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중동에 부는 한류 - 제4회 레드씨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국 영화인들
2024-12-26
글 : 남선우

<괴기열차>가 제다에 도착했습니다

주현영, 탁세웅(왼쪽부터).

<식스 센스>를 보고 영화인의 꿈을 키운 감독과 어린 시절 어머니의 걱정을 살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에 빠져 있었던 배우가 <괴기열차>에 동승했다. 10월 부산에 이어 12월 레드씨에 도착한 <괴기열차>는 공공장소 괴담을 소개하는 유튜버 다경(주현영)이 기이한 지하철역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은 작품이다. “점프 스케어보다 무드로 밀고 나가는 호러를 선호”한다는 탁세웅 감독은 “공포영화 강국인 한국의 선배 감독들 이름에 누가 안되게끔” 자신만의 색깔로 이국의 관객을 설득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주현영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도 강조했다. “다경이 변화하는 과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유튜버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주현영 배우는 “한국영화라는 이유로 새롭게 받아들여지기보다 또 한편의 공포영화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침범>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곽선영, 이정찬, 김여정(왼쪽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침범>이라는 원제로, 레드씨영화제에서는 <Somebody>라는 제목으로 불린 이 작품은 김여정, 이정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곽선영 배우의 첫 영화이다. 김여정 감독은 “모성이라는 주제가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인 만큼 “네명의 여성이 각자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분투하는 영화”가 사우디아라비아 관객의 호응을 얻으리라 기대했고, 이정찬 감독은 “여성들이 끌고 나가는 스릴러를 중동 관객이 새롭게 봐주지 않을까” 소망했다. 현지인들이 <무빙>을 봤다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다가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곽선영 배우가 거들었다. “<침범>에는 장르적인 요소도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스토리에 반한 덕분인지 물을 무서워하는 내가 수중촬영도 편안히 마쳤다. 이 작품으로 긴 시간 영화가 멈춰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화제에 오게 돼 더 의미가 깊다.”

레드씨가 주목한 한국 콘텐츠의 힘

‘코리안 콘텐츠 붐’ 포럼 현장 .

레드씨영화제가 한창이었던 12월 첫째 주, 넷플릭스 ‘오늘 사우디아라비아의 톱10 시리즈’ 순위에서 한국 드라마 두편(<지금 거신 전화는> <트렁크>)을 발견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중동에서도 꾸준히 손이 가는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그 흐름을 반영하듯 ‘코리안 콘텐츠 붐’이라는 제목의 수크 포럼이 열렸다. 패널로는 서우식 바른손C&C 대표,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침범> 김여정 감독, 김현수 영화진흥위원회 사업본부장이 참석했다. 대담은 한국 관객의 성향과 창작자들의 강점부터 한국 영상산업의 근간이 된 공적 지원을 논하며 이어졌다. 객석에서는 한국과의 공동제작 시 염두에 둘 것, 자국 특색을 살리면서도 보편적 공감대를 지키는 법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서우식 대표는 “막연하게 공동제작을 제안하기보다 VFX 보강, 시나리오 개발, 자본 투입 등 구체적인 요구를 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파악”을 당부했다.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예로 들었다. “해외 관객들이 아파트라는 한국적 주거 형태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각국의 사정에 맞춰 전쟁, 이민자 문제 등으로 해석하더라.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달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다면 영화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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