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알고 보면 더 뜨거운, 최규리
2024-04-12
글 : 김소미

최규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와 어울리는 기질의 캐릭터로 떠오른 인물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사월(심은경), 그리고 <암살>의 안옥윤(전지현)이었다. 한동안 고전한 tvN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1.9%를 기록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시한부 주인공을 조력하는 ‘MZ 쾌녀’이자 알고보니 재벌가 후계자인 유희연을 연기한 배우의 첫인상과는 사뭇 다른 얼굴들이 떠오른 것이다. 이국적인 이목구비와 털털한 미소가 돋보이는 이 젊은 배우로부터 잘 알려진 시원한 매력만큼이나 숨겨둔 뜨거운 기질이 흥미롭게 보였다. “통통 튀는 이미지로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 내가 가진 진지한 면, 부당한 것에는 불끈 반응하는 뜨거운 면도 제대로 발휘해보고 싶다.”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규리의 진가는 곧 열렬한 지적 호기심과 그것을 밀어붙일 줄 아는 행동파적 기질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잠시 침묵할 때면 해사하게만 보였던 얼굴이 문득 서늘한 기운을 비쳤다. 배우 자신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상이라는 평가를 인상적으로 기억”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20대 초반 관객으로서 최규리는 뚝심 있는 장르영화파라 자부하는데, 그래서인지 배우로서도 굵직한 캐릭터에 도전심을 불태웠다. 역동적으로 몸을 쓰는 역할과 액션영화의 호출도 열렬히 기다린다. 2000년생인 그에게 <도둑들>(2012)의 김혜수와 전지현은 10대 시절의 우상이었다. 이쯤에서 최규리는 호탕하게 웃으며 농담을 덧붙였다. “얌전한 역할을 할 바엔 차라리 언덕에서 100번쯤 구를래요!”

부산 출신인 최규리는 오래전 배우를 꿈꿨던 어머니로부터 타고난 무대 체질, 외향성을 물려받았다. “포동포동 똘망똘망 스타일”을 내세워 2살 무렵 ‘예쁜 아기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았고, 6살 땐 아역배우 제의를 받은 적 있지만 서울행이 힘겨워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구가하던 중학교 3학년 때, 메이킹필름 속에서 진지하게 임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이 직업에 완전히 매료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9학번으로 입학해 지금의 소속사도 만났다. 디즈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단역을 거쳐 처음 정식으로 오디션을 본 드라마 <엉클>에 합류, 제작진은 데뷔를 앞둔 그에게 “겉으로는 허허실실 웃고 있지만 실은 강심장처럼 보인다”는 의미심장한 평가를 건넸다.

올가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칠 계획인 최규리는 학교뿐 아니라 세상 밖 사람들에게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배우 수업의 한해를 꿈꾼다. 주로 커튼 안쪽에서 고양이와 보내던 낮 시간을 최근엔 거리를 서성이는 데 쓴다. “혼자 서점을 기웃거리고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진심을 나누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더 성숙해지는 것을 느낀다. 더 많이 관찰하고 배우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탐나는 캐릭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여성 독립군이 되어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특히 근현대사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학창 시절에 민간단체 반크(사이버외교사절단)에 가입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잘못 표기하거나 일제시대의 역사를 오기한 해외 출판사에 직접 정정 메일을 보내는 활동을 했다. 근현대사의 비극 속 영웅, 또는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통과한 위안부 여성을 재현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 글썽이며) 언젠가는 꼭, 꼭 해내고 말 테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사랑한다. 한곡만 꼽아야 한다면 아마도 <Chan Chan>! LP를 수집하고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드라마

2024 <내 남편과 결혼해줘> 2023 <행복배틀> 2022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2021 <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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