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을에서 재선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위 토박이다. 초선 4년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에 있었고, 이번 국회에서도 전반기 문체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바타: 물의 길>은 <아바타>보다 감동이 덜했다”라고 영화 얘기를 꺼내며 영화에 대한 평소의 애정을 한껏 드러낸 그는 영화산업의 쟁점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홀드백 법제화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대선 때 문체위 간사로 활동했던 만큼 관련한 정책기조에도 환하다. “다른 상임위에 비해 문체위는 합의가 원활한 편”이라며 웃는 그의 말처럼 22대 국회와 문체위의 영화계 쟁점은 원활하게 풀릴 수 있을까.
= 문체위가 인기 있는 상임위가 아닌데도 1지망으로 썼다. 재선되면서 ‘다른 상임위도 좀 경험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원체 영화, 책, 스포츠를 다 좋아한다. (웃음) 아주 개인적인 선호로 또 문체위를 택했다. 공적으로도 연이 깊다. 중앙부처를 비롯해 경상북도나 대구 등 지역에서도 오랜 공무원 생활을 해오면서 문화예술·체육계 부서를 주로 담당했다. 초선 때는 문체위 간사를 맡아 대선을 치렀다.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과 소통하며 여러 약속을 남겼고, 대화의 결과를 현 정부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까지 깊게 관여했다. 중간에서 많은 약속을 해놓고 딴 데로 훌쩍 가버리면 안되지 않겠나. 계획했던 정책 실현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 씨앗을 많이 뿌렸으니 22대에선 열매가 맺히는 것까지 보고 싶다.
- 21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사안은.= 민간 부문에서 워낙 좋은 성과를 내준 덕에 K콘텐츠가 급성장했다. 여기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저작권 문제라고 생각했다. 창작자들이 정당한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대형 플랫폼 기업과의 계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다. 또 수도권과 지역의 문화 격차를 줄이고 싶었다. 국립예술단마저 공연의 80~90%를 수도권에서 하는 실정이어서 지역의 문화 향유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22대에선 국내 창작물의 해외 유통 활로를 정부가 지원하는 일에 힘쓰려 한다. 중소 콘텐츠 제작자들도 모두 좋은 환경에서 해외 판로를 뚫을 수 있게 돕고, 한국 문화산업을 세계적으로 더 키우고 싶다.
- 지역문화 격차에 대해 근래 영화계 이슈도 있었다. 올해 영진위의 지역 영화 관련 예산이 전면 삭감되며 영화인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 4년 동안 상임위나 예결위 등을 통해 문체위 예산을 곰곰이 들여다봤더니 문화예술쪽 예산 집행률과 성과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고 그 과정에서 삭감되는 예산이 생겼다. 물론 모든 사업을 완벽하게 평가하고 계획하기엔 실질적 한계가 있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문체부 소관이기보다 재정 당국이 지역 밀접 사업 분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획일적인 시각에서 다룬 사례도 있다. 지역 영화제를 예로 들면 이걸 지역 문화사업으로 보고 지자체에서 예산을 더 내주면 된다는 것인데, 경험에 따르면 국가재정보다 지방재정이 훨씬 꾸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방재정이 영 어려운 경우엔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사업 하나하나를 더 면밀하게 살피면서 지역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재편 과정에 있다고 봐주길 바란다.
- 평소 영화산업계 쟁점엔 어떤 관심이 있나.= 공직 생활로 바쁠 때에도 극장에 꼭 다닌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동네의 임시 극장에서 늘 영화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고, 지금도 가족과 함께 극장에 가길 좋아한다.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산업 역시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홀드백, 스크린쿼터, OTT와 극장의 관계, 영화발전기금의 현황 등 주요 안건은 모두 살피고 있으며 두 가지 원칙을 지키려 한다. 각 사안이 워낙 복잡한 만큼 최대한 이해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하나이고, 제도를 개선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피해를 보는 종사자가 있다면 즉각 수정하겠다는 게 둘째다.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면 영화, 시리즈 몇편이 잘되고 세계적 배우가 나왔다고 해서 한국영화계의 기반이 탄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여기서 더 방심하면 어렵게 쌓아온 것들이 모두 후퇴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지니고 있다.
- 지난해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에 이어 이후에도 토론회, 간담회 등 영화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 있나.
= 물론이다. 당장 7월에 스크린독과점 관련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도 어려운 문제지 않나. 극장은 관객 수요에 맞춰 영화를 최대한 많이 튼다고 하고, 제작자들은 <범죄도시4> 같은 특정 작품이 다른 영화의 상영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한다. 또 소비자에겐 ‘천만 영화’ 말고 자기 취향의 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 정부가 여기에 나서서 간섭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고, 최대한 자율적으로 산업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국회 차원의 도움을 주려 한다.
- 영비법 등 영화산업 관련 현안에 대해 국회의 관심도가 떨어졌단 말이 많다. 스크린독과점 방지 등을 위한 영비법 개정안이 10년 넘게 표류하는 상황이다.
= 10~20년 동안 반복되어 발의되고 폐기되는 법안은 아주 많다. 누가 끈기를 가지고 그걸 계속 끌고 가느냐가 문제다. 그런데 문체위엔 오래 활동한 의원이 적다. 21대 국회에 들어가보니 20대, 19대 때 문체위에 계셨던 분들은 거의 인기 있는 상임위로 가셨더라. 분명히 이전 국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것이고 쌓아놓은 자료도 있었을 텐데 국회가 바뀌면 그냥 원점에서 시작하면서 영비법도 진척이 없었던 거다.
- 이번 문체위의 상황은 어떤지.= 상임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아직 여야 상견례를 제대로 하진 못했다. (6월26일 기준) 그러나 지난 임기 때 같이 일했던 전재수, 임오경 의원 등과는 계속 함께할 수 있게 됐고 강유정 의원 등 현업에 밝은 분들도 들어왔다. 여야 쟁점이 적은 부분은 속도감 있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현업 종사자 출신은 아니니까 최대한 문화 소비자의 시선에서 안건들을 살피려 한다. 일반적인 대중영화뿐 아니라 독립영화, 단편영화에 대한 지원, 그리고 영화계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정부와 국회에 더 알리겠다는 소신으로 임기를 마쳐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