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야기의 본질에 주목한다, 신아름 디즈니+ 로컬콘텐츠 프로듀서
2024-01-26
글 : 이자연
사진 : 오계옥

2023년 <씨네21> 시리즈 연말 결산의 승자는 디즈니+의 <무빙>이다. 올해의 시리즈 1위,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올해의 제작사, 올해의 스탭, 올해의 시리즈 감독까지 총 여섯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외에도 지난해 디즈니+는 <레이스>, <사랑이라 말해요>, <형사록> 시즌2, <카지노>, <비질란테>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대중의 호응을 받아왔다. 스토리텔링 중심의 콘텐츠가 플랫폼 운영 전략이라는 디즈니+는 2024년에도 <삼식이 삼촌>과 <조명가게>와 같은 대형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올해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세계시장에 어떤 위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 전략을 모색 중인 디즈니+의 실질적인 현장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악의 악> <킬러들의 쇼핑몰> 등 국내 콘텐츠를 기획·발굴 개발하는 신아름 로컬콘텐츠 프로듀서를 만났다.

- 2023년은 디즈니+가 국내에 론칭되고 2년차가 되던 해였다. 그 시간을 회고해보면 어떻게 보이나.

= 디즈니+는 16개가량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다. 최대 화제작인 <무빙>을 비롯해 <카지노> <최악의 악> <비질란테>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 덕에 구독자층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2023년은 대중에게 디즈니+를 선명하게 각인한 해이지 않았을까.

- <무빙>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좋은 글로벌 성적을 거뒀다. 2023년 글로벌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로컬 작품으로서 이를 체감하는 수치나 성과가 있다면.

= <무빙>은 전세계 디즈니+와 미국 훌루에서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주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고, 2023년 글로벌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빙>은 지난해 대종상영화제 2관왕, 부산에서 진행된 글로벌 OTT 어워즈에서 6관왕, 최근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외국어드라마 노미네이트까지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몸소 체감하는 것이라면 글로벌 및 아태지역 담당자들과 내부 미팅을 가질 때 주요 콘텐츠로 자주 언급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회차별 시청 소감을 공유하거나 한국 콘텐츠나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적잖게 보았다. <무빙>을 통해 한국 오리지널 작품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 올해 디즈니+ 시리즈는 어떤 기획을 고민하고 있나. 2024년 주요 라인업도 궁금하다.

지난해 <카지노> <무빙> 등으로 구독자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올해엔 다양한 장르와 참신한 소재,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는 작품들로 라인업을 구성하고자 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돋보이는 <킬러들의 쇼핑몰>,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이재욱, 이준영 배우의 얼굴을 이끌어낸 <로얄로더>를 시작으로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담은 <화인가 스캔들>까지 다양한 작품이 준비돼 있다. 그중에도 특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삼식이 삼촌>과 <조명가게>다. <삼식이 삼촌>은 2024년 선보이는 라인업 중 스케일이 큰 작품 중 하나로 송강호 배우의 첫 시리즈다. 또한 신연식 감독, 변요한 배우 등 탄탄한 제작진과 배우가 대거 참여해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관계를 밀도 있게 펼친다.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의 두 번째 시리즈로 작가의 기존 팬은 물론, 시리즈를 즐겨 보는 시청자 모두 만족할 만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작업 중이다. 이외에도 액션, 범죄 스릴러, SF, 멜로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라인업이 공개 예정이다.

- 배우 송강호의 첫 시리즈인 <삼식이 삼촌>은 발표와 함께 많은 사람의 호기심과 관심을 받고 있다. <삼식이 삼촌>의 기획과 방향을 자세히 소개해달라.

신연식 감독님은 <삼식이 삼촌>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원형을 그리고 싶다고 하셨다. 한국사에 큰 변곡점이 만들어낸 1960년대를 배경으로 송강호, 변요한, 이규형, 서현우, 진기주, 유재명 등 베테랑 배우들이 당시의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작품을 접했을 때 탄탄한 서사와 개성 있는 캐릭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져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다. 무엇보다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과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의 뜨거운 관계는 현대의 대한민국에도 공감 가능한 설정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혹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송강호의 모든 얼굴을 볼 수 있다.

- 2023년 엔데믹 이후 OTT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많은 플랫폼이 고민에 빠졌다. 구독자 이탈에 대해 디즈니+는 어떤 대안과 전략을 모색하고 있나.

업계 전반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로컬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분위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 방식은 여전히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늘 존재한다. 이러한 콘텐츠 소비 패턴에 맞춰 수준 높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게 가장 궁극적인 전략이다. 트렌드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제작사들과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부지런히 이어갈 예정이다.

- 디즈니+의 작품 투자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궁극적인 미션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 반영된 최고의 스토리텔링으로 전세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다. 디즈니+의 투자 원칙 또한 이와 동일하다. 스토리의 힘을 지닌 이야기를 한국에서 발굴하고 새로운 감각을 제안하는 게 디즈니+ 한국팀의 투자 미션이다. 지금까지 이 목표로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성장했듯 디즈니+ 역시 그 길을 걷고 싶다.

- OTT 시장의 포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디즈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부각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아직 기회 요인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업계에 디즈니+는 자극이나 투자 규모를 우선시하기보다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소문이 났다고 들었다. 그 말이 맞다. (웃음) 우리는 작품을 검토할 때 에피소드 수나 러닝타임을 무리해서 줄이지 않고 크리에이터의 의견을 그대로 존중하는 편이다. 에피소드를 론칭하는 방식도 제작진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작품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고민해 결정한다. 이게 바로 디즈니+의 오리지널리티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야기의 본질과 그걸 가장 잘 전달하는 방식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