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BOOK] '가연물'
2024-09-09
글 : 이다혜

요네자와 호노부 지은 김선영 옮김 리드비 펴냄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단편집 <가연물>은 추리소설에서의 문장력이 무엇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정보를 충실히 나르는 동시에 명확하고, 독자에게 탐정(역을 맡은 경찰)이 갖는 의문을 드러내 보여주는 동시에 수수께끼의 해소를 까다롭게 한다. 뺄 문장도 더할 문장도 없이 경제적으로 사건과 의문을 전달해 사건 해결까지 뚜벅뚜벅 향한다. <가연물>에는 총 5편의 사건이 실려 있는데, 모두 군마 현경 수사1과 가쓰라 경부가 해결의 중심에 있다. 소시민 시리즈, 고전부 시리즈를 통해 캐릭터성 강한 이야기를 선보였던 요네자와 호노부지만 이번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희미하다는 것 또한 눈길을 끈다. 아니, 캐릭터성이 희미하다는 것은 오해일 것이다.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하며 달콤한 빵과 카페오레로 식사를 대체하곤 하는 그는 “규범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혼자 훌쩍 뛰어넘는” 사건 해결 방식으로 윗선의 은은한 의심을 사곤 한다. 팀이 아니라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부하들이 실력을 쌓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그가 고통받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묵묵히 사건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해결의 순간까지 생각할 뿐이다.

<낭떠러지 밑>은 스키 사고로 조난당한 사람들의 사건을 담았다. 실종된 네명 중에서 두명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명백한 살인으로 죽음을 맞았다. 함께 발견된 부상자가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아무리 봐도 그에겐 흉기가 없다. <졸음>에서는 새벽 3시의 교통사고에 나타난 이상하리만치 많은 목격자들이 이상하다. <목숨 빚>에서는 죽은 사람을 토막씩이나 낸 것치고는 허술하게 유기한 정황이 수수께끼다. <가연물>은 대형 화재가 되지 않은 연쇄 방화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진짜인가>에서는 범인도 인질도 불명확한 인질극을 해결한다. 다 읽고 나면 제목에서부터 작가가 독자에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요청하는 느낌을 받는데, 어쨌거나 읽는 동안은 모든 필요한 정보가 눈앞에 있음에도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가쓰라 경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추리 과정에 독자들은 초대받는다.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드러나 있고, 질문 역시 정확히 제시되었다….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도 주목받았다. 같은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야경> <왕과 서커스> <흑뢰성> 같은 대작으로 이어지는 요네자와 호노부 읽기의 입문작으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