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한 로드 레이지에서 착안한 이야기다. 로드 레이지가 촉발한 감정을 어떻게 시리즈로 옮기려고 마음먹었나.
= 내가 경험한 로드 레이지는 좀 재미난 일이었다. 자동차란 말 그대로 비눗방울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비눗방울을 타고 움직이지만 다른 사람의 비눗방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잖나. 상대방의 비눗방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정하고 아는 척할 뿐. 로드 레이지를 겪었을 때 자동차가 삶 전반에 대한 소우주란 생각이 들었다. 로드 레이지를 도발적인 사건으로 쓰고 싶었고, <성난 사람들>은 분노로 시작해서 점점 더 많은 다른 감정을 분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로드 레이지를 다루는 첫 에피소드는 대니(스티븐 연)의 복수로 끝난다. 수리공이라 소개하고 에이미(앨리 웡) 집에 들어간 대니는 화장실 바닥에 소변을 아무렇게나 눈 뒤 달아난다. 달리는 대니의 얼굴은 즐거움으로 가득한데 재밌는 점은 뒤쫓아오던 에이미도 대니의 차량 번호를 외우면서 묘한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 목적 없는 삶을 살면서 내적으로 방황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에이미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과 대니에게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잃어버린 목적의식을 되찾는다. 그래서 추격이 다소 행복하고 즐거운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처럼 웃는다.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과 살면서 겪는 비극적인 일도 때때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 <성난 사람들> 이전에 <투카 앤 버티>란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스티븐 연, 앨리 웡과 협업했다.
= <성난 사람들> 기획 단계부터 스티븐과 앨리와 함께 작업했다. 넷플릭스와 계약하기 전부터 두 사람은 <성난 사람들>의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 덕분에 내가 두 사람을 위한 캐릭터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니, 에이미 캐릭터가 두 배우에게 꼭 맞는 건 배우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끊임없이 협력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글을 써서 건네면 두 사람이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우리만의 협업 방식이 캐릭터들에게 일종의 불꽃을 일으킨 것 같다. 이런 협업은 시리즈 업계에서 매우 드물고 특별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에이미와 대니의 죄책감과 불안은 각각 검은 마녀와 검은 까마귀 이미지로 표현된다. 두 사람의 내면의 불안을 검은색으로 표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내가 그렇게 표현한 줄도 몰랐다! 대니의 까마귀는 상징으로 쓰고 싶었고, 에이미의 마녀 이미지는 어린 시절에 읽은 많은 어린이책에서 비롯된 듯하다. 까마귀와 마녀는 내가 의도를 갖고 표현한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내 삶에 축적된 몇 가지 이미지, 마녀와 까마귀, 공허, 땅 같은 것들을 택했고 이것들이 서로 반향을 일으킨 듯하다.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런 상징들은 모두 흰색과 검은색이다. 대니와 에이미 두 캐릭터는 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허와 허무 같은 감정들을. 검은색은 확실히 이런 종류의 감정을 잘 포착하는 것 같다.
- <성난 사람들>엔 검은 상징들이 등장하나 화려한 색도 많이 쓰였다. <기생충>에서는 물이 재앙을 불러온다면, <성난 사람들>에선 불이 파국을 가져온다. 극 초반에 불을 피워 가스중독으로 자살하려고 한 대니는 에이미의 차를 불태우다 결국 자신의 집을 불태운다.
= 흥미롭게도 스티븐 연의 최근 두 영화, <미나리>와 <버닝>에도 불이 등장한다. <성난 사람들>은 스티븐의 ‘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웃음) 까마귀와 블랙처럼 내가 끌렸던 요소 중 하나에 불도 있었다. 되짚어보면 불의 파괴력이 마치 불사조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듯하다. 불사조는 다시 일어나려면 불에 타서 재가 돼야만 한다. 이러한 불의 상징성은 고대문학에서도 발견된다.
- 대개 사람들은 극 중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에이미에게 말하는 조언처럼 진실을 묻어두려고 한다. 하지만 <성난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지만 쉽게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감정인 불안과 분노, 죄책감, 부끄러움 등을 포착하려 했다.
= 처음 <성난 사람들>을 기획할 때 심리학자 칼 융의 말, “인간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 깨닫는 게 아니라, 어둠을 의식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를 떠올렸다. 나는 두 사람이 가진 내면의 어둡고 추악한 면을 많이 드러내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두 사람이 서로 닮았음을 깨닫게 하고자 했다. 이런 연결 속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듯 결점을 가진 다른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니와 에이미는 여전히 형편없지만 마지막 순간 서로의 옆에 존재한다. 우리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은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머무는 것이다. 이 점이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
이성진 감독과 LG OLED
- LG 올레드 Pose′ (포제)를 옆에 두고 인터뷰 중인데 이성진 감독도 집에서 LG OLED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
= 맞다. 내 LG OLED는 77인치인 것 같은데, 어쨌든 같은 모델이다.
- 실제로 써본 LG OLED는 어땠나.
= 정말 좋다. 대부분 TV로 진정한 짙은 블랙을 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빛이 들어오는 방에서 TV를 볼 때 더 그렇다. 하지만 LG OLED는 낮에도 블랙을 진정한 블랙으로 구현하고, 색 보정으로 완성된 컬러 그대로를 보여준다. LG OLED는 컬러 손실이 없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하다. 창작자들은 후반작업에서 완벽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 집 TV로 작품을 보기 때문에 설정값이 올바르지 않고 블랙이 그다지 블랙이 아닌 경우가 있다. LG OLED로는 연출자가 의도한 이미지를 정확하게 볼 수 있어 좋다.
- LG OLED로 보면 좋을 <성난 사람들> 에피소드를 꼽는다면.
= 에피소드9가 좋을 것 같다. 조던(마리아 벨로)이 문 끼임 사고를 당하자 전체 건물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붉은 조명이 켜진다. 이 장면을 LG OLED로 보면 붉은색이 잘 구현될 것이다. 이 장면에 이어 자동차 추격 신과 야간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을 멋지게 표현하려면 진정한 블랙이 표현돼야 한다. 그래서 에피소드9 마지막 장면을 LG OLED로 보길 추천한다. 피날레인 에피소드10도 추천한다. 에피소드10은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고, 밤 신도 정말 많다. 자연의 흙빛과 많은 컬러들이 LG OLED로 잘 구현될 것 같다.
- 한국영화와 시리즈 후반작업에서 LG OLED가 많이 사용된다. 이성진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에 이용할 계획도 있나.
= 물론이다! 내 다음 프로젝트에 LG OLED를 쓰고 싶다.
이성진 감독 추천 ‘LG OLED로 보면 좋을 인생 영화 4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속 류성희 미술감독의 풍부한 컬러를 LG OLED TV로 보면 굉장할 것 같다. 세트도 훌륭하고 컬러도 매우 강렬해서 LG OLED TV로 보면 좋겠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는 경이로운 밤 신이 많고, 들판에서 마더(김혜자)가 춤추는 장면이 있다. 나도 이 장면들을 LG OLED로 다시 보고 싶다. 그리고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 이 영화 속엔 석유와 웅덩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에는 어두운 장면이 거의 없고 매우 밝은 낮 장면이 많다. 하지만 아리 애스터 감독은 밝은 대낮에도 긴장감과 공포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LG OLED의 콘트라스트 표현력이라면, <미드소마>가 경이롭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