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영화산업과 OTT 업계간 공생의 길 찾는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07-05
글 : 이우빈
사진 : 오계옥

22대 국회의 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위원장으로 전재수 3선 의원이 선출된 일에 의심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20대, 21대 국회에서 문체위 위원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초선 시절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정부의 압박에 거세게 반발하며 영화계에서 큰 신뢰를 받았던 이력 덕분이다. “문체위엔 비교적 오래 활동한 의원이 없는 것이 문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로 인식되는 지금 전재수 의원만큼 문체위 상황과 영화계 현안에 해박한 인사는 드물 것이다. 2017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인>을 인생 영화로 꼽았던 그는 “최근 <서울의 봄>을 보며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잃지 않은 인물이 인상 깊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국가가 왜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하는지 그 본연의 역할을 상기”시킬 것이란 그의 포부도 영화계에 새봄을 가져와주길 바란다.

- 부산 지역구에서 유일한 야당 의원으로 3선에 성공했고, 전반기 문체위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시민과 국회의 기대를 한번에 짊어진 셈이다.

= 막중한 책임을 맡겨주셔서 감사드린다. 문화와 체육, 관광이 경제의 동력이자 국력이 되는 시대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문화 강국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다른 문체위 위원들과 함께 힘쓰겠다. 지역구인 북구 주민들께는 일하는 정치,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드렸다.

-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중진·신진 문화예술위 위원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할 것 같다.

= 야당 문체위 위원들과의 소통은 지금도 상시 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현안에 대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고, 문체위 위원들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상임위 위원들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예술 정책에 관심을 두는 의원들과의 협업 프로세스도 고민 중이다.

- 2017년 <씨네21>과 인터뷰에선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영진위 개혁, 대기업 수직계열화로 인한 구조 문제 해결 등을 주요 과업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8년가량이 지난 지금도 위 문제들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현 한국영화계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진단한다면.

= 보릿고개를 넘어 빙하기가 왔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문화예술계에 계속 몸담았던 의원으로서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OTT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영화 관객수가 급감했고 극장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지니 영화 제작과 투자가 위축됐고, 이것이 개봉작 감소로 연결되면서 극장 매출이 더욱 악화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더욱이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예산까지 대폭 삭감되면서 영화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 한국영화계의 해묵은 논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논의를 펼칠 예정인지.

= 유례없는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시장의 문제로만 놓고 맡겨서는 안된다. 영화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독과점과 같은 경쟁구조가 공정한 기회와 다양성을 침해한다는 것은 국민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비해 정치권의 관심이 다소 부족했을 뿐이다. 업계와의 충분한 협의나 소통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프랑스의 영화 정책 사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의 방법을 통해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맞는 기준과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본다.

- 영진위 예산 감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했나. 지역 영화 관련 예산 폐지는 지역구인 부산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텐데.

=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사업 자체가 사라지고 줄면서 지역 영화 생태계가 한순간에 고사 위기에 처했음을 알고 있다.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효용성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사업들이다. 과거 블랙리스트로 인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도 그렇고, 공교롭게도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지역 영화계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에서 영화발전기금을 납부하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역에 대한 홀대, 배제, 차별을 멈춰야 한다. 문화 격차 해소라는 문화기본법의 방향에도 배치된다. 예산을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고, 영진위 역시 독립된 기구로서 지역의 영화문화진흥을 위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 20대 국회에서 안철수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본회의까지 가는 데에도 실패했고, 위에서 언급한 한국영화계의 문제들은 거의 20년 넘게 표류 중이다. 이에 영화·영상계 현안에 대한 입안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 영화 업계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감대는 분명히 있다. 영화계의 상황과 시급성에 대해 더욱 긴밀히 소통해서 영화인들의 고충이 하루빨리 덜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OTT 산업에 대해서도 정책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영비법이 OTT 콘텐츠 규제 및 시장 조정에 대한 강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OTT 콘텐츠에 대한 부과금 징수의 필요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 OTT를 빼놓고는 영화시장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인 부과금은 극장 사업자와 관객에게만 징수되고 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플랫폼 다변화의 흐름에 맞춰 OTT 사업자에게 영화발전기금 또는 다른 형태의 부담금을 부과해 그 자본을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기획재정부 자문기구인 기금부담금 운용 평가단에서 부과금 정책의 검토를 문체부에 권고했음에도 관계자들이 논의 자체를 꺼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쉬운 대목이다.

- 해외 거대 OTT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국내 OTT에 대한 지원의 필요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 물론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OTT가 K컬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도 국내 OTT 사업자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액공제 상향과 OTT 업계에 특화된 지원 방안, 해외시장 진출 지원, 특히 국내외 OTT 사업자간 차별 문제 해소 등 국내 기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 영화산업과 OTT 업계간의 균형점,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

- 영화·영상 관련 말고도 문화예술계 전반의 정책에서 가장 관심을 지니는 측면이 있다면.

= 영화를 포함해 문화예술 영역 전반에서 지역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지방의 문화생활 공간과 인프라는 여전히 한정적이고, 지방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경험의 폭과 기회의 다양성도 여전히 적다. 정부의 지역 문화예술 지원 예산까지 큰 폭으로 삭감되면서 지방은 명백하게 문화예술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예술을 누리는 것은 모두의 권리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문화의 기회가 차별 없이 공정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문체위 위원장으로서 앞으로도 쭉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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