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미드, 영드, 일드, 중드 몰아보길 즐기는 해외 드라마파
2024-02-08
글 : 씨네21 취재팀

<경경일상> 卿卿日常, 2022

감독 조계진 출연 백경정, 전희미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까운 중국 고장극. 혼인동맹을 위해 여러 지역에서 젊은 여자들이 신천으로 보내진다. 이미(전희미)는 한미한 제천 출신으로, 혼인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기보다 어서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생각뿐이다. 곧 탈락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이미는 6소주 윤쟁(백경정)의 측실부인이 된다. 윤쟁은 권력 쟁탈을 위해 암암리에 힘겨루기를 하는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죽이고 지내는데, 이미는 이런 차분한 윤쟁의 태도와 모종의 오해 때문에 그가 곧 죽으리라고 예상하고 기뻐한다. 남편이 죽기를 기다리며 이미는 신천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여자들이 넘쳐나는 후원에서, 여자들은 서로 경쟁하는 만큼이나 서로 돌보고 어울린다. 갈등은 존재하지만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는 식의 판타지가 <경경일상>을 보는 안온한 즐거움의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총 40부작으로 중국 드라마 입문자에게도 추천한다. /이다혜

어디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슬로 호시스> Slow Horses, 2022~

감독 제임스 호위, 제레미 러버링, 사울 메츠스타인 출연 게리 올드먼, 잭 로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영국 첩보 조직 M15에서 좌천되고 도태된 요원들이 슬라우 하우스에 모인다. 명목상으론 하나의 지부이긴 한데 좁고 오래된 방에 모여 허드렛일이나 한다. 리더인 잭슨 램(게리 올드먼)은 사무실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부하들에게 화만 낸다. 그러나 젊은 요원 리버(잭 로던)가 합류하며 잭슨 램의 진가가 드러난다. 무협지의 클리셰처럼 만두나 축내던 옆집 아저씨가 왕년의 무림 초고수였다는 식의 전사가 밝혀지고, 슬라우 하우스에 엮인 거대 서사의 층이 겹겹이 쌓이며 몰입을 이끈다. 무엇보다 탁월한 <슬로 호시스>의 매력은 속도다. 첩보물 하면 떠오르는 재빠른 전개는 아주 가끔 일어난다. 많은 순간은 인물들이 걷고, 대화하고, 담배 피우고, 식사하며 교류하는 일에 할애된다. 첩보원도 인간의 직업일 뿐이며 그 속엔 지리멸렬한 일상이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약본으론 느낄 수 없는 고유의 유장함을 정주행으로 맛보길 권한다. 시즌3까지 공개됐고 시즌5까지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우빈

어디서? Apple 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 I May Destroy You, 2020

감독 미카엘라 코엘 출연 미카엘라 코엘, 웨루체 오피아, 파아파 에시에두, 아믈 아민, 마루네 조티

OTT 시대에 ‘텔레비전 지니어스’의 계보가 있다면 반드시 들어갈 이름들이 있다. <애틀란타>의 도널드 글로버, <플리백>의 피비 월러브리지, <마스터 오브 제로>의 아지즈 안사리, 그리고 미카엘라 코엘이다. 이들은 자전적 이야기를 드라마화하여 각본과 연기를 겸하고 연출까지 해내는 다차원의 실력자다. 그중에서도 코엘은 단일 시리즈인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로 최신 텔레비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으로 호명된다. 어느 새벽, 작가 아라벨라(미카엘라 코엘)는 친구들의 부름에 런던 중심가의 펍으로 향한다. 술을 마시고 남자들과 가벼운 플러팅을 즐기던 그녀는 다음날 아침, 깨진 핸드폰과 이마에 깊게 팬 상처를 발견한다. 대범한 내러티브를 통해 성적 동의와 트라우마, 회복적 정의에 대해 말하고 피해자의 삶을 재건하는 데 관심을 두는 이 작품을 해외 드라마 팬들에게 1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남지우 객원기자

