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한국영화 NEXT 50’ - 제작자-프로듀서
2024-04-05
글 : 씨네21 취재팀

선정 기준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영화계에 처음 입문한 ‘1980년대 이후’ 출생자이다. 제작팀에서 시작해 프로듀서, 더 나아가 최근 제작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을 선별했다. 제작자는 시나리오 개발부터 캐스팅, 투자 유치, 프로덕션 관리까지 영화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일을 한다. 한국에서 프로듀서는 기획 PD와 제작 PD로 나뉘는데, 특히 영화계에서는 대체로 현장에서 예산과 스케줄을 관리하는 후자를 일컫는다. 제작자-프로듀서의 경우 다양한 경험과 직무 일을 중요시하는 업계 특성상 선정 기준에 필모그래피 숫자를 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어 작품 수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모일영

“모일영 프로듀서는 작품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큰 그림에서 볼 줄 아는 천리안을 지녔다.”(이진희 씨앗필름 대표) <길복순> <킬링 로맨스> <82년생 김지영> <탐정: 리턴즈>의 중심엔 모일영 프로듀서가 있다. 그는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코믹 장르부터 사회의 이면을 탐색하는 무게 있는 작품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제작해왔다. 특히 어디로 질주할지 알 수 없던 독특한 컨셉의 <킬링 로맨스>는 기획 단계부터 모일영 프로듀서의 섬세하고 기민한 센서를 많이 빌렸다. 불편함 없는 웃음의 가치를 아는 만큼 작품에 알게 모르게 녹아든 문제가 없는지 세세하게 점검했다. /이자연

김새미

김새미 프로듀서는 엘리자베스 올슨의 주연작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 숀 베이커 감독의 초기작 <스타렛>의 책임프로듀서(EP)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2020년 그는 <#살아있다>로 한국영화 제작자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나홍진 감독과 함께 영화제작사 포지드필름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 포지드필름스의 차기작은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 예정인 영화 <HOPE>(가제)다. 해외 미디어 업계와 한국 콘텐츠의 교류 필요성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지금, 미국 독립영화 시장과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모두 커리어를 쌓은 김새미 프로듀서가 <HOPE>를 시작으로 개척해갈 새로운 영화시장의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재현

고대석

박찬욱 감독이 알아본 유능한 프로듀서. 지금 고대석 PD는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능력자다. 2007년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제작부에 입문, <도리화가> 제작실장을 거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 촬영 당시에는 할리우드 스탭들과 완성도 높은 차량 신을 만드는 코디네이터로 협업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의 라인프로듀서로 천만 영화의 현장을 경험한 그는 어바웃필름(김성환 대표)에서 2018년에 프로듀서로 데뷔해 <극한직업>과 <해치지않아>를 선보였다. 이후 모호필름과 인연을 맺어 <헤어질 결심>을 순조로이 이끈 고대석 프로듀서는 현재 세미콜론스튜디오 소속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을 통해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감독과 또 한번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소미

변승민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는 “경이로울 만큼의 다작 성향에서 드러나는 창의적인 기획력과 장르에 향한 과감한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제작자”(조명진 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다. 지난 한해 그는 <정이> <D.P.> 시즌2 <소울메이트> <콘크리트 유토피아> <발레리나>까지 서로 닮은 점 없는 다섯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특히 텐트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만들면서도 엄태화 감독의 개성과 비전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어쩌면 한국영화는 작가적 개성이 확실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변승민 대표를 통해 새로운 절정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유채

손상범

김용훈 감독의 주목할 만한 행보 곁에는 든든한 제작자 손상범이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출신인 두 사람은 사내 동료로 인연을 맺어 <마스크걸>로 의기투합했다. 회차별 주인공 배우가 바뀌고 낯선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등 제작사의 과감한 배짱이 돋보였던 시리즈다. 손 대표는 영화과 출신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 조감독을 경험하고, 영화사월광에서는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 묵직한 장르영화와 더불어 <검사외전>과 <보안관> 등 코미디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마스크걸>을 창립작으로 내건 제작사 하우스오브임프레션에서 김용훈 감독의 새 시리즈, 홍석재 감독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김소미

