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이 작품을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성이 분명해야, 양시권 티빙 콘텐츠 총괄 국장
2024-01-26
글 : 이우빈
사진 : 오계옥

2023년 티빙은 “최대한 많이 바뀌고자 한 한해”를 보냈다. <방과 후 전쟁활동> <이재, 곧 죽습니다>로 전례 없던 대규모 콘텐츠의 제작 및 흥행에 성공했고, 다양한 장르의 확장도 꾀했다. 파라마운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콘텐츠의 공개 전략을 유동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환승연애3> 등의 대표 IP도 살뜰히 챙겼다. 국내외 OTT 콘텐츠의 과포화 상태에서 차후 티빙의 활로는 무엇일까. 양시권 티빙 콘텐츠 총괄 국장에게 물었다.

- 2023년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해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10월엔 <몸값>이 파라마운트+ 공개 1주일 만에 26개국 TV쇼 부문 1위를 석권하며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크리틱스 초이스의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해외 영화제를 돌면서 마켓이나 평단에서 인지도를 쌓은 후 해외 공개하는 사례가 성공한 거다. 영화산업과 유사한 형태의 특이한 로드맵을 짠 셈이다. 최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공개된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2는 TV쇼 글로벌 종합 순위 톱2를 달성했고 <운수 오진 날>도 2월1일 파라마운트+에서 공개된다. 티빙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향과 확장 형태가 가시화된 한해였다.

- 파라마운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협업이 활발할 수 있는 배경이 있을까. 올해 공개할 4편의 시리즈 콘텐츠가 파라마운트+와의 파트너십 작품이기도 하다.

그쪽의 니즈와 우리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 글로벌 OTT 모두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그들도 아직 정확한 ‘하우 투’ (How to)가 없는 실정이다. 넷플릭스야 넷플릭스 코리아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제작진을 조직했고, 디즈니+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그외 아마존, 파라마운트+ 등 해외 OTT들은 한국 콘텐츠의 수급과 제작을 어떻게 시작하고 진행해야 할지에 정보가 부족하다. 그렇게 파라마운트+와는 파트너십 계약으로 손을 잡아 제작·방영·홍보에 걸친 전방위적 협력을 펼치고 있으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는 콘텐츠 바이 콘텐츠 차원의 협업이 열렸다.

- <이재, 곧 죽습니다>가 연말의 유효타로 적중했다. 파트2 공개 이후엔 첫 공개 대비 누적 유료가입기여자 증가율이 497% 늘었다.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콘텐츠였다. CG 비주얼의 완성도도 좋았지만 높은 수준의 멀티캐스팅을 원하고 소비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게 컸다. 여기에 TV드라마에선 보기 힘들던 명확한 장르적 장점을 중심으로 내세우면서 그 속에는 한국 드라마가 가지는 기본적인 정서까지 잘 녹인 것이 성공 요인인 것 같다.

- <이재, 곧 죽습니다>는 3주의 텀을 두고 파트1, 파트2로 공개됐다. 지난해에 “티빙 주소비자들의 시청 형태는 아직 위클리에 좀더 맞다고 판단”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기본적인 사업성을 고려하면 주간 순차 공개와 같은 시청의 연결성이 크게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콘텐츠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콘텐츠의 화제성과 공개 초기 고객들의 인지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일정 정도의 빈지 워칭(몰아보기) 전략은 불가피했다. 시청자들이 몰아보기를 통해 콘텐츠를 곱씹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임팩트 있는 양의 몰아보기를 할 수 있는 형태가 사업성과 리텐션(사용자 유지율)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절충안이었다.

- <이재, 곧 죽습니다>는 파트1, 파트2에서 4화씩 총 8화로 공개했다. 각 파트의 편수를 나눈 근거는.

고민이 굉장히 많다. 이야기의 흐름을 어디서 끊어야 다음 파트로 잘 넘어갈 수 있는지, 한 파트에 몇편 정도를 시청자가 소화할 수 있는지에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작품마다 어울리는 방식이 다르기에 총편수와 파트별 편수를 그때그때의 추이에 맞춰 다변화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무빙>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16부작 이상은 우리 상황에 너무 길다고 생각 중이다.

- <무빙>에 대한 업계와 내부의 반응은 어땠나.

각 인물에 서사와 감정을 그렇게까지 할애하는 정성이 놀라웠다. 업계 대부분이 빠른 전개를 취하면서 여운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생각할 때 서사의 삭제나 축약보단 최대한 많은 시간을 지속한 관점이 신선했다. 티빙의 <환승연애>가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가지는 차별점도 굉장히 긴 시간의 할애와 지속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흥미로웠다.

- 2023년 티빙은 <환승연애>를 필두로 <마녀사냥> <결혼과 이혼 사이> <소년 소녀 연애하다> 등 많은 연애 예능을 선보였다. 올해 계획은 어떤지.

아무래도 연애와 추리 포맷이 예능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형태이기에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연애 예능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TV 예능과 차별화할 수 있는 구성과 콘텐츠를 최대한 만들어보려는 중이다. TV형 예능은 기본 80분 정도를 방영해야 광고 수익화가 가능하지만 우리야 그 부분에선 조금 더 자유롭다 보니 게임형 콘텐츠를 더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올해엔 <여고추리반> 시리즈가 다시 돌아오고, 큰 팬덤을 지니고 있던 <크라임씬> 시리즈를 티빙 예능으로 IP화해서 공개된다.

- 올해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시리즈들도 소개를 부탁한다.

무척 다양한 장르, 소재가 포진돼 있다. <LTNS>는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19금 코미디,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는 전형적인 얼개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전복하는 코미디다.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 폭력이 인간관계의 계급화로도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우씨왕후>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사극 액션물이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삼긴 했지만 보통 생각하는 비주얼과 명확히 다르고, 24시간 안에 일어나는 일을 굉장히 역동적으로 다루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에로티시즘을 가미하면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우리가 가진 IP를 잘 활용해서 더 큰 이야기로 진일보하는 확장형 IP의 서막이 될 거다.

- OTT 콘텐츠의 경쟁이 심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티빙의 활로는.

콘텐츠의 과포화 현상도 있지만, 콘텐츠의 휘발성이 빨라진 현상이 큰 고민 대상이다. 예전엔 한 인기 콘텐츠가 3~6개월 정도 대중에게 각인되고 콘텐츠의 지속 기간이 보장됐다. 지금은 화제성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결국 뻔한 말로 돌아가게 된다. 시청자가 “이 작품을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성을 명확히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완성도, 색다른 이야기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