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관객들은 장르적 개성이 선명한 영화들을 원한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2024-01-26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연초부터 대박을 터뜨렸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여름 극장가 첫 타자로 나선 <밀수>로 2023년 NEW는 일찌감치 큰 시름은 덜어낸 채 한해를 마무리했다.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는 “작품의 힘에 더해 마케팅, 배급 요소가 모두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성공은 2018년 말부터 아동애니메이션을 포함해 꾸준히 애니메이션 배급 톱라인을 확보해온 NEW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2024년 총 3편의 영화(<엑시던트>(가제), <핸섬 가이즈>, <히든 페이스>)를 라인업으로 예고한 NEW는 적은 편수이지만 치밀하게 준비해온 작품들이 관객과 적기에 만나도록 배급 전술도 다양하게 내다보고 있다.

- 2023년에 NEW는 <밀수>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한해를 보냈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수입사인 SMG홀딩스가 팝업 스토어 등 MD까지 잘 꾸리면서 거의 신드롬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 기존 예측대로라면 30대 중반부터 그 이후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팬덤 마케팅 위주였을 텐데 관객층이 20대, 10대까지 역으로 확대되는 경험을 했다. <밀수>는 일찌감치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로 포지셔닝하려고 했다. 해양 액션 활극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여름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했다. 요즘은 마케팅 기간이 아주 짧아졌는데, 2023년 설 연휴 기간에 극장에 론칭 예고편을 올렸다. 궁극적으로는 작품의 힘을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봉일, 마케팅 등을 준비할 수 있었다.

- <밀수>는 오프닝 스코어가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보나. 올해 성수기 시장도 관객 반응이 다소 늦게 찾아오는 패턴이 보일까.

= 관객의 소비 패턴이 조금 늦게 움직이는 점은 이제 확실해 보인다. 특히 입소문 등 반응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져 개봉 2주차가 과거의 첫주차라는 말도 나온다. 그 밖에도 여러모로 팬데믹 이전의 시장과 비교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과거처럼 오프닝에 100만명만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출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7월26일 개봉 당일 32만명, 일요일까지 173만명 정도. 2주차에는 관객이 더 늘어 180만명 이상이 찾았다.

- NEW의 올해 투자배급작 중 대형 영화로 승부할 작품으로 배우 강동원 주연의 <엑시던트>(가제)가 있다.

= 컨셉 자체가 뛰어난 영화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앞에 나왔지만 또 완전히 다른 배우 강동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치밀한 지능 범죄를 다루기 때문에 장르적으로도 색다른 범죄영화다.

- <핸섬 가이즈>와 <히든 페이스>는 지난해 라인업으로도 거론됐던 작품인데 좀더 여유를 두고 배급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 <히든 페이스>는 예상보다 편집에 더 오래 공들이게 되어서 후반작업이 얼마 전에야 마무리됐다. 미리 예고한 라인업이어도 시장의 경쟁작들을 보면서 비슷한 장르가 겹치거나 작품의 톤 앤드 매너와 잘 맞을 것으로 판단되는 시기가 나오지 않으면 여유를 갖고 재조정한다.

- <핸섬 가이즈>는 지난해 신년 기대작 인터뷰에서 코미디에 독특한 장르가 결합했다고 밝혔다.

= 현재까지 마케팅단에서는 ‘예측 불허’ 코미디 정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만 공개되어도 오컬트적 요소가 있다는 걸 아예 숨길 수는 없을 거다. (웃음) 우선 코미디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술이 필요할 것 같다.

- 2022년 <올빼미> 사례 이후로 전통적인 성수기 시장 외에 틈새를 노린 영화들이 의외의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데 새해 NEW의 배급 전략은.

= <올빼미> 이후로 궤적을 쭉 돌아본 결과 NEW는 성수기나 명절만 공략해오지 않았다. <숨바꼭질>도 8월14일 개봉해 500만명을 넘었다. 과거에는 8월 첫주만 지나도 성수기는 지났다고 봤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5월 개봉해 450만명 이상을 모았다. 보통 텐트폴 기대작은 7월 셋째 주부터 푸는데 <감시자들>은 7월 첫주에 갔다. 계속해서 우리만의 활로를 개척해서 흥행하는 사례를 쌓아가고 싶다.

- 지난해 연말 NEW 신규 투자작으로 <검은 수녀들> 캐스팅이 발표됐다. 이후 새롭게 투자가 결정된 작품이 있나.

= 최근 한 작품 정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논의 중인 단계라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

- <검은 수녀들>을 기대하는 반응이 많다. <밀수>에 이어 송혜교, 전여빈 여성 투톱이기도 하고.

= <더 글로리> 이후 송혜교 배우에 대한 시선이 더 신선해지고 기대감도 높아진 부분이 있어서 캐스팅도 무척 만족스럽다. 그러고보니 <밀수>가 있었고, 박소담 배우가 주연한 <특송>도 여성 카 액션이었다. 일부러 여성 서사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은 아니다. <검은 수녀들>의 경우 <검은 사제들>이라는 검증된 IP와 장르성이 강한 부분, 권혁재 감독과 영화사 집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NEW는 권혁재 감독과는 첫 영화 <해결사>로 인연을 맺었었다.

- 새해 신작 투자 결정에 있어 어떤 기조로 움직이려 하나.

= 2023년에 틈새시장에서 잘됐던 작품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엣지가 있다. 호러든 코미디이든 장르성도 확실하다. 예전에는 대형 영화, 중급 사이즈 등 영화의 규모로 판단하는 기준이 컸는데 관객은 정작 작품 퀄리티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금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들이 큰 투자 결정을 대다수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일 텐데, <잠>이나 <30일> 같은 사례들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아무래도 작지만 강한 영화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심리도 작동할 것 같다. 업계에도 시나리오가 꽤 나와 있는데 요즘 눈여겨보는 몇편이 있다.

- 2024년 영화산업과 NEW의 행보를 전망한다면.

= 예년에 비해 개봉작들이 적을 수는 있지만 숫자보다는 개별 작품을 열었을 때의 퀄리티가 관건일 것이다. 회사의 목표라면 기획에 들어간 작품들의 투자를 꼭 성사시키는 것이다. 우선 한재림 감독과 <더 킹> 프리퀄을 준비 중이다. 민규동 감독과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뒤를 잇는 로맨틱 코미디를 발굴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배급 라인업을 펼쳤을 때보다 다양한 장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스파이 패밀리> 등 확정된 애니메이션 라인업에도 충실하려 한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의 먹거리를 위해서 지금 가장 열심히 해야 할 때이기에 당장 시장 상황이 힘들더라도 거국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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