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포스터에서부터 암시했듯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이하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전설의 검 ‘성릉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성릉도는 본래 에도막부 말기의 군조직 신센구미에서 부장을 맡았던 히지카타 토시조의 것이었다. 성릉도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던 중, 코난과 핫토리는 대장장이 히가시쿠보 에이타츠가 만든 검들을 전부 모으면 오노에 가문의 숨겨진 보물을 찾을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괴도 키드가 오노에 가문에 초대장을 보내고, 오노에 3대 당주인 타쿠조와 무기상인 브라이언 D. 카도쿠라 등이 검의 행방에 집요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다.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이 국내 개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수익 150억엔 돌파, 누적 관객수 1천만 관객 돌파’라는 일본에서의 성과 덕분이다. 이는 지난해 스토리, 작화 모두 호평받으며 <명탐정 코난> 시리즈 수익 1위에 올랐던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하 <흑철의 어영>)의 수치를 가뿐히 넘어선 것이다.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의 일본 흥행 이유에 대한 분석은 아직 자세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경쟁해야 했던 <흑철의 어영>과 다르게 박스오피스상의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에는 없다는 점, 오랜 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령 <흑철의 어영>이 인기가 증명된 검은 조직을 등장시키는 동시에 코난과 하이바라의 관계성을 부각시키는 서사를 보여줌으로서 개봉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모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괴도 키드, 핫토리의 활약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기존 캐릭터의 서사를 증축해 전체 세계관을 넓히는 기획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우선 극장판 기준으로 14년 만에 코난과 괴도 키드의 대결 구도를 불러온 것, 그리고 이 구도에 핫토리까지 가세시킨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상기해보면 그간 극장판에서 핫토리의 분량은 원작에서의 역할에 비해 미미했다. 그러나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코난과 괴도 키드, 핫토리라는 삼중 구도를 기준으로 가되 코난보다 핫토리, 괴도 키드에게 중요도를 부여하는 모양새다. 괴도 키드는 가족과 관련된 서사를 드러내고 핫토리는 추리와 액션 신의 상당수를 점유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심지어 핫토리는 코난의 비밀을 아는 몇 안되는 동료로서 핫토리와 괴도 키드의 연결성을 짚어내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 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핫토리의 짝사랑 상대인 카즈하, 괴도 키드의 소꿉친구인 아오코도 극장판에 반가운 얼굴을 비쳤다. 핫토리와 카즈하, 괴도 키드와 아오코는 오랜 기간 팬들이 커플 성사를 염원해온 이들이기도 하다. 요컨대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핫토리와 괴도 키드에게 코난에 버금가는 비중 그리고 새로운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극의 규모를 확장하고, 다음 극장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계관까지 확보해냈다. 각본을 담당한 오쿠라 다카히로 작가는 “핫토리와 괴도 키드가 이전과 같은 전개로 흘러가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가벼워 보이는 태도 이면에 많은 생각을 감춘 인물”인 괴도 키드의 면모를 이번 극장판에서 좀더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에서의 괴도 키드, 핫토리의 활약은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근래 개봉한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들, 당장 <흑철의 어영>과 비교해보더라도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강화했다. ‘보물을 찾는다’는 목표 자체는 간결하고 명확히 세워두되 숨겨진 보물에 다다르기까지의 단계를 촘촘하게 구성하는 식으로 말이다. “원래 이런 수수께끼 풀이는 너희가 전문이잖아”라는 괴도 키드의 말처럼, 코난과 핫토리는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차근히 단서를 모아 게임 스테이지를 깨듯 주어진 단계를 하나씩 넘는다.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며 액션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액션 신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검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극장판인 만큼 검술이 뛰어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 덕이다. 다만 여기서도 코난보단 괴도 키드와 핫토리를 중심으로 액션이 펼쳐진다. 괴도 키드는 공중전이 가능하고, 핫토리는 오토바이가 그의 시그니처이며 검도 실력도 탁월하기 때문에 액션을 다채롭게 펼쳐내는 것이 가능하다. 극장판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도 담당했던 나가오카 지카 감독은 남성 캐릭터 활용에 특화된 감독이다. 그러니 코난과 괴도 키드, 핫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추리와 로맨스, 액션은 그가 자신의 장기를 맘껏 발휘할 판이 마련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것은 극의 안정적인 만듦새와도 연결된다.
갈수록 강화되는 액션 신
하지만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의 장점, 새로운 시도로 꼽힐 요소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아쉬운 점으로도 다가온다. 첫째로 남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만큼 여성 캐릭터가 기능적인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가령 카즈하는 추리의 힌트를 제공하거나 핫토리의 움직임을 추동하는 역할이 두드러진다. 란과 아오코도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추리물로의 성격이 강화되긴 했지만 반대로 추리물로서의 매력은 다소 감소한 점도 짚어볼 수 있다. 범인들의 수법이나 범죄 현장 연출에서 기시감이 들고 때때로 비약적인 전개로 인해 추리의 개연성이 상실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뚜렷한 반전을 꾀하고 후반부에 쾌감을 선사할 추리를 선보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해나가는 데 집중한다는 인상이다. 때문에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추리 패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범인을 예측하기가 전처럼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중성을 고려한 결과일 수 있겠으나 추리의 결과도 가족 서사와 같은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왕왕 보인다.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도 이에 해당하는 예시다. 한편 액션 신은 <명탐정 코난> 시리즈에서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인데 ‘코난적 허용’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낼 만큼 때로 과하게 상황을 연출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번엔 히지리와 핫토리가 비행기 위에서 대결을 펼치는 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보다 보면 연재 30주년이라는 방대한 역사와 주기적으로 극장판을 제작해야 하는 제작진측의 고민이 보이는 듯하다. 시리즈 최고 수익을 올린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또한 그 고민의 길 위에 위치한 작품이다. 계속된 활로 탐색이 인기, 흥행을 보장하며 수익이라는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지만 그만큼 고착화된 패턴으로 인해 극이 단조롭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 기간 팬들이 열광하고 그들이 여전히 <명탐정 코난>의 새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가는 만큼, 게속해서 신선하고 날카로운 전개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의 검 사용법
나가오카 지카 감독이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의 감독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원작자인 아오야마 고쇼 작가가 직접 그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가오카 지카 감독은 살면서 처음으로 모조 검을 구입해 다루는 방법에 관해 연구했다고 전한다.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검을 다각도로 분해해 보물을 찾기 위한 단서의 요소로 활용한다. 나카오카 지카 감독은 검을 다루는 방법을 공부함으로써 검의 묘사 및 이에 얽힌 서사를 세세히 표현하고, 검을 활용한 액션 신 또한 실감나게 연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