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Dune, 2021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테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젠데이아, 오스카 아이삭
모든 우주의 분쟁은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되는 값비싼 물질 ‘스파이스’ 때문이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황제의 명에 따라 하코넨 가문이 장악했던 아라키스의 관리를 맡는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테 샬라메)도 가족을 따라 아라키스로 향한다. 이주를 앞둔 폴은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로부터 물려받은 초능력을 단련한다. 아라키스의 정세를 살피고 돌아온 그날 밤, 황제와 하코넨 가문은 아라키스를 침공해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몰살한다. 폴과 제시카는 간신히 도망쳐 사막에 남겨졌고, 폴은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예지몽을 꾼다.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SF 대하소설 <듄>을 발표하고 56년이 흐르는 동안,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듄>의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복잡한 소설 속 세계관을 온전히 구현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할리우드가 이뤄야 할 과업이었던 <듄>은 마침내 드니 빌뇌브를 통해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방대한 서사에 겁먹고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드니 빌뇌브의 <듄>은 친절히 원작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듄: 파트2>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면 설 연휴를 이용해 예습해보자.
어디서? 쿠팡플레이,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Apple TV+, 구글플레이 무비, U+모바일 TV에서 단건 구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사바하> 2018
감독 장재현 출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유지태, 정진영, 진선규
사이비종교를 조사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박웅재 목사(이정재)는 이번에도 후원금을 위해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사슴동산은 겉으론 아무 이상 없는 신흥종교처럼 보이지만, 박 목사는 영월 터널에서 발생한 여중생 살인사건과 이 단체가 연루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실체에 접근하려 손을 뻗을수록 박 목사 앞에 나타난 것은 훨씬 복잡하게 뒤엉킨 사건의 실타래뿐이다.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소재로 토속적인 오컬트물에 도전한다. <파묘>가 구현하려는 한국식 오컬트의 매력을 온전히 즐기려면 그의 전작을 톺아보는 편이 좋지만, 만약 단 한편만 볼 수 있다면 토속적 오컬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바하>를 추천한다. 데뷔작 <검은 사제들>이 전통적인 오컬트 장르의 문법을 착실히 구현하며 아직 오컬트 장르가 생소한 한국 관객에게 훌륭한 입문작으로 기능한다면, <사바하>는 불교와 기독교의 모티브를 접목하여 한국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미스터리 장르를 통해 <파묘>가 지향하는 목표의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개별 작품으로도 빼어나지만, <파묘>를 향한 진화 단계로 보아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다.
어디서? 넷플릭스,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Mary Shelley's Frankenstein, 1994
감독 케네스 브래나 출연 케네스 브래나, 로버트 드니로, 헬레나 본햄 카터
어머니의 죽음으로 불멸에 집착하게 된 빅터(케네스 브래나)는 학업을 위해 대학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빅터는 불멸의 창조물을 만들려는 왈드먼 교수의 실험에 참여한다. 교수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빅터는 그의 시신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빅터는 징그러운 피조물(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에 놀라 도망친다. 흉측한 외형 탓에 멸시를 받으며 배회한 피조물은 창조주 빅터를 향한 복수를 다짐한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인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도 해부학 교수의 실험으로 새 삶을 얻은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작인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은 SF 문학의 시초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계급 우화로 비틀었다. 따라서 <가여운 것들>의 주제를 이해하려면 <프랑켄슈타인>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소설을 읽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우리에겐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10편이 넘는 영화가 있다. 그중 케네스 브래나의 버전은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영화다. <가여운 것들>을 둘러싼 창조주-피조물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레슬리 하워드의 <피그말리온>(1938)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어디서?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 에단 호크, 로버트 숀 레너드, 노먼 로이드
엄격한 규율로 학생을 통제하는 명문 사립학교에 괴짜 영어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부임한다. 키팅은 보수적인 학풍에 맞서 학생들에게 현재를 즐기자는 카르페 디엠의 정신을 가르친다.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키팅이 학창 시절에 조직한 비밀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재를 알게 되고, 명맥을 계승하기로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자유를 만끽하려는 학생들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반대로 고리타분한 사립학교 선생과 자유분방한 학생 그리고 아들과 사별한 주방장까지 세 사람이 텅 빈 학교에 남아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영화가 있다.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의 설정을 거꾸로 뒤집은 듯한 이 영화의 이름은 알렉산더 페인의 신작 <바튼 아카데미>다. 35년의 터울을 두고 로빈 윌리엄스와 폴 지아매티는 상반된 성격을 지닌 선생을 연기한다. 두 사람의 태도는 달라도 제자를 향한 진심은 동일하다. 키팅이 아이들에게 삶의 자유로움을 가르쳤듯, 고지식한 허넘도 신념을 굽히고 학생이 최선의 삶을 택하도록 돕는다. 만약 <바튼 아카데미>를 누군가와 함께 보기로 했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를 먼저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두 스승을 비교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야기의 밀도도 깊어질 것이다.
어디서? 쿠팡플레이, 디즈니+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