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소년 차우민은 영화를 수줍게 동경해왔다. <화양연화> <와호장룡> <색, 계>를 보여주는 시네필 어머니가 있었고, “니 같은 얼굴은 그 바닥 가면 천지삐까리다. 어쭙잖은 재주 갖고 삐댈라 카지 마라”고 일침을 놓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구경했고 장래희망란에 ‘영화 포스터 제작자’를 적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 주변을 향해 “통통하고 멋없는 소년”이 품었던 막연한 동경은 차우민을 재수 끝에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로 이끌었다. 첫 연기, 첫 상경, 첫 독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만난 첫 영화 <용감한 시민>은 진로 고민을 눈물과 함께 끝장내준 작품이다. “여유를 갖고 대사를 잘 뱉는”, 즉 해야 할 일을 잘하지 못했던 날 촬영장을 떠나는 차 안에서 전에 없을 만큼 울었다. 그렇게 알았다. “유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연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차우민은 이미 유도를 진실하게 사랑해보았고 그 마음을 인생의 다음 순서에 온 연기에 적용할 수 있었다. “언제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있다. 나 유도할 때다. 나 지금 이거, 연기 너무 사랑하는 거야.”
다니던 도장에 늘 큼지막하게 붙어 있던 말. “유능제강 정력선용”(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강한 힘은 올바른 곳에 사용하라)의 정신은 <약한영웅 Class 1>의 강우영, <밤이 되었습니다>의 고경준 그리고 올해 <스터디그룹>의 피한울로 이어질 필모그래피에도 영향을 주었다. “지금까지 필모그래피의 95%가 액션”이라 말하는 그는 거칠고 폭력적인 교복 액션을 소화하는 중에도 고민이 많다. “앞서 비슷한 역할을 해본 친구들은 뽑지 않으려고 했다”는 <스터디그룹>의 이장훈 감독은 차우민이 보내온 오디션 영상을 보자마자 마음을 바꿨다. 웹툰 원작의 인기 캐릭터들을 연달아 따내면서도 “왜 나지?”라는 자기 의심을 품곤 하는 이 신인배우는 “아직 내가 나를 믿을 수 없다면, 나를 믿어주는 저 사람들을 믿어야 하는” 단계에 있다. 강아지 같은 성격의 두 고양이(하쿠, 센)와 살면서 빈티지 카메라, 커피, LP 등 클래식한 취향으로 가득한 차우민의 일상에서 독서는 빠질 수 없다.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의 첫 문장을 줄줄 외고 다니는 이유는 “첫 문장에 반해 빨려 들어가는” 독서를 할 때 기쁘기 때문이다. 첫 문장, 첫 대사, 첫인상으로 관객에게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배우가 되기까지. 오직 유능제강 정력선용!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패트릭 버로나(히스 레저). (핸드폰 배경 화면을 보여주며) 마초 그 자체인 것 같다가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소심한 듯 웃어 보이는 히스 레저의 얼굴을 정말 좋아한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최근 카톡 상태 메시지 노래로 바꾼 라우브의 <체인지>. 가사가 요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2022 <용감한 시민>
드라마2024 <스터디그룹>(예정) 2023 <밤이 되었습니다> 2022 <약한영웅 Class 1> 2021 <플로리다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