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줄리앤 무어와 내털리 포트먼이 투톱 주연을 맡고 고전 멜로드라마의 대가 토드 헤인스가 연출한 <메이 디셈버>가 올해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부문에만 올랐다는 사실은 노미네이트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탁월한지 증명하는 결과다. 첫 장편영화 시나리오로 아카데미에 지명되는 영광을 얻은 신예 작가 새미 버치의 <메이 디셈버>는 1996년, 30대 기혼 여성 교사와 13살 소년 제자가 결혼까지 하는 실화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당시 황색저널리즘처럼 떠벌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비범하다. 나이 차가 큰 커플을 뜻하는 관용구를 제목으로 가진 <메이 디셈버>는 실화 커플의 20년 뒤를 그린다. 자식들의 고등학교 졸업이 인생의 중대사인 50대 아내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그보다 23살 어린 남편 조(찰스 멜턴)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들 부부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캐릭터 연구차 자기가 맡은 배역의 실존 인물인 그레이시를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언뜻 <메이 디셈버>는 열망 넘치는 배우가 묘한 실존 인물과 직접 만나 그에게 위험하게 동화되는 과정이 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엘리자베스는 물러나고 그레이시 부부가 도드라진다는 점이 다시 비범하다. 콕 짚자면 타블로이드 1면을 장식하던 젊은 그레이시의 삶과 현재 조의 삶이 닮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 전남편과 억눌린 결혼 생활을 해왔던 걸로 짐작되는 그레이시가 사회적, 도덕적 비난에도 사랑을 쟁취하면서 주도적 여성으로 재탄생했듯 이제는 그와 같은 변화를 30대 기혼자 조가 겪을 차례다. 엘리자베스라는 도발적인 관찰자가 부부관계에 균열을 낸 지금, 변함없이 순종적인 남편이자 아이들의 다정한 아빠로 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풀어줬던 나비처럼 그레이시의 울타리를 벗어날 것인지. 후반에 배치된 조의 선택과 미래는 이 영화의 뿌연 화면처럼 알 수 없기에 <메이 디셈버>는 더욱더 “불안하고 불확실하며 혼란한”(<사이트 앤드 사운드>) 매력을 가진 영화로 나아간다. 덧붙여 시나리오는 결말에 이르러 캐릭터들의 입체성을 증명하면서 인상적인 성취를 거둔다.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철부지인 줄만 알았던 그레이시가 사실 누구보다 “자아가 튼튼한”(그레이시) 어른이었으며 일찍부터 보호자 노릇을 하며 강인한 줄 알았던 조는 성장이 멈춘 아이에 불과했다는 점은 인간이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엘리자베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조용하게 그러나 비범한 시나리오로 완성된 <메이 디셈버>는 과연 각본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새미 버치의 영화로 기록될 수 있을지 결과에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