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를 하고 수줍게 첫인사를 건네는 조아람은 반전이었다. tvN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그가 분한, 나이 한참 많은 후배 정숙(엄정화)을 원칙대로 대하는 칼 같은 의사 선배이자 애인을 터프하게 휘어잡던 뽀글머리 여자 친구 전소라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풍겼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늘 당근보다 채찍을 선택”하는 삶을 살며 간절함을 체득한 이 젊은 배우는 처음 맡은 비중 있는 역할을 후회 없이 연기했다고 자부한다. 대본을 들입다 파며 “상황별로 소라가 할 만한 행동을 수십개 버전으로 생각”하고 현직 의사에게 직접 자문을 구했음은 물론, “안 찾아본 의학 유튜브 영상과 지식백과가 없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배우의 얼굴에선 끝까지 가본 자의 자신감이 어렸다. 조아람이 이토록 준비에 매달리는 건 철두철미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을 때 마침내 찾아오는 “캐릭터와 동기화됐다는 짜릿함”을 놓칠 수 없어서다. “머릿속으로 열심히 상상해왔던 바로 그 인물이 되었다는 걸 현장에서 자각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라는 설명을 들었을 땐 그가 자신도 모르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직업을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00년생 배우 조아람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도 틀어지는 것도 좋고, 내향적이지만 질문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편이라 아직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4, 5살 때부터 가수가 목표인 아이”였던 건 분명하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걸그룹 ‘구구단’ 멤버였다. 2년간 꿈을 펼치는 일에 매진했다. 연기에 관심이 생긴 건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로 진학하면서다. “입시 준비 때부터 재밌었다. 내가 이렇게나 감정 표현을 다양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란 걸 전공 공부를 하면서 알았다.” 그토록 좋아하는 학교생활을 코로나19 때문에 한 휴학으로 못하고 있지만 대신 그 기간에 데뷔작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만났고 배우가 되었다. 조아람과 스릴러 장르물의 이색적인 조합을 확인할 수 있는 최근작 <KBS 드라마 스페셜 2023–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까지 마친 그는 “이성적이고 솔직한 캐릭터들을 만나 단순한 성격으로 변하고 있는” 요즘의 자신이 신기하고 그 누구보다 궁금하다. 앞으로 연기를 통해 어떻게 더 달라질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볼 계획이다. 예정된 조아람의 차기작은 두편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빅토리>에서는 서울에서 거제로 전학 온 여고생 치어리더로 등장한다.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오피스 드라마 <감사합니다>는 한창 촬영 중이다. 한눈에 봐도 건설회사 감사실의 신입사원처럼 보이기 위해 좋아하는 여행도 미루고 다시 한번 선행학습형 인간이 되어 캐릭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새롭게 도전한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에 감사하다. 내 몸을 건강하게 돌보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이젠 내게 당근도 줘볼 셈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김태리).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 쑥스럽지만 나는 사랑을 많이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희도라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퍼줄 수 있을 것 같다.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도 해보고 싶다. 맡은 역할에 잘 동화되는 편이라 애라 같은 인물로 몇 개월을 살면 나도 그처럼 밝고 통통 튀는 사람이 될 듯하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잔잔한 음악을 주로 틀어놓는데 요즘에는 재즈를 많이 듣는다. 꽂힌 한곡은 크러쉬의 <SHE>. 감미로워서 무한반복 중이다.”
<빅토리>(2023년 촬영, 공개 미정)
드라마2024 <감사합니다>(예정) 2023 <KBS 드라마 스페셜 2023–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2023 <닥터 차정숙> 2022 <살인자의 쇼핑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