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현실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 수립을”, 정상진 조국혁신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
2024-07-05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행복에 인색한 시대다. 행복을 말하는 건 어딘지 쑥스럽고, 현실 정치에서 행복을 입에 올리면 현실감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니 그렇기에 행복을 지향하는 태도와 가치가 소중하다.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행복은 단순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문화가 중요하다.” 정상진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정책보다 사람을 강조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장을 역임하고 독립예술전용관을 운영 중인 정상진 위원장은 오랫동안 독립예술영화계에 헌신해왔다. 후원하고 지지하되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그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나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다. 22대 총선 당시 조국혁신당의 문화특보로서 당을 알리는 데 열정을 쏟아온 그는 현재 조국혁신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당의 비전을 수립하고 전달하는 데 맹활약 중이다. 사람이 사람 답게 살기 위한 문화. 원론적으로 들리는 그의 이야기 속에 당연해서 간과하기 쉬운 바르고 곧은 답이 깃들어 있다.

- 22대 총선에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 감사하다. 돌풍이라고 했지만 아직 멀었다. 양당정치 구도를 넘어서고자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신생정당으로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주변에서 박수를 보내주지만 동시에 신생정당으로서의 부족함을 절감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빠르게 보완해나가고 있다. 지금은 7월에 있을 전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기존 정치 문법에 물들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나가겠다.

- 오랫동안 지지자, 후원자로 활동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전면에 나섰다.

= 비례대표 후보 16번이라는 과분한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정치에 일말의 관심도 욕심도 없었다. 다만 이제 좀 살 만한 세상이 되었나 했는데, 한순간에 퇴보 중인 세상에 분노가 치밀었다. 지지난해 <그대가 조국> 제작으로 조국 대표와 인연을 맺었고 조국이라는 사람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지덕체의 완벽함에 종종 보여주는 인간적인 허당미까지. 내겐 속 넓고 든든한 인생 선배이자 모든 걸 닮고 싶은 존경하는 형이다. 잔소리 많은 운동 어드바이저이기도 하고. (웃음) 조국에겐 인간에 대한 존중과 국가발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전이 있다. 이런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싶어 곁에서 돕기로 결정했고, 여기까지 왔다.

- 현실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 총선 때는 달리는 말이 아니라 아예 초고속 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내릴 엄두도 안 나는. (웃음) 내 목표는 조국혁신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정당의 색을 만드는 일부터 전당대회 연출, 총선 홍보 스틸, 영상, 홍보 문구 하나까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기존 정치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만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고, 조금씩 변화를 실감 중이다. 예전엔 좌우 가리지 않고 해야 할 말을 서슴지 않고 했지만 이런 성정을 누르고 귀를 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아 문화예술 단체 분들의 다양한 얘기를 경청하는 단계다.

-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영화계 인사로 주목받았다.

= 말씀처럼 영화계 원로나 배우가 아닌 현업에서 일하던 분 중 총선에 나온 경우가 흔치 않다. 강유정 의원은 워낙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정치 현안을 바라보는 예리한 분석이 뒷받침되는 분이라 나 역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여론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큰, 뛰어난 정치 인재인 만큼 앞으로 산재한 영화계 현안을 협력해서 풀어나가고 싶다. 40여년을 영화계에 몸담았으니 당연히 내 안테나는 영화계쪽으로 서 있겠지만 동시에 지금은 영화를 넘어 국가 전체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개별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물론 문화예술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개혁과 변화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 지난 총선 때부터 일관되게 문화예술 분야 전반의 연계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맞다.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부처별로 나뉜 예산을 문화예술 분야로 통합, 운영하는 인식과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여러 도움을 받아 예산을 짤 수 있다면 거시적인 시야에서 문화가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K컬처에 편향된 문화사업은 예술의 본질보다 경제적 가치와 효과를 우선시하는 정책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해외 진출 등의 성과에 집착하는 건 과거 국가주도식의 철 지난 성장모델에 불과하다. 이는 도리어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한마디로 문화 토양을 갈고닦는 미래를 위한 중장기 정책은 말살 중이다. 소외지역의 문화 분야 지원 또한 삭감되어 문화예술의 불모지로 전락하는 중이다.

- 현재 한국영화계가 큰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 전방위적으로 퇴행 중이다. 우선 표현의자유가 중요한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선출부터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원 방식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기조는 삭감과 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무자들이 정책 입안을 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세부 사항에 맞춰서 정해진 예산에 정책을 끼워맞추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의 결재와 허가를 기다리는 방식이라면 당연히 수치상의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다. 문화 정책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선 안된다. 미술, 음악, 공연, 영화, 출판 등 분야마다 고유의 특색에 맞는 적합한 정책 기획과 추진이 필요한데 적어도 지금 영화쪽에는 그걸 실행할 주체가 없다. 실무를 아는 창작자 중심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 벽을 허문다는 걸 꾸준히 강조해왔다. 문화예술 정책 입안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전면 부정하는 데 있다. 창작의 주체인 사람이 중심인 문화에서 예술의 자율성 존중만 강조한 시장원리를 내세우고 있다. 명확한 장기적 비전 없이 단기적인 사업 중심으로 문화예술계의 불안만 증폭시키고 있다. 표현의자유에의 침해도 문제다. 한 나라의 예술과 문화는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예술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공유하고 사회적 연대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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