험에 노출된 승객들을 무사히 구출한다. 단점으로 치부됐던 자신의 일부를 주변인들이 수용하게 되는 인물의 상황이 깊게 와닿는다. 한편 <더 로스트 씽>으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의 제작자 앤드류 류히만 감독의 신작 <새가 되고 싶어>도 BIAF를 찾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선호를 파악하고, 감정을 공유하려는 인물의 애틋한 마음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섬세하게 묘사된다. 이중 미샤 엘스워스 감독의 <리틀 티>는 조금 다른 결의 애니메이션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발현된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여정을 그렸는데, 작품을 보다보면 알렉시스의 변화를 함께 응원하게 된다. <목소리의 형태>로 국내에도 팬층을 보유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신작 <기억의 정원>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옛 연인과의 추억을 상기하고 떠나보내는 인물의 감정을 담아냈다.

길 건너에서 만나요

국제경쟁에 오른 한국의 단편 애니메이션들 역시 각자의 주제의식과 개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파도를 걷는 소년>의 각본을 쓰고 꾸준히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정유미 감독의 <파도>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시공간의 경계를 느슨히 하며 명경과 우주의 삶을 엮는 전다현 감독의 <안녕, 우주>, 배경 문제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소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정해지 감독의 <길 건너에서 만나요> 모두 감독 특유의 필치로 몰입감을 높인다. <너구리와 손전등>으로 제20회 BIAF에서 본상-네티즌 초이스상을 수상하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2018 학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김한나 감독의 새 단편 애니메이션도 소개된다. <이상하면 어때? 특이하면 어때?>는 독특한 행동으로 눈초리를 받던 두 아이가 서로의 이상향을 공유하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내용이다. 사회적 이슈를 적시하면서도 따뜻한 손길을 잊지 않고 내미는 작품의 정서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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