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OTT 콜렉티오 등 여러 활로를 모색한다, 이마붑, 임동영 엠엔엠인터내셔널 공동대표
2024-06-28
글 : 최현수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엠엔엠인터내셔널(이하 엠엔엠)은 최근 한국의 시네필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수입사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기욤 브락처럼 영화제에서만 향유되던 감독들의 작품을 극장에 개봉시키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고전·예술영화 OTT 서비스인 콜렉티오를 출시하며 탄탄하고 엄선된 엠엔엠만의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영역을 넓혀왔다. 발굴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엠엔엠은 설립 8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원석을 찾아 헤매고 있다.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 중인 이마붑, 임동영 공동대표를 만나 한국의 예술영화 시장의 현재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 이번 칸영화제에 수입사로 참여하면서 느낀 예술영화 시장 상황은 어떤가.

이마붑 올해 칸은 상업성이 부각되는 영화들이 많았다. 예년보다 예술영화가 줄면서 경쟁이 더 치열했다. 구매 가격이 오르면서 결과적으로 배급에 부담이 가기도 한다. 공격적으로 입찰하는 업체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업체로 분화되고 있다.

임동영 두 현상은 이어져 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구매하는 경우는 줄고 평가가 좋은 영화로 시장이 몰린다. 지난해 해외 세일즈사로부터 한국 수입사들의 오퍼의 횟수나 액수 그리고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실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듯하다.

- 최근 예술영화의 흥행 추이만 본다면 <괴물>이 55만명, <추락의 해부>가 10만명,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12만명을 기록하는 등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붑 <존 오브 인터레스트>나 <괴물>의 흥행은 예술영화 관객의 파이가 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상업영화 배급사들이 <괴물> 같은 영화를 배급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단일 작품의 흥행이 다른 예술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보단 적다.

임동영 아트하우스영화도 특정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현상이 잦다.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관객들이 안정된 선택을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매율 변화 추이를 보아도 과거에 비해 상승세를 타는 속도가 무척 느리다.

- 한국 관객들에게 엠엔엠은 발굴에 능하다는 인상이다. 예술영화 시장에서 엠엔엠만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이마붑 시장에 늦게 진입한 배급사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작품 중에서 원석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우리는 호나스 트루에바, 기욤 브락, 토머스 스터버 등 다양한 감독을 소개했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임동영 <노 베어스>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보고 극찬한 작품이다. 다만 흥행이 걱정이었다. 긴 협의 끝에 수입에 성공해서 소개할 수 있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미겔 고메스의 <그랜드 투어>를 수입했다. 처음엔 미겔 고메스의 작품이 국내에서 개봉한 적이 없어 망설였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항상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영화를 가져오려 노력한다.

-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운영에 있어 분담하는 역할이 있는가.

임동영 이마붑 대표는 주로 해외 세일즈사를 맡고 나는 극장, 프로그래머, 언론과의 소통에 집중한다. 영화를 고르고 스케줄을 짜는 일은 함께하고 있다. 서로의 영화 취향이 확연하게 다르다. 가끔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서로 의견을 양보하며 좁혀나갈 때 결과도 좋았다.

- OTT 콜렉티오를 론칭한 이후 줄곧 한국의 시네필들에게 크라이테리온 채널이나 MUBI 같은 해외 OTT와 비교되곤 한다.

임동영 우리가 보고 싶었던 작품은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었다. 관객들이 이런 작품을 보려면 VPN을 우회하는 방법 등을 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양질의 영화를 합법적으로 볼 플랫폼을 원했다. 까다로운 사업이지만 지금까지는 즐겁게 하는 중이다.

이마붑 우리의 영화는 줄곧 제한적인 환경에서 상영됐다. 기획전이나 특별상영도 관객과 만날 기회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전부터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자는 생각을 품었다. 사티야지트 레이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영화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은 드물지 않나. 제공해도 화질이나 자막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콜렉티오를 출시했다. 언급했던 크라이테리온 채널이나 MUBI도 개발 당시 많이 참고했다.

- OTT의 성패는 IP의 확보와 유지에 있다. 콜렉티오만의 라이브러리를 구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 중인가.

이마붑 신생 OTT인 만큼 라이브러리 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리가 보유한 작품 외에도 다른 배급사들과 협의해 에릭 로메르의 작품을 서비스하는 등 노력을 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미 다른 CP사와 거래된 작품은 논의가 어렵다. 아직까진 우리가 직접 수입해서 소개하는 작품의 비중이 더 크다.

- 다양성영화 지원사업은 주로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예술영화 수입에 있어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

이마붑 극장이 관객을 저평가하고 있다. 예술영화 흥행의 격차를 단순히 관객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관객들에게 영화가 선택되려면 상영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예술영화는 조조나 심야 상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술영화도 적절한 상영 회차가 보장되어 장기상영할 수 있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

임동영 당장 <존 오브 인터레스트>마저 상영관이 적어서 보기 힘들다는 피드백이 나온다. 300개 안팎의 스크린도 상영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우리는 40개관 정도를 배급한다. 직장인들은 볼 수 없는 시간에 한 회차만 상영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

- 그럼에도 엠엔엠은 자신들의 안목을 믿고 우직하게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 엠엔엠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 것 같나.

이마붑 고전영화를 좋아하고 감독과의 만남을 원하는 모습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의 라인업을 꾸준히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우리가 걷는 방향성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임동영 한국에 나와 비슷한 영화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만명은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실제로 우리가 수입한 작품을 만명 정도가 봤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를 지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을 느낀다.

이 감독, 놓치지 않을 거예요

<운디네>

“다들 크리스티안 페촐트를 생각할 텐데. 사적으로도 재밌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딸과 함께 내한했을 때는 친구처럼 편한 느낌도 들었다. 처음 <트랜짓>을 수입할 때 임동영 대표와 나 사이의 의견이 갈렸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운디네>를 보면서 페촐트의 스토리텔링에 매료됐다. <운디네>를 통해 그의 필모그래피에 집중하다 보니 페촐트 배급사가 된 것 같다. 소탈한 모습의 기욤 브락 감독이나 인격적으로 존경심이 들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도 놓치고 싶지 않다.”(이마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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