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이번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여우주연상(아드리아나 파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이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 공동 수상) 2관왕을 수상했다. 작품이 상영된 뒤로 기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평단의 평점 또한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주인공인 마니타스는 어릴 때부터 여성이 되길 꿈꿔왔다. 그러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 상 그 목표를 실현시키기 어려웠고, 마약 카르텔의 수장으로서 아내와 결혼해 두 아이를 슬하에 둔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한편 유색인종이며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던 변호사 리타는 마니타스로부터 성전환수술을 해줄 의사를 비밀리에 섭외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엄청난 보수가 보장된 제안에 리타는 결국 마니타스의 손을 잡는다. 프리미어 상영 이틀 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선 인기를 방증하듯 기자들의 열띤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이전부터 뮤지컬영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제대로 완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답변을 이어갔다.
- 프랑스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안다. 소설의 어떤 점에서 흥미를 느꼈는지, 그리고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을 말해준다면.
=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마약 카르텔의 한 멤버는 자신을 좇는 경쟁자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여성으로 성별을 전환할 계획을 세운다. 소설상으론 해당 인물의 이후 이야기가 없어서 소설을 쓴 작가에게 이 캐릭터 사용과 스토리 제작에 관해 따로 허락을 받았다. 주요 차이점은 소설 속 변호사가 남자였다는 점, 그리고 소설에서는 단지 도망의 한 방법으로서 마약 카르텔 멤버가 여성이 되고자 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마니타스는 어릴 때부터 여성이 되길 소망해왔다.
- 마약 카르텔 수장인 마니타스는 성전환수술을 받은 이후 에밀리아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고 살게 된다. 이 둘의 관계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마티나스와 에밀리아의 관계는 성전환을 통해 마니타스의 타고난 폭력적인 남성성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환상일 뿐이고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진정한 변화는 에밀리아가 가부장적인 관행을 멈추고 남성들의 폭력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서 시작된다.
- <에밀리아 페레즈>를 멕시코에서 촬영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생각하나.
= <에밀리아 페레즈>를 처음 구성한 건 2019년 이었는데 그때 쓴 건 오페라 대본이었다. 초기 의도는 그러했지만 이후 영화화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계획이 변동된 후 멕시코에서 로케이션을 찾으려는 시도를 세번 진행했다. 그러나 인구가 과밀하게 밀집되어 있었고 건축이나 풍경, 빛의 문제 등으로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결국 세트에서 촬영하게 되었다.
- 뮤지컬영화의 형식을 차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숙고할 때 자신만의 적절한 거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까우면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진지하고 비극적인 주제를 다룰 때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고 믿는 편이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과부들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실제 멕시코에서 여성 합창단이 해당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며 마약 카르텔, 트랜스 젠더 정체성, 멕시코 내부의 문제 등을 너무 세게 다루려고 하지 않은 게 느껴졌다. 감독 스스로는 이러한 접근에 만족하는지.
= 이 영화에서 특정 이슈를 다루는 것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면서, 감독으로서 섬세한 주제를 피해 영화를 만드는 식으로 인생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더 많은 관객들과 영화를 통해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주제를 피할 순 없다. 나는 멕시코 사회에 속하지 않고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 마약 카르텔 문제와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해당 주제를 다룰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면서 관련 뉴스들을 꾸준히 접하고 있으니 말이다.
-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을 만나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그녀가 긴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매우 개방적이었고 어느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한 일에 비하면 나는 작은 상상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녀를 무척 좋아하고 깊이 존경한다.
- 조이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 등 미국 배우들과 협업하는 과정은 어땠나.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지.
= 특별히 어려움이 있다기보다는 영화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스페인어에 능통한 배우들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미국 배우들이 유럽영화, 그리고 내 영화에 매우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대적으로 그들에게 더 자유롭게 연기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작업하면서 그들이 미국식 연기 교육을 받은 배우라는 느낌을 받긴 했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배우에게 연기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데 조이 살다나는 그 세 가지가 전부 가능한 배우라 인상적 이었다.
- 프랑스어가 아닌 외국어로 작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스스로에게도 던졌던 질문이다. 나는 프랑스 사람이고 문학을 기반으로 작업해왔기 때문에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할 때는 그들의 억양, 발음, 문장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언어를 구사하는 배우들과 작업할 때는 그들의 표현과 몸짓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다시 말해 언어와 연기의 관계가 더 음악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 <러스트 앤 본> 공개 시점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유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지.
= 나는 여전히 영화가 다양한 각도에서 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 우리가 가진 정치적 혹은 사회적 의식 면에서도 그렇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데 그런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 바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