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코난은 아이돌 팬덤에 가까운 느낌”, 성수희 CJ ENM 미디어사업본부 투니버스채널운영팀장
2024-07-23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1년에 한번,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좋은 친구다.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명탐정 코난>을 즐겨온 아이들은 어느덧 자라 극장판 <명탐정 코난>을 즐기는 주요한 관객층으로 자리매김했다. 극장판 <명탐정 코난>의 수급, 마케팅, 배급을 책임지고 있는 성수희 CJ ENM 미디어사업본부 투니버스채널운영팀장은 투니버스 콘텐츠 사업 전반을 총괄한다. 30만명 정도의 확고한 팬층을 기반으로 하던 극장판 <명탐정 코난>의 입지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성수희 투니버스채널운영팀장을 만나 <명탐정 코난>이 어떻게 국내시장의 저변을 넓혔는지 그 과정과 비결을 들어보았다.

- <명탐정 코난>의 27번째 극장판이 개봉한다. 극장판의 경우 매년 돌아오는 개봉이지만 올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명탐정 코나: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이하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일본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26기 극장판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하 <흑철의 어영>)이 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안팎으로 기대와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사와 보람과 부담을 한몸에 짊어지고 있다. (웃음)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빼어나게 잘 만들어진 한편의 영화가 깜짝 흥행하는 것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벌써 27번째 극장판인 만큼 작품과 함께 성장해온 관객들의 시간과 여정이 녹아 있는 결과다. 차근차근 쌓여온 경험들, 저변을 확장해온 관객과의 공감대, 그간 익혀온 배급 운영의 노하우들이 유의미한 형태로 나타난 거라 생각한다. 지난해 <흑철의 어영>에 이어 올해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이제 한국 시장에 맞게 본격적이고 독자적인 방향을 잡아나가는 중이다. 이에 맞춰서 그간의 노하우들을 총동원해서 코난의 전통적인 팬들과 코난을 잘 모르는 새로운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2019년 23기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부터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기획, 진행, 사업을 맡았다.

=마침 내가 코난을 맡게 된 시기가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던 때였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도 시작되어 처음엔 난항을 겪었다. 원래 <명탐정 코난>은 40만~50만명의 안정된 팬층을 끌고 가는 극장판이었는데 관객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전에는 그렇게까지 애를 쓰지 않아도 팬들이 찾아주는 검증된 시리즈의 느낌이었다면 이때를 기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팬이 아닌 관객들을 공략하는 유료시사도 가지고 투니버스 외에 여러 채널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과감한 아이디어와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조금씩 반응이 오는 걸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금은 기존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제공하는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는 투 트랙 전략을 큰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

- 두 가지 타깃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게 흥미롭다. <명탐정 코난>은 TVA판이 투니버스 채널을 통해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그에 따라 현지 상황에 맞게 로컬라이즈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는데, 최근에는 원작에 충실하게 가는 게 기본 원칙인 것처럼 보인다.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현지화에 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오랫동안 학습되어온 부분이 있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이라는 IP 전체가 글로벌 IP로 성장하면서 극장판의 경우 통일을 시켜주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작품에 따라서 일본 현지의 특정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가 전개되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걸 현지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 역시 양쪽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 <안녕 자두야> <신비 아파트> 등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을 주로 담당하다가 현재는 <명탕점 코난>과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기획 총괄 중이다.

=<명탐정 코난>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다. 굳이 말하면 나는 <미래 소년 코난>을 보고 자란 세대다. (웃음) 한번은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명탐정 코난>을 틀어주자 전부 집중하느라 조용해지는 것도 봤다. 2000년 이후엔 <명탐정 코난> 세대가 있고, 그 친구들이 자라서 이제는 20, 30대의 적극적인 소비층이 되었다. 물론 지금 현재도 투니버스 등에서 코난, 짱구를 보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 말하자면 저변이 확장되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투니버스 등의 채널을 통한 어린 시청층의 유입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30대까지 공략 가능한 시장이 형성됐다. 극장판은 좀더 공격적으로 함께 자란 세대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 <명탐정 코난> TVA와 극장판 배급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TVA가 시청자를 오래 붙잡아둘 전략을 긴 호흡으로 고민한다면 극장판은 빠른 의사 결정과 집중적인 전개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결과가 나오는 아이템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애매한 건 과감하게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TVA가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스테디’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베스트’한 선택을 집중적으로 해볼 여지도 생긴다. 다만 신규 유입과 확장이라고 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넓게 공략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오히려 육성할 수 있는 확실한 팬층들에게 다양한 특전과 기회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다.

- 코난과 짱구, 두 인기 캐릭터의 극장판을 맡고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확실히 다르다. 코난은 좀더 아이돌 팬덤에 가까운 느낌이다. 소장용 아이템, 나만의 것이 중요하다. 이벤트를 준비할 때도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개별적으로 어필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짱구는 좀더 가족적이고 보편적이고 편안하다고 해야 할까. 굿즈를 준비할 때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짱구는 사람들이 무난하게 좋아할 아이템 하나를 고민하는 반면 코난의 경우 개별 팬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좁고 날카로운 기획을 여러 가지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 <명탐정 코난>은 극장, TV의 투니버스 채널, OTT 티빙으로도 볼 수 있다. 여러 채널을 가진 것이 장점인 한편 어려움도 적지 않을 텐데.

=연계하여 IP의 다양한 매력을 전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유리한 요소다. 동시에 그만큼 책임과 부담도 주어진다. 플랫폼마다 고객의 니즈에 맞게 차별화된 요소들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해마다 돌아오는 숙제 같은 이벤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꼼꼼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젠 오래 두고 함께 시간을 보낸, 가족 또는 친구 같다. 관객들에게도 좋은 친구를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우리 팀이 해야 할 일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