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무궁무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서사, <마이 드라이버 앤 아이> 조지 패짓 프로듀서
2024-12-26
글 : 남선우

어떤 영화는 규율을 깨부순다. 1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장편영화이자 첫 여성감독의 탄생을 알린 <와즈다>가 그랬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필두로 유수 영화제에서 20개 넘는 트로피를 수집한 이 작품은 영화 개봉도, 여성의 자전거 탑승도 금지한 조국에 일격을 가했다. 페달을 밟고 싶었던 소녀 와즈다가 떨친 파급력 덕에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2013년부터 공공장소에서도 안장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5년 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마침내 자동차 핸들까지 손에 넣었다.

<마이 드라이버 앤 아이>는 <와즈다>의 교장선생님 역으로 역사에 동행한 배우 아흐드 카말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출산이 임박한 감독을 대신해 영화 홍보에 앞장선 영국인 프로듀서 조지 패짓은 “여성이 절대로 운전할 수 없던 시대”를 자전적으로 회고한 감독의 뜻을 전했다. “아흐드는 4살 때부터 기사 아저씨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아흐드가 집 밖에서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들은 특별한 우정을 쌓았고, 그게 영화의 영감이 되었다.” 영화 속 기사는 소녀에게 비밀리에 운전을 알려줄 뿐 아니라 기꺼이 성장의 거름이 되어준다. 이 관계가 계급 차이를 초월하기보다 성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말이다. 캐릭터들이 실제 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배우들에게도 진정성을 주문했다는 패짓은 제작자로서의 소망을 덧붙였다. “아흐드가 들려준 그의 할머니와 조상들 이야기처럼, 매력적이지만 아직 숨겨져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서사를 발굴해나가고 싶다.”

관련 영화