어디서?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러브 앤 아나키> 시즌1 Kärlek & Anarki, 2020

감독 리사 랑세트 출연 이다 엥볼, 비에른 모스텐

경영 컨설턴트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소피(이다 엥볼)의 성욕 해소법엔 특별할 게 없다. 핸드폰으로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는 것인데, 그 시도 때도 없음이 문제를 일으킨다. 스톡홀름의 저명한 출판사 ‘룬드&라거스테트’에 출근한 첫날. 직원들이 모두 귀가했음을 확인한 소피는 사무실에서 자위하다가 젊은 IT 기사 막스(비에른 모스텐)에게 들키고 만다. 소피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막스의 핸드폰을 빼앗으며 핸드폰을 다시 찾고 싶다면 그도 사무실에서 ‘미친 짓’을 할 것을 명령한다. <러브 앤 아나키>는 황당한 일탈로 권태로운 일상을 지탱하는 두 인물을 통해 현대 도시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 드라마다. ‘나 대신 해주는’ 두 사람의 아찔한 행동들은 강력하고 설득력 있으며 현실적이지만 개인 성향에 따라 그들의 몽매한 윤리관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스웨덴 드라마가 그리는 작은 아노미 상태는 평범한 휴일을 도끼로 내려찍는다. /남지우 객원기자

어디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끝없는 밤> Todo Dia a Mesma Noite, 2023

감독 줄리아 레젠데, 캐럴 미넴 출연 델모 페르난데스, 파울로 고르굴로, 레오나르두 메데이루스, 에롬 코르데이로

2013년 1월27일 오전 2시. 브라질의 대학도시 산타마리아의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242명이 사망한다. 11년 전 브라질에 깊은 상처를 남긴 ‘키스 나이트클럽 참사’를 다룬 <끝없는 밤>은 5부작 구성을 통해 사회적 참사의 보편적 생애 주기를 정확하게 따라간다. 인간적 실수, 의도적 법 위반,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사고가 발생한다(1화). 언론이 속보를 전하고 희생자 가족들은 현장과 병원을 오가며 죽거나 다쳤을 이들을 찾는다(2화). 국가는 애도를 주도함과 동시에 수사를 시작한다(3화). 법적 다툼이 이어지지만, 책임자들은 때때로 처벌을 피한다(4화). 생존자들은 삶의 회복을, 유가족들은 정의를 향한 투쟁을 시작한다(5화). 걸출한 사회파 재난 드라마로 꼽히는 <체르노빌>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투박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세월호 참사를 지나왔고 이태원 참사를 겪고 있는 한국 오디언스와 공명하게 될 드라마다. /남지우 객원기자

어디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오마메다 토와코와 세명의 전남편> 大豆田とわ子と三人の元夫, 2021

감독 나카에 가즈히토 출연 마쓰 다카코, 마쓰다 류헤이, 오카다 마사키, 이치카와 미카코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토와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그녀를 다른 성으로 호명한다. 혼인을 하면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 일본의 관례상 오마메다 토와코는 세번의 결혼으로 세개의 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건축사무소 대표로서 여러 사람과 마주치고 또 전남편들과도 교류하고 지내는 토와코의 끝사랑이 누구인지를 찾는 러브 코미디 같지만, 이 드라마의 실상은 군상극에 가깝다. 영화 <괴물>의 시나리오작가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 중 코미디 성격이 가장 강한데, 소동의 중심에는 ‘인간관계의 수고로움과 복잡성’이 숨어 있다. 해설적인 제3자 내레이션과 사소한 사건이 반복되는 전개가 어색할 수 있지만, 딱 2화까지만 참고 보시길 권한다. “혼자서도 씩씩하고 싶지만, 누군가가 아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토와코가 친구, 동료, (심지어) 전남편들과 얽히며 허둥지둥, 그러나 씩씩하게 앞장서는 모습에 함께 나아가고 싶어지니까. /김송희 칼럼니스트

어디서?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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