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정채연 <조립식 가족>
2024-12-05
글 : 이유채
사진 : 백종헌

아빠 둘과 오빠 둘. 이중 혈연관계는 두 아빠 중 한 아빠뿐. 드라마 <조립식 가족>의 주원(정채연)은 누군가 자기 가족에 대해 수군대면 참지 않고 화를 내는 당찬 여고생이다. 국숫집을 하는 아빠 정재(최원영), 윗집 경찰 아저씨 대욱(최무성)과 아저씨의 아들 산하(황인엽), 집에 잠깐 맡겨졌다가 같이 살게 된 해준(배현성)까지 다섯이서 함께 사는 평화가 깨지는 일 없도록 가정의 화목함을 수호하는 막내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 먹는 신이 유달리 많아서일까. 정채연은 읽는 내내 식탁의 온기가 자신을 훅 덮쳐오는 <조립식 가족>의 대본이 좋았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주원이 특히 마음에 쏙 들었다.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편인데, 주원은 그 감정을 넘어서게 하는 친구였다. 소속사에 전화해 이 드라마를 꼭 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밝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러나 있던 두려움은 출연 결정 뒤에 나타났다. “하이 텐션이 기본 상태인 역할을 그렇지 않은 내가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몰려왔지만 질 수 없었다. ‘주원’ 하면 떠오르는 <벼랑 위의 포뇨> 캐릭터에 ‘그냥 하자’라는 문구를 박은 이미지를 핸드폰 배경 화면으로 바꿔놓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동안 찍은 일상 브이로그를 참고해보라고 한 김승호 감독의 조언도 잊지 않고 챙겼다. “영상에 나의 밝은 모습이 많이 담겼더라. 그 순간의 내 표정과 제스처를 유심히 관찰해서 주원에 녹여냈다.” 해본 적 없는 경험을 상상하는 걸 즐기는 정채연은 <조립식 가족>을 찍는 동안 그 재미를 크게 누렸다. 실제로는 언니만 있고 오빠를 갖고 싶었던 만큼 “현실 남매의 티키타카란 무엇일지” 상상하며 남매 장면을 준비했다.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던 오빠들이 떠났다가 10년 만에 돌아왔을 때 주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다. “주원이 가슴 한편에 그리움의 방을 만들어놓고 오빠들을 기다렸을까? 아니면 너무 큰 상처라 아예 잊으려고 했을까?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재회한 오빠들 앞에서 주원이 느끼는 감정 역시 그랬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혼란스러움 자체가 주원의 심경일 수 있겠더라. 그렇게 정리하니 어려운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 결국 상상력을 믿고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이번 작품을 하면서 했다.”

유년 시절 갖고 싶은 직업을 쓰다 보면 종이가 모자랐던 정채연은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는 배우를 자연스레 꿈꿨다. 2016년 <혼술남녀>로 데뷔한 뒤 공무원 시험 준비생(<혼술남녀>), 안드로이드 로봇(<아이엠>) 등 현실적인 인물에서부터 미래적인 캐릭터까지 두루 맡아 연기했다. 매사 조심스럽지만 도전을 은근히 즐기는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물었을 때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확신이 든 건 사극 <연모>를 만나면서부터다. “중전 하경 역을 맡는 동안 원래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했다. 거기서 오는 희열이 컸다. 시대극인 만큼 신경 쓸 게 많아 힘들었는데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는 게 아니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났다.” 분기점을 돈 지금은 필모그래피를 신선하게 채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상업적인 질감이 빠진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코미디. <조립식 가족>을 하면서 여러 코믹한 시도를 해봤는데 내가 코미디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하는 것도 좋아하더라. 감독님이 자제시키면 서운하고 그랬다. (웃음) <너의 결혼식> 같은, 언제 꺼내봐도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게 하는 로맨스영화를 필모그래피에 남기고 싶은 바람도 있다.” 앞으로 정채연은 기분이 별로인 날 자신에게 달콤한 케이크를 선물하던 주원처럼 자신을 보호하고 다독이며 배우로서 멀리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하는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엔 내리는 눈을 보면서 밀크티를 마셔줘야 한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은 것들을 일하는 사이사이에 끼워넣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기쁨을 더 알아갈 것이다.”

filmography

영화 2018 <라라> 드라마 2024 <조립식 가족> 2022 <금수저> 2021 <연모> 2019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2018 <투 제니(TO. JENNY)> 2017 <아이엠> <다시 만난 세계> <109 별일 다 있네> 2016 <혼술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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