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산적한 현안…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독립영화인들과 유인촌 장관의 간담회, 국회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
2024-07-05
글 : 이우빈

22대 국회가 막 문을 연 지금 영화계와 정치권의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6월2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과 6명의 독립영화인, 10명가량의 문체부·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실무진은 약 2시간 동안 영진위 지원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올해 영진위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한 정부측의 직접적인 리액션이다. 장관 정책보좌관과 문체부의 영상콘텐츠산업과(영진위 담당 부서) 과장급, 영진위의 본부장급 인사가 모두 배석했단 점에서 “내외부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자리” (문체부 관계자 A씨)였다. 독립영화인 중에선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김진유 감독 겸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초희 감독, 박영완 감독 겸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윤가은 감독이 참가했다. 백재호 이사장은 “내년도 영진위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만남을 얼른 추진해야 했다”라며 간담회 배경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6월부터 7월은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이 수립되는 시기이며, 현재 영진위 예산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예산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의 안건은 2024년 영진위 지원사업의 영화계 피해 사례와 개선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독립영화인들은 전액 삭감된 영진위 지역영화문화 사업의 복원, 영화제 지원 예산 복원 및 국제/국내 영화제 지원 분리, 영화 창·제작 부문의 자부담금 폐지와 공모 시기 및 횟수 조정 등을 요청했다. 지난해 영진위 예산이 공개된 이래 영화계에서 꾸준히 제기한 사안들이다(<씨네21> 1424호, ‘예산은 줄고 말할 곳은 없다, 2024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논란’). 이에 문체부는 대체로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며 영진위측에 사업 방향성과 대안 검토를 요구한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 A씨는 “현장 종사자들을 만나니 지금의 지원사업 규격이 실제 촬영 일정과 어떻게 동떨어져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라며 “올해 영진위 사업에 대한 수정은 어렵겠으나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내년 사업부터는 최대한의 변화를 추진하려 한다”라는 후기를 전했다.

간담회 후속 조치도 이어갈 것

간담회 내용이 실제 내년도 영진위 예산 수립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확언하기 어렵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도 영진위 예산은 주로 영발기금 외 재원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영화발전기금 (이하 영발기금)이 올해 초 기준 40억원 남짓밖에 남지 않으며 영진위의 자체 재원 고갈 문제는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영진위는 올해도 체육기금 300억원, 복권기금 54억원을 편입하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고, 영진위는 예산편성의 실질적인 권한을 정부 부처에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다면 영진위 예산에 대해 문체부 차원의 예산 조정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문체위 소속)에 따르면 올해 영진위의 지역 영화예산 폐지 역시 “문체부 소관이라기보단 재정 당국 차원의 판단”이 주요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진위와 문체부 차원의 의견이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문체부는 “기재부 논조에 맞추되 예산편성이 어려운 분야는 지자체나 영상위원회, 혹은 국회 등 다른 기관의 도움을 요청”(A씨)해야 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해당 간담회에 대해 문체부가 관련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홍보하지 않은 것도 아직은 이후 상황을 더 살펴야 한다는 의도로 읽힌다.

해당 간담회의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에 간담회 관계자들의 중론이 모아졌다. 우선 문체부에 따르면 유인촌 장관은 내달 영진위 등 부산에 있는 영화·영상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전반적인 협의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영진위와 문체부는 이번 간담회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밝힐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윤곽이 잡힐 시기이므로 내년도 영진위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잡힐 자리로 평가된다. 또한 백재호 이사장은 “장관 혹은 장관 정책보좌관 등 담당자들과 후속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지금의 아이디어를 더 협의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가질 것”이란 계획을 전했다. 그리고 “영진위 예산의 복원을 넘어서 또 다른 영화계 현안에 대해서도 계속 정치계와의 만남을 요청하겠다”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 개최

6월27일 국회에선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문화산업 불공정 개선 위한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영화계를 포함해 웹툰, 출판만화, 방송 연기, 음원 분야의 현장에서 불공정 사례를 겪은 현업 종사자들이 모여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제정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영화 분야에선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등이 참가해 객단가 조정의 필요, 스크린독과점 개선 등 영화계 현안을 발표했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가 나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강유정 의원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객단가 등 영화산업의 산적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계 내부의 자체적인 자정 작용과 자율적인 협의도 필요하지만, 문화산업법 차원에서 창작자와 소비자의 전반적인 권익 증진으로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강유정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