오효진

영화 연출을 전공한 오효진 영화사집 제작이사는 홍보마케팅에서부터 영화 일을 시작했다. 싸이더스FNH 마케팅팀을 거쳐 현재 적을 둔 영화사집에 자리를 잡은 후, 이재용 감독의 <두근두근 내 인생>과 함께 본격적으로 프로듀서의 길에 들어섰다. <국가부도의 날> <가장 보통의 연애>의 프로듀싱을 연이어 진행했으며 재난영화 <#살아있다>부터 제작자에 이름을 올렸다. 마찬가지로 제작으로 참여한 <검은 수녀들>이 촬영 중이며 배우 강동원 주연의 <엑시던트>(가제)가 개봉을 앞두고 준비 중이다. 방향성이 명확한 작품을 기획, 제작해온 오효진 제작이사의 손길이 닿은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조현나

이성진

쇼박스 영화투자기획, 워너브러더스 영화투자총괄, 위지윅스튜디오 영화사업본부장 등 실무자로서 영화산업의 경험을 쌓아온 이성진은 현재 위지윅스튜디오의 자회사 위드에이스튜디오 대표로서 새로운 콘텐츠를 모색하고 제작 중이다. <마녀> <내가 죽던 날> <킬링 로맨스> 등 그가 투자한 작품들은 극장가에 활기를 전해왔으며 현재 자신의 밝은 눈으로 새로운 시도를 접목 중이다. 특히 구교환, 유재명, 서현 등 출중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함께하는 <왕을 찾아서>는 서정적인 스토리라인과 SF가 만나 올해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어 지난해 크랭크인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뷰>는 기자와 연쇄살인범의 인터뷰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추적을 담는다. 이성진 대표의 선택과 집중에 관심이 더해진다. /이자연

최원기

최원기 노바필름 대표는 제작자 마동석의 든든한 협업자이자 자타 공인 ‘일잘러’로 통한다. <PMC: 더 벙커>의 프로듀서로 일할 당시 그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촬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현장을 운영하는 일을 도맡았다. 이후엔 <백두산>의 프로듀서를 맡아 규모 있는 작품을 책임지는 능력을 키웠다. 그때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던 그는 노바필름에서 넷플릭스 영화 <황야>를 제작하며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최원기 대표의 원래 꿈은 감독이었다. 막내로 들어간 영화의 연출부와 제작부가 운명처럼 통합 운영돼 제작부 생활도 겸한 그는 제작이 자신의 길임을 직감하고 일찍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지금의 그는 영상콘텐츠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시나리오화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마동석의 빅펀치픽쳐스와 노바필름이 공동 기획하고 올해 개봉예정인 미스터리 추리극 <백수아파트>에 그의 역량이 얼마나 녹아 있을지 주목된다. /이유채

한준희

<차이나타운> <뺑반>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의 이름 뒤에 ‘대표’가 붙는 게 어색하지 않다. 2019년 제작사 쇼트케이크를 차린 그는 “최근 드라마와 영화, 극장과 TV와 OTT를 자유롭게 오가며 도전적인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고 있는 제작자”(조지훈 프로그래머)로 통한다. 쇼트케이크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플레이리스트와 각각 공동 제작한 <D.P.> 시즌1, 2와 <약한영웅 Class 1, 2>가 사회적 반향과 함께 큰 인기를 끌면서 타 제작사들이 주목할 만큼 성장했다. 한준희 대표는 보통의 감독처럼 각본과 연출(<D.P.>)을, 때론 크리에이터로서 깊이 관여하되 감독은 따로 두는 방식(<약한영웅 Class>)으로 이야기 안팎을 유연히 오가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재밌게 읽은 작품을 근사하게 연출해줄 인물을 물색해 매칭하거나 또는 지지하고 싶은 창작자에게 어울리는 작품을 찾아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전방위적 행보를 보이는데, 인재 발굴과 육성 측면에서 인상적이다. 한준희와 ‘팀 한준희’의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이유채

조성민

지난여름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달성한 <밀수>는 기존 여름 텐트폴에서 보기 어려운 여성 투톱물을 완성했다. 다소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결정에는 조성민 외유내강 부사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우연히 방문한 박물관에서 60~70년대 해녀들이 금과 다이어몬드를 밀수했다는 기록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실행력과 추진력, 이야기를 선별해내는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조성민 부사장은 늘 남성 중심적 영화 사이에서 여성주인공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밀고 나갔다. 무엇보다 그는 젊은 감각을 견지하기 위해 주변의 젊은 관객들에게 자문 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 변화하는 트렌드 등을 익히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선다. 동시대성에 맞는 작품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현재 관객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세계관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한 결과다. /이